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아하! 경남역사

[아하! 경남역사]‘한국 최초의 인권운동’ 진주 형평운동

1920년대,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철폐되었지만 백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여전했다. 백정과 양민이 모두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백정의 외침이 1923년 진주에서 시작됐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곤정 이사장을 만나 형평운동에 대해 들었다.

배해귀 사진 김정민

 

조선시대, 가장 무시당한 계층 백정

“1920년대 조선은 갑오개혁으로 신분제는 철폐되었지만 천민 계층이었던 백정은 여전히 사회의 멸시와 뿌리 깊은 경멸을 받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조선 사회의 차별은 그들을 여전히 힘들게 했죠.”

이 이사장은 조선시대의 백정은 가축을 잡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당시 경남에만 약 33000여 명 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출생에서 죽음까지 전 생애에 걸쳐 차별을 받았다. 호적에 오르지 못하고 학교에 입학할 수도 없었다. 일반인과 혼인은 금지되었고 백정들끼리만 결혼을 해야 했다. 결혼 후에도 남자는 상투를 틀지 못하고 여자는 비녀를 꽂지 못했다. 또 코흘리개 어린아이도 나이 많은 백정에게 말을 놓을 정도로 수모를 겪어야 했다.

천민 중에서도 천민이 바로 백정이었죠. 백정은 성안에 사는 것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진주의 백정들은 진주성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어요. 일반인과 같이 살 수도 없어 진주성 바깥 아래 나불천과 옥봉마을에서 거주하였답니다.”


 

 

진주에서 형평운동시작

“1923425일 진주에서 백정 출신 지식인과 양반 출신 사회운동가들이 백정의 신분 해방과 차별 철폐를 주장하면서 형평사를 만들었습니다.”

저울 ()’, 평등 ()’, 사회 ()’. 백정의 작업도구인 저울처럼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 형평사가 경남 진주에서 조직되어 활동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형평운동의 시작이었다.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평등하게 대해 달라고 외쳤던 형평운동은 진주에서 시작되어 삽시간에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졌다.

그들은 모욕적 호칭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와 계급 타파, 상호 친목을 통해 백정도 참다운 인간으로 대해 달라고 외쳤다. 전국의 백정 출신 인물들과 일부 양반들, 종교·사회단체와 일부 언론이 형평운동을 지지하면서 큰 호응을 얻게 된다. 이듬해 형평사는 전국 12개 지사와 6개 분사도 설립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공고하게 이어져 온 사회적 차별로 형평사는 여러 차례 공격을 당했고, 그 회원들과 가족들이 구타당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형평운동은 단기간에 큰 성장을 했지만 내부 간의 갈등도 겪었다. 여러 사회주의자의 합류로 다른 계급의 차별 철폐 운동도 함께해야 한다는 파와 원래대로 백정의 차별 폐지를 위한 운동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파가 서로 싸우며 분열을 겪기도 했지만, 1925년 서울에서 단합하여 전 조선형평대회를 같이 개최하기도 했다. 1935년 일제의 탄압으로 형평사가 해산될 때까지 형평운동은 일제 강점기 최장기 전국적 사회운동이었으며, 신분제 해체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한국 최초의 인권운동이었다.

 

 

 

형평정신 이어가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

해방 이후 6·25 전쟁과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형평운동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졌지만 지난 1992년 진주시민들이 힘을 모아 형평운동 70주년 기념사업회를 결성했다. “기념사업회는 형평운동 유적지를 조성·관리하고, 관련 책자도 발간했어요. 또 형평운동기념탑을 1996년 진주성 앞에 세웠어요. 당시 진주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백정들의 한을 풀어주자는 의미로 진주성 앞에 기념탑을 세웠죠. 현재는 진주대첩 광장 조성으로 2017년에 경남문화예술회관 부근(진주시 칠암동 201-5)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매년 4월이면 형평사 창립기념일 초청 강연회를 열었고, 장애인 인식 개선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또 내년 형평운동 100주년을 맞아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준비단도 결성했다. 이 이사장은 다시금 형평과 그 정신을 환기시켜 다음 주자에 승계하는 역할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오늘날의 형평에 대해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백정이라는 계급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혼모라는 이유로, 한 부모라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등 다양한 이유로 차별받는 이들은 상존하며 그들이야말로 오늘의 백정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합니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위치 진주시 진양호로428번길 12-3

문의 055)741-8770 http://www.hpmove.com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