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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탐방

[체험&탐방]"천지개벽한 우리 마을, 다들 부러워하죠!"

 


 

새집도 좋지만, 우리 가족 살던 지금 집이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면 좋겠어요.

좀 더 편하고 깨끗해지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하동군 하동읍 광평마을 이기운(62) 이장은 리어카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니던 좁은 골목이 차량이 드나들 정도로 넓어졌다며 이만하면 살 만한 동네 아니냐?”고 자랑한다.

광평마을은 2017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첫 공모에서 사업지로 선정된 곳이다사업 내용 중 가장 큰 규모인 하동학숙배움터 완공을 앞두고 광평마을을 둘러본다.

 

신축 뉴타운 말고 재생으로 변신

문유리자(80) 씨 집은 최근 꽃단장을 했다. 타일벽화로 매화와 제비를 그려 넣은 담장이 화사하다. 문 씨는 “54년 된 노옥에 대문도 없이 담도 다 깨져 있었다. 혼자 살면서 집을 손보기 힘들어 그냥 지냈는데, 요즘에는 자꾸 집밖에 나가 담장을 바라보게 된다며 활짝 웃는다.

박규석(74) 씨 집은 70년이 넘었고 슬레이트 지붕이었다. 석면이 몸에 나쁜 줄은 알았지만 돈이 많이 들어 손을 못 댔다. 그러다 도시재생사업 덕을 봤다. 지붕을 교체하고, 마루 창호를 새시로 교체했다. 박씨는 새집처럼 깔끔해진 것은 물론이고, 겨울 내내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광평마을은 102가구 420명이 사는 하동읍 구도심 마을. 인근에 군청이 있고 마을 내 하동중, 하동고, 하동여고 등 학교가 밀집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퇴락한 주거환경이 발전의 걸림돌이었다. 주민 연령대는 70~80대가 대부분으로 선대부터 살던 가구도 20가구가 넘는다. 주민들은 자금이 달리는 데다, 평생 자신이 살던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을 꺼려해왔다. 도시재생사업은 그런 주민들의 바람과 딱 맞아떨어졌다.

 


 

옛 모습 그대로 살기 좋은 우리 마을

광평마을은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 첫해인 201712월 선정된 도내 6곳 중 한 곳이다. 46232에 사업비 834000만 원 규모로 선정 이듬해인 2018년부터 3년간 진행했다. 사업 내용은 크게 세 가지. 노후주택 정비, 마을녹색길과 광평나눔채 3동 조성, 하동학숙배움터 건립 등이다. 모두 마을 주민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 사업이다.

앞서 문 씨와 박 씨처럼 노후주택 정비 지원을 받은 가구는 모두 55가구다. 골목길을 넓히고, 포장한 마을녹색길은 총연장 1.2에 이른다. 골목길 정비와 함께 24면의 주차공간도 새로 조성됐다. 광평나눔채는 마을 커뮤니티 공간이자 재해 시 임시 피난처가 되기도 하고, 때로 민박영업도 가능한 다목적 주택이다. 연면적 989, 4층으로 건립된 하동학숙배움터는 인근 송림공원과 연계해 카페와 식당, 군민 재교육을 위한 교육플랫폼으로 사용한다.

이 이장은 모조리 허물고 새로 짓는 뉴타운을 바라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싫었다. 우리는 불편함 없이 살면 된다는 생각이다. 주민 대다수가 동의해 재생사업 공모에 참여했다며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업결과로 차량 운행이 가능한 골목길과 주차공간이 생긴 것을 꼽았다.

 

 

 

마을에 생기 돌고 활력 넘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송림공원이 지척에 있지만, 높은 도로로 차단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 이 이장은 섬진강 범람을 막는 둑 역할을 하는 도로이므로 지하도를 내달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며 하동학숙배움터에서 송림과 섬진강너뱅이들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10월 현재 한창 마감작업 중인 하동학숙배움터는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폐철도 교량과 연결될 수 있도록 건물과 폐철도 간 다리를 조성해 섬진강 산책로의 이색 휴식처가 될 전망이다.

광평마을은 80년대 초반까지는 단독으로 동민체육대회를 열 정도로 번성한 마을이었다. 하동군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마을로도 유명했다. 그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마을에 생기가 돌고 활력이 넘친다.”

이 이장은 요즘 같으면 살맛이 난다며 마을 안내를 이어간다.

 

마을관리협동조합 설립, 수익사업도

마을의 재탄생과 함께 주민들의 미래계획도 알차다. 마을관리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하동학숙배움터에 커피숍, 식당, 게스트하우스 운영계획을 세우고 각자 역할을 배분하고 있다. 노인회는 마을 골목길과 주차장을, 마을관리협의회는 커피숍을, 부녀회는 식당을 운영한다는 식으로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간다.

덕분에 젊은 층의 호응도 크다. 6년간의 서울 살이를 접고 남편과 함께 귀촌한 차유미(27) 씨는 호텔조리과 출신의 카페 운영 경력자. “고향마을의 변화된 환경이 정말 마음에 든다는 차 씨는 커피숍 운영과 함께 군민 대상 바리스타 교육 등 재능기부도 계획하고 있다.

하동군도시재생지원센터 임창우(45) 팀장은 도시재생사업의 목적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광평마을 주민들은 2018년 사업 시작시기부터 선진지 견학, 토론, 역량강화교육 등을 거치며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공부와 함께 바람직한 사업이 되도록 노력해왔다. 앞으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우리 센터도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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