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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문화의 향기]내 인생의 책 한 권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내 인생에 있어서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단연 세계 4대 성인(聖人)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소크라테스의 일대기를 다룬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란 책이다. 제자 플라톤이 스승의 위대한 사상과 진실한 인간성을 널리 알리고 영원히 기리기 위해 썼다.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등의 명언으로 알려진 소크라테스는 아고라 광장에 나와서 젊은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이때 사용한 산파술의 대화방식은 오늘날 교육에도 매우 유용한 교수법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와의 대화는 당연시 여겼던 왜곡된 지식의 허점을 일깨울 뿐 아니라 상대가 자기모순에 빠지게 하여 스스로 무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의 언변에 당시 많은 젊은이가 믿고 따랐으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플라톤이었다. 소크라테스의 고결한 성품과 통찰력 그리고 신랄하면서도 예리한 비판 정신에 이끌려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많아질수록 한편으로는 적의를 품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가의 신을 모독하고 젊은이를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재판장에 서게 되었을 때 500명의 배심원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변론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재판장에서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무죄의 정당성을 주장하던 그 기록을 지금도 우리가 읽을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리라. 사형선고를 받은 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소크라테스의 태도 역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에는 아테네 내의 위험인물을 10년간 국외로 추방하는 도편추방제라는 제도가 있었다. 극단적 상황에도 사형은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크리톤, 파이돈 같은 주변인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독배를 마시는 삶을 선택한다. 만약 그때 소크라테스가 국외로 멀리 도망치거나 독배를 마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비록 그의 육신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의 영혼과 정신은 온전히 살아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왜 더 많은 재산과 명예를 얻으려고 힘쓰면서 지혜를 사랑하고 영혼을 완성하는 일에는 힘쓰지 않느냐라고.

 

- 권수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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