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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남역사

[아하! 경남역사]연간기획④ 남부내륙고속철도를 달린다

친구야, KTX타고 통영 가자!

 

 

금요일 오후,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책상 밑에 넣어 두었던 짐 가방을 꺼내들었다. 바로 통영행 기차를 타는 날이다. 그동안 통영은 멀게만 느껴졌었다. 승용차로 달려도 4시간 이상이니 긴 휴가가 아니고서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2시간 30분이면 서울에서 통영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서울역에서 친구를 만나 남부내륙선 KTX에 몸을 실었다. 친구들과 2박 3일 짜릿한 여행 일정을 점검하다 보니 벌써 통영이란다. 이렇게 빠를 수가!

남부내륙고속철도 개통을 가정한 기사입니다 - 편집자 -

 

충무김밥은 역시 통영서 먹어야!

열차에서 내리니 벌써 코끝에 닿는 공기부터 다르다. 요즘 도심은 온통 미세먼지로 목이 따가울 지경인데, 숨 한번 크게 쉬고 나니 여행 기분이 한층 살아난다.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대도시 같은 교통 체증이 없으니 금방 도착한다. 시장과 바다와 가까운 시내 한복판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짐만 풀어놓고 밤길을 걸어 바닷가로 가보았다. 
기차시간 때문에 놓친 저녁식사 메뉴는 충무김밥이다. 바닷가에 충무김밥 전문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참 단순한 음식인 것 같으면서도 오묘한 맛이 있다. 김으로 돌돌 만 밥에 무석박지와 오징어무침, 시락국이 전부인데 어쩜 이리 맛이 있는 걸까! 젓가락 대신 긴 꼬치에 콕콕 찍어 먹는 재미도 있다.

통영야경에 놀라다!

배도 부르니 이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니 눈앞에 통영운하의 야경이 펼쳐진다. 사실 야경을 보려고 숙소를 이쪽으로 잡았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폭이 좁아진 바다 위로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지나가고 사방에 흩뿌려진 불빛과 새까만 하늘에 총총 박힌 별까지 정말 환상적인 풍경이다.

바람이 실어다주는 바닷내음과 파도소리는 인심 좋은 통영의 자연이 안겨주는 덤이다. 밤바다 풍경에 푹 빠져 있다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빼떼기 죽 먹고 케이블카로 GOGO!

해가 뜨고 나니 새로운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오늘 아침은 시장 안에서 빼떼기 죽을 먹어보기로 했다. 말린 고구마(빼떼기)로 만들었다는데 아직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음식이다. 색깔은 팥죽과 비슷해 보이는데 향과 맛이 많이 다르다. 석박지와 함께 먹으니 술술 넘어간다. 속편하고 든든한 게 아침식사로 딱이다.

자, 이제 배를 채웠으니 장도에 오른다. 오늘은 좀 여러 곳을 돌아다니려고 차를 빌려놓았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제일 먼저 타러 가기로 했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이 붐빈다고 하는데 서두른 덕분에 많이 기다리지 않고 탑승했다. 케이블카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미륵산을 오른다. 통영시내는 물론 멀리 거제도까지 보인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보다니 이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다. 케이블카 끝에서 내렸더니 미륵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보인다. 오늘은 이곳에 있는 스카이워크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다시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통영의 명물 루지가 옷소매를 끌어당겼다.

 

 

루지는 야호! 어드벤처타워는 후들후들!

케이블카를 뒤로 하고 루지를 타러 출발! 헬멧을 쓰고 리프트를 타니 조금 마음이 떨려온다. 잘 탈 수 있으려나? 손잡이만 움직이면 되니 타는 법은 생각보다 쉬웠다. 신나게 루지를 타고 내려오다 보니 나도 친구도 마구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나 다음에 오면 3회권을 꼭 이용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질주 본능을 뒤로하고 바로 앞에 있는 어드벤처타워로 이동했다. 사실 여기는 친구가 꼭 해보고 싶다고 해서 온 곳이다.

그런데 막상 타워 앞에 서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외줄타기는 쉬워 보였는데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간신히 건넜다. 하나씩 하나씩 이동하다 보니 도전 의욕도 생기고 등줄기에 땀이 나는데도 새록새록 재미가 있다. 마지막 코스는 레펠로 지상까지 하강하기. 드디어 완료하고 나니 뿌듯하다.

 

생선구이 먹고 국제음악당까지 바닷가 산책

늦은 점심이지만 생선구이 한 상으로 푸짐하게 먹고 나니 또 기운이 난다. 다음 코스는 도남동 바닷가 산책로이다. 이곳은 마리나리조트 뒤편에서 공설해수욕장과 낚시공원 등으로 이어지는데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국제음악당 근처까지만 걸어가기로 했다. 여름에 다시 오면 자전거를 빌려서 더 멀리 가보고 해수욕장도 이용해야겠다. 파란 하늘과 그보다 더 파란 바다와 흰 갈매기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걸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이런 바다 풍경은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국제음악당은 얼마 전에 국제음악제가 열렸다고 했다. 매년 국제음악제를 한다고 하니, 언젠가는 나도 객석에 앉아 볼 수 있겠지?

 

서울 사람이 산양일주도로를 달리는 이유는?

우리가 탄 차는 이제 산양일주도로를 오른다. 과연 명성대로 바다를 끼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 계속 탄성을 자아낸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은 박경리기념관이다. 뒤로는 산이 있고 앞쪽으로 트인 바다가 보이는 곳에 박경리 선생의 동상이 서 있다. 동상 아래 ‘버리고 살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온다. 기념관 뒷산에는 박경리 선생의 묘가 있다고 한다. 기념관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산양일주도로를 달려온 또 다른 이유는 달아공원이다. 이곳의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니 기왕이면 일몰에 맞춰 보려고 했는데 운이 좋았다. 하늘이 온통 붉게 타오르더니 빠알갛게 이글거리는 해가 점점 기울더니 저 너머 섬 바로 위에서 일렁거리다가 이내 섬 아래로 사라진다. 짧은 순간인데 참으로 인상적이다. 다도해의 일몰.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기억해야지.

 

통영의 마지막 밤은 다찌와 함께

통영의 마지막 밤은 역시 다찌다. 술을 많이 못하는 우리에게 딱 맞는 반다찌가 있다고 해서 골목을 기웃거렸다. 바닷가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 활어회를 비롯해서 전복, 해삼, 멍게, 개불, 그리고 이름 모를 해산물들이 한꺼번에 상에 펼쳐졌다.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운 시간을 마음껏 즐기기로 한다.

일요일,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는 동피랑이다. 중앙시장에서 위를 보니 알록달록 예쁜 마을이 보인다. 언덕길을 오르니 좁은 골목이 여기저기서 우리를 맞는다. 어느 골목이나 색색의 예쁜 그림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다. 동피랑 꼭대기에서 보니 통영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저쪽으로는 어제 갔던 도남동도 보였다.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저장하고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으니 다음에 꼭 다시 와 보아야겠다. 통영꿀빵은 먹음직스럽고 선물용으로도 좋을 법하다. 고구마, 호박 등의 각종 앙금이 들어간 꿀빵을 두 손 가득 사고 이제 다시 기차를 타러 간다. 

“기다려 통영아, 여름에 다시 올게!” 

  


 

글·사진 박선아 명예기자(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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