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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문화의 향기]내 인생의 책 한 권

최진석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겠지만, 요즈음은 특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살얼음판과 같이 불안하다. 안면 있는 이웃을 만나더라도 먼 산을 보면서 서로 비껴가야 하고, 사람들의 입에는 전에 없던 재갈이 물렸다. 고된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예전처럼 친구와 웃으며 대포 한 잔 나누는 것도 눈치가 보여서 뜸해져 버렸다. 거기에다가 들려온다는 소식이라고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영양가 없는 대거리질 뿐이다. 그들의 놀음에 같이 놀아나는 언론도 마뜩잖기는 매한가지.

이리 힘들고 시끄러운 것에 대한 반발일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유롭고 싶다는 바람이 들불처럼 찾아 들었다. 그래서 뽑아 든 책이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이다. 무위자연을 꿈꾸며.

한문학이나 동양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보통 사람인 나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다. 서강대학교 최진석 교수의 EBS ‘인문학 특강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노자 인문학>이라고는 하지만 도덕경의 내용을 번역하거나 주석을 해석해 놓은 책이 아니다. 노자의 철학 개념을 어떻게 현시대에 맞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안내서에 가깝다.

우리는 왜 생각할 수 없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이르러서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살아오면서 신념이니, 명분이니, 본질이니 하는 실재하지도 않은 가치 때문에 얼마나 자신을 호도해 왔는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서다. 또 작가는 신념과 이념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를 경계에 있다고 정의하는데, 이는 삶의 통찰력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통찰을 바꾸어 말하자면 높은 안목이나 넓은 흉금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조금이나마 자유로움이라는 경계에 가까워지는 길이 있다면 여태 절대적인 나의 가치라고 생각해온 것들이 아집이고 편견이었다는 사실을 먼저 자각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 강 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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