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아하! 경남역사

[아하! 경남역사]소리가 뛰어난 의령의 전통놀이 ‘집돌금농악’

농악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의 애환과 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중 사설이 뛰어난 의령의 전통놀이 집돌금농악을 소개한다. 점차 잊혀가는 집돌금농악의 옛 모습과 가락을 간직하기 위해 소중한 불씨를 지피고 있는 집돌금농악보존회원을 만났다.

배해귀 사진 유근종

 

신명나는 의령지역의 농악

꽹과리 지휘에 맞춰 흥겨운 농악이 연습실에 울려 퍼진다. 이창원(61) 집돌금농악보존회장의 시작소리와 같이 다 함께 흥을 돋우자 북과 장구 등 네 가지 전통 악기의 장단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5명의 농악대가 원을 그리며 하나가 된다.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지만 금세 박진감 넘치는 가락이 연습실 안을 가득 채운다. “의령집돌금농악은 의령지역의 마을과 가정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한 민족 놀이로 매년 정초에서 보름까지 하는 마을 공동체의 전래 놀이입니다.”

꽹과리를 손에 든 이 회장의 집돌금농악 설명에는 자부심이 넘친다.

 

의령지역만 지신밟기를 집돌금이라 불러

예로부터 의령지역은 세시풍속으로 마을과 가정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마을 공동제의로 동제를 비롯한 가신제(家神祭·집을 지키며 집안의 운수를 좌우하는 신에게 지내는 제사)와 지신밟기(음력 정초에 지신을 진압하여 잡귀를 물리치고 마을의 안녕과 풍작 및 가정의 다복을 축원하는 민속놀이)가 널리 성행했다.

그중 의령군 화정면 명주마을에서는 지신밟기를 집돌금이라고 칭했어요. 당시 마을 농악이던 집돌금농악이 점차 기량이 향상되면서 의령의 고유 농악으로 발전하게 되었죠. 조선 후기부터 현재까지 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유산입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 전문유량예인집단인 신반대광대패, 솟대쟁이패의 송철수 명인이 의령군 화정면으로 이사 오면서 유재상 씨에게 농악을 전수하고, 지금의 의령집돌금농악보존회원들에 의해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소리를 하는 사설이 뛰어난 농악

의령집돌금은 정초에 마을 초입의 동제당에서 펼치는 당산굿으로 시작하여 마을 공동 우물에서 샘굿을 한다. 이후 마을의 큰 타작마당에서 마당밟이로 흥을 돋으며 정월 대보름까지 가가호호를 방문해 가정의 안녕과 화목을 기원하는 조왕풀이(부엌지신풀이), 성주풀이(집의 안녕을 기원), 철룡풀이(창고지신풀이) 등을 한다. 이때 각 가정에서 내놓는 돈이나 곡식은 마을의 공동사업에 쓰인다.

의령집돌금농악의 가장 큰 특징은 재주를 보여주는 일반적인 판굿 농악이 아닌 소리를 하는 사설이 뛰어난 농악입니다. 그래서 문전, 우물, 부엌, 대청, 뒷간, 방 안 등 소리가 한 10가지 정도 돼요. 가는 곳마다의 소리가 다 다릅니다.”

이처럼 의령집돌금농악은 풍물 연주 위주로 연행하는 일반 농악과 다르게 예술적으로 우수한 풀이의 가창 중심으로 연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의령집돌금농악 전승·발전 기대

지난 20111월에 설립된 의령집돌금농악보존회는 현재 53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농악대원들은 매주 목요일이면 의령문화원사에 모여 집돌금농악을 연습하며 매년 다양한 행사와 공연, 대회에도 참여한다. 2016년 황토현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대상, 2017년 경남민속예술축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화려하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보존회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 바로 의령집돌금농악이 사라지지 않고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

보존회 회원들의 평균 나이가 62세입니다. 농악 전승에 열성적인 회원들이 사라지면 집돌금농악도 사라질까 두렵습니다. 농악이 없어지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어요. 그래서 제도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경남의 무형문화재지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존회는 지난 2017년부터 의령집돌금농악 학술 세미나를 매년 개최하고, 의령군의 가장 큰 행사인 의병제전 등에도 참여한다. 또 의령지역 초고등학생들에게 매주 토요일마다 사물놀이도 가르쳐주고 있다. 이 회장은 현대 사회를 살면서 전통을 지키는 것은 희생이 따르며, 우리 것을 지키는 이들이 주저앉지 않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다시금 강조한다.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