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낯익은 것으로부터 조금 벗어나면

장유에 이사 온 후 대중교통이 불편해 경차를 샀다. 마트 갈 때도, 병원 갈 때도 차를 운전하면서 버스는 점점 멀어졌다. 그러다 갑작스런 사고로 폐차하면서 차 없는 날이 시작됐다.

얼마 전부터 김해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온라인홍보마케팅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첫날은 택시를 타고 갔다. 가는데 요금이 12000원이나 나오는 바람에 택시 타고 다녀야지하는 생각이 쏙 들어갔다.

그날 아들한테 물었다.

삼계까지 우찌 가노?”

아들은 구글지도에서 김해여성인력개발센터를 입력하고 경로를 누르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고 했다. ‘전국스마트버스앱을 깔아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줄여주었다.

교통카드는 우찌 만드노?”

엄마, 내꺼 3개 있는데 하나 주까?”

땡큐, 근데 환승은 우찌하는데?”

아들은 유튜브로 환승하는 방법을 찾아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때 문득 친정엄마 생각이 났다. 아흔을 바라보는 엄마는 시골에서 한 번씩 우리 집에 오신다. 그때마다 엘리베이터 버튼 2개를 헷갈려 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가끔씩 버튼을 눌러놓고 기다리시기도 한다.

엄마, 올라갈 때는 위에 꺼, 내려갈 때는 밑에 꺼, 알았제?”

나는 지금 엄마와 꼭 닮아 있다. 버스를 타려고 미리 나섰다. 정류장까지 종종걸음을 치는데, 예쁘게 물든 단풍이 한들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걷다가 다음날은 잠시 멈춰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폰 갤러리에는 가을 단풍이 담기기 시작했다. 덩달아 사라졌던 감성도 차곡차곡 되살아났다.

운전하면서 다닐 때는 신호등만 보였는데, 버스를 타고 보니 저 멀리 마을이 보이고 골목길도 보이고 추수가 끝난 들판도 보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여유를 맘껏 누리게 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차 없는 날들이 쉬어가는 쉼터처럼 나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낯익은 것으로부터 조금 벗어나면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오늘도 낯설음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젖어본다.

 

 

 

김덕자 명예기자 (김해시)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