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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문화의 향기]나전장 손끝에서 피어난 빛의 마법


통영 소년, 자개 빛 이끌려 46년 한 우물

자개장롱 하나씩 집집이 들여놓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통영은 자개 빛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그 시절 형편상 학업 중단 후 상심한 소년에게 동네 할아버지가 나전 배워보길 권한다. 소년의 고운 심성과 성실함에서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본 게 아닐까. “나전칠기도 예술 공부다. 잘 배워 두면 그 누구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라고 다독인 할아버지는 태평공예사고 송주안 나전장(국가무형문화재 제10). 소년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이수자로 성장한 장철영(61) 씨다. 바위 같은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그는 운명처럼 다가온 자개 빛에 이끌려 46년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전통에 대한 고집으로 찬란한 광채 완성

장 장인은 공방 생활을 태평성대의 나날로 추억한다. 스승의 작업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나전공예에 대한 재미를 붙이고 손재주도 인정받았다. 2000년대 나전칠기 산업이 내리막길로 가파르게 곤두박질칠 때조차 한눈팔지 않고 기술을 연마했다.

그는 통제영 12 공방의 산수끊음질전통 기법을 주특기로 한다. 실처럼 썬 자개를 문양 따라 끊어가며 수 놓듯 붙이는 고도의 손기술이다. 이러한 숙련된 기술로 2008년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 수상 후 든든한 조력자 부인 이현희(61) 씨와 이곳에 새 둥지를 틀었다. 스승의 맥을 잇고자 태평공예사공방 이름도 그대로다.

한 폭 산수화가 펼쳐진 듯 환한 빛으로 시선을 붙잡는 자개장. 농익은 산수끊음질 기법을 총망라한 대작이다.

 

자개 빛 마법 널리 퍼뜨리는 것이 마지막 책임

고려나전모란당초문경함은 장 장인이 재현한 고려시대 걸작이다. 실측부터 재현에 성공하기까지 3년여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 정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러 차례 반복된 옻칠과 수만 번 끊음질로 굽이치는 당초문과 모란꽃을 피워냈다. 눈대중과 감각을 동원해 자개를 썰고 손톱과 혀를 연장 삼아 작업을 선보이는 장인에게서 깊은 연륜이 묻어난다. “기계를 쓰면 천편일률적인 작품이 나올 수밖에요. 전통 기법대로 옛 연장으로 작업한 것은 딱 보면 압니다. 전통을 고집하는 것은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손에 맞는 연장을 구할 대장간 찾기도 힘들다며 장인의 한숨이 짙다. 통제영 12공방 프로그램, 나전칠기 행복마을학교를 운영하며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 ! ! 전통 나전공예 맥을 잇는 제2, 3 소년을 기다리는 장인의 끊음질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태평공예사

위치   통영시 해미당45

문의   055)648-5725 / 010-9691-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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