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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어쩌다 고양이 작가’의 운명같은 사랑이야기

 

반려인구가 1500만에 육박하는 세상이지만, 아직도 반려 동물에 대한 호불호는 나뉜다. 유기견·유기묘에 대한 선입견의 골도 깊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유기묘를 입양해 소중한 반려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경남도 주최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길고양이 인식개선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박정희   사진 김정민

 

 

경남도 주최 자원봉사 우수사례 수상

김미숙(59·함안군 가야읍·필명 연하)씨는 어쩌다 고양이 작가로 불린다. 2020~2021년 경남도에서 주최한 웹툰 공모전과 자원봉사 우수사례 공모대회인 이그나이트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몸이 안 좋아 우울증까지 앓았던 그는 2018년 지인과 우연히 찾은 유기묘 센터에서 한 고양이를 만났고, 반려가족 수양이(코리안 쇼트헤어)’로 맞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저는 평소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유기묘에 대한 편견까지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 수챗구멍에서 구조된 3마리 중 하나인 이 녀석과 눈이 딱 마주쳤지 뭐예요. 태어난 지 두 달 됐다는데 그 달에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킨다더라구요. 간절한 눈망울을 외면하지 못했어요. 운명이었나 봐요.”

입양은 했으나 수양이는 눈도 못 뜰 정도로 아팠다. 의사도 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간절히 기도했고, 며칠 밤낮을 열심히 간호했다. 연하 씨의 간절함이 통했던 건지 수양이는 기력을 찾았고, 소중한 반려가족이 됐다.

 

수양이 덕분에 돈독해진 가족애

수양이를 가족으로 맞아들이면서 연하 씨 가족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먼저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동물을 사랑하게 됐다. 수양이와의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가족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때까지 연하 씨네 가족은 휴대폰에서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는 단톡방이 없었는데, 수양이 입양을 계기로 단톡방도 생겼다. 멀리 떨어져 사는 딸(안수진·33)은 수양이 이름을 짓고 동생처럼 예뻐하며 수양이 안부를 물었고, 수양이에게 드는 비용 일체를 기꺼이 부담했다. 바쁜 남편(안상주·63)도 처음에는 마뜩찮아 하더니 이제는 고양이 털에도 개의치 않고 고양이 마사지를 해줄 정도가 됐다.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연하 씨 자신이다. 우울했던 마음이 밝아지고, 하루하루가 행복해졌다. 가정을 위해 늘 바쁘게 일하고,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하고, 시간을 쪼개 새벽 운동까지 다니면서 열심히 살기는 했지만 몸이 아프자 우울하기 그지없었는데 수양이가 어루만져줬다. 감수성이 풍부한 연하 씨는 이 고마운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수양이를 스케치하고, 수양이를 의인화해서 상상했다. 이 기록은 가족의 소통 통로가 됐고,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연결고리가 됐다.

 

어쩌다 보니 고양이 작가로 등단

연하 씨는 내친 김에 자신이 겪은 길고양이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며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에 보탬이 되고 싶어졌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지인의 도움으로 2020년 경남도가 주최한 웹툰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또 운명처럼 당선됐다. 상금 300만 원으로 <수양일기>라는 제목의 책을 500권 발행하는 기쁨까지 누렸다. 그림 하나에 글 한편인 간결한 형식이라 제법 인기도 있다. 어떤 이는 책 한권 다 읽기 어려운데 이 책은 쉬워서 좋다며 응원해줬다. 이듬해엔 경남도 자원봉사센터 이그나이트공모전에서도 상을 받았다.

 

길고양이 인식 개선에 도움주고파

연하 씨는 현재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 등단을 계기로 여러 곳에서 연락을 하면 사양하지 않고 힘을 보탠다. 김해에서 벽화도 함께 그리고, 전시회도 열었다. 최근 함안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김해에 살았기 때문에 주 활동 무대가 김해라고 했다. 요즘에는 비영리법인 김해동네고양이협회 회원들과 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센터의 도시문화실험실 의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해에서는 길고양이 문제로 인한 사람들의 갈등의제를 채택하고 시민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경남도길고양이 중성화 수술비 지원

경남도는 동물보호법 제4조에 따라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 수술과정인 TNR(Trap-Neuter-Return) 수술비를 지원한다. TNR은 길고양이를 잡아 안락사시키지 않고 중성화 수술을 한 후 다시 방생하는 것을 말한다길고양이 소음과 환경오염 등에 따른 주민 생활민원 해결 및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통한 공존 방안 마련을 위해서다. 2021년의 경우 2010마리에 3억 100만 원이 지원됐다현재 전국적으로 캣맘으로 불리는 길고양이 돌보미와 길고양이 숫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고지자체별 대처 방식도 다르다그래서 일각에서는 길고양이 급식소 마련 등 위생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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