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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남역사

[아하! 경남역사]가야유산 기획㉕ 가야의 옛 하늘, 무덤에 새기다

 


 

한국의 별그림 역사

우리는 오랜 별그림 역사가 있다. 삼국시대 이전 청동기시대에는 고인돌에서 별그림을 살펴볼 수 있다. 한반도에서 나온 고인돌의 덮개돌에는 성혈(cup-mark)’이라 불리는 홈이 다양한 크기와 패턴으로 새겨져 있다. 일부 고인돌의 홈은 별자리 모양이다. 국내 연구를 통해 북두칠성과 남두육성, 묘수(Pleiades cluster), 북쪽왕관자리 등의 별자리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함안에는 별자리 홈이 있는 고인돌이 여럿 있다. 고구려와 고려의 무덤에도 별그림이 많다. 이런 청동기시대의 별그림은 가야로 이어져 한반도의 별그림 역사를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백제와 신라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가야 무덤 별그림 발견

2018년 함안 말이산 고분군의 13호분을 발굴하던 중 돌덧널무덤을 덮고 있던 뚜껑돌의 안쪽에서 별자리를 새긴 홈이 확인됐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인 1918년 조선총독부가 임나일본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발굴을 시도한 고분으로 당시 일부가 붕괴되어 절반만 조사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100년 만에 이뤄진 재발굴 조사에서 가야 별자리가 발견된 것이다.

말이산 고분군은 한반도 남부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아라가야의 대표 유적이다. 별자리가 발견된 13호분은 말이산 고분군 중에서 가장 크고 중앙부의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아라가야 최전성기의 왕묘(王墓)로 알려져 있다. 가야 무덤에서 별자리 홈이 발견된 것도 말이산 13호분이 처음이다. 고분의 상부를 덮은 14매의 뚜껑돌 중 다섯 번째에서 134개의 별자리 홈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다양한 크기로 새겨져 있는데, 여름철 고대 별자리를 표현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동정(同定)된 별자리는 방수(房宿), 심수(心宿), 미수(尾宿), 기수(箕宿)와 두수(斗宿) 등이 있으며, 이들은 현대 별자리로 은하수 주변에 있는 전갈자리(Scorpius)와 궁수자리(Sagittarius)에 해당한다.

 

가야 별그림의 가치와 의미

지난해 8월에는 함안에서 동아시아의 고대별자리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가야 무덤에서 나온 별자리의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가야무덤에서의 별자리 발견은 우리 고대 별자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무덤에서 발견된 별그림으로, 5세기 한반도에서 천문학의 발전과 교류를 연구하는데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 한반도 북쪽의 고구려 무덤과 함께 남쪽에 위치한 가야의 왕묘에서도 별자리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당시 한반도 전역에서 천문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거나 천문교류가 폭넓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야 무덤 별그림은 한반도 남쪽에서 선사시대의 별그림이 역사시대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고구려의 활기차고 웅장했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수준 높은 천문 지식과 활동은 여러 사료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함안에서 발견된 가야 무덤 별그림은 고구려 무덤의 별그림이 그려진 시기에 가야에서도 수준 높은 천문학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제 우리는 같은 시기 무덤에 별그림을 남긴 고구려와 가야의 천문학에 대해 함께 연구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에서 번성했던 두 왕조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별그림을 무덤에 남기게 되었는지, 그리고 두 왕조의 천문교류에 대한 궁금증 역시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양홍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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