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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남역사

[아하! 경남역사]가야유산 기획㉓ 집모양토기(家形土器), 가야 사람들의 영원한 안식처

 


고대의 집

가야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살았을까? 사실 집(住居址)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고고학자에게도 어려운 질문이다. 지붕, 벽과 같은 구조물은 사라지고 그 터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집은 태아 때 어머니 자궁 안에서의 편안함으로부터 기원한다. 집의 형태는 약 2700여 년 전 쌀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청동기시대 후기부터 기와가 보급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집은 생활면(바닥)의 위치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움집인 수혈건물(竪穴建物)과 지상건물(地上建物), 마루() 위 고상건물(高床建物)이다. 수혈건물은 지하, 지상건물은 1, 고상건물은 2층에 해당한다.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가야 선조들은 극히 적은 자료만 남겼는데, 그것이 바로 집의 미니어처(miniature)집모양토기이다.

 

문헌에 나오는 원삼국시대의 집

중국 문헌인 삼국지(三國志)위서 동이전(魏書 東夷傳)후한서(後漢書)를 보면 고구려와 삼한(三韓)의 집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이른 시기 가야의 집을 짐작할 수 있다.

고구려에는 집집마다 작은 창고인 부경(桴京)이 있었다. 잡곡을 저장하는 ()’, 쌀을 저장하는 ()’으로 구분했다. 변진에서는 노지(爐址)를 서쪽에 두었다. 마한은 초옥토실(草屋土室)을 만들어 모양이 무덤과 같고 출입구는 위에 있었다. 한 가족이 모두 그 안에 살아서 남녀노소의 구별이 없었다고 한다. 고구려나 마한 모두 지붕은 풀로 엮었지만 벽은 나무 골조 뒤에 점토를 발랐으며, 지하에 있는 방과는 사다리를 통해 출입하는 대가족형 집이었다.

 

가야 집모양토기에 반영된 토목기술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집안에서의 일상생활 또는 건물을 묘사한 경우가 많은데, 특히 마선구, 덕흥리, 팔청리 고분에는 고상건물이 그려져 있다. 집모양토기는 지붕의 넓은 구멍을 통해 술이나 물 등 액체를 처마나 벽 쪽으로 보내는 일종의 주자(注子)이다. 현재까지 약 20여 점이 알려져 있다. 가야와 신라 유물 2점은 기와지붕을 얹은 지상건물이라는 점에서 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맞배지붕에 이엉을 얹은 고상건물에는 정교한 빗장 등 목공기술이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야의 집모양토기는 10점 정도에 불과하지만, 최근 무덤유적인 창원 석동유적, 함안 말이산고분군 45호분, 창원 다호리유적, 생활유적인 김해 봉황동유적 등 출토지가 분명한 유물이 증가하고 있어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봉황동유적만 지상건물이고, 나머지는 원두막처럼 마루를 높게 설치한 고상건물이다. 고상건물의 바닥은 모두 네모꼴로서, 가로, 세로 모두 기둥이 3개씩인 2×2칸 구조라는 점이 주목된다. 고상건물은 표준 형식으로 보이며 나무 기둥의 지름을 고려하면 높이는 약 6.5m로 추정된다. 목재로는 참나무, 오리나무, 버드나무 등 참나무계열이 대부분이었다. 이것들은 목질이 단단하고 내구성이 좋아 건축재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집모양토기의 상징성

집모양토기는 김해 봉황동유적을 제외하면 모두 무덤 부장용이다. 함안 말이산고분군 45호분2)에서는 집모양토기, 배모양토기, 사슴모양토기, 등잔모양토기 등 모양토기[像形土器] 5점이 한꺼번에 출토됐다. 무덤 주인공의 신분에 따라 부장량에 차이가 있으며, 사회적 상징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출토된 집모양토기는 모두 고상건물로서 빗장을 바깥쪽에서 걸어 잠그도록 되어 있다. 주거용과는 다른 용도라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이처럼 죽어서 사는 제2의 집, 부장용 고상건물은 사후세계의 풍요를 바라는 주술적 의미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1) 이는 같은 시대의 중국과 일본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생사(生死)에 대한 영원한 고민은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었지만, 그 종착점은 보다 나은 세계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결국 가야의 집모양토기는 집을 구체화시킨 대상물이자 풍요를 상징하는 기물로서 이를 잘 구현한 유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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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풍수지리에서는 살아서 사는 집을 양택(陽宅), 죽어서 사는 집을 음택(陰宅) 또는 유택(幽宅)이라고 한다.

2) 8월호에 실린 사슴모양토기는 함안 말이산고분군 45호분 유물이다.

 

 

·사진 배덕환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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