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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남지철교와 개비리길을 걷다

남지에는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창녕군과 함안군의 경계에 있는 남지철교. 과거와 현재의 두 다리를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1933년 일제강점기에 개통된 철교는 한국전쟁 때 다리 중앙 25m 구간이 폭파되면서 역사의 현장이 됐던 곳이다. 1953년 복구돼 1993년까지 무려 60년간 실제로 사용됐다.

 

여유 있게 담소를 나누며 걷는 이들도, 뛰어노는 아이들도, 철교와 낙동강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려는 이들도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낙동강 줄기와 유채단지의 푸른 모습이 어우러져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역사적 상흔이 남아 있는 이곳이 이제는 여유를 즐기는 한가로운 공간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개 군의 경계에 있지만 남지철교는 창녕군에 속한다. 다리 하나를 오가며 두 개 군을 밟았다는 생각에 왠지 신기한 느낌이다. 남지철교를 거쳐 개비리길로 향했다. 개비리길은 인근 마을을 오가는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둘레길이 생기면서 등산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개비리길 역시 임진왜란, 6·25 전쟁 등 남지철교처럼 역사적 상흔을 품고 있는 곳이다. 길의 절반을 차지하는 마분산이 그렇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왜병에 맞서 싸워 승리를 이끈 곳이기도 하고 6·25 한국전쟁 당시 최후 방어선이었던 낙동강 박진지구의 일부이기도 하다. 195086일부터 104일까지 미군 제2사단과 제24사단이 북한군 제4사단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전투 끝에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해 인천상륙작전 등을 펼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우리 선조들의 희생을 생각해 본다. 이 모든 것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름 없는 영웅들의 피와 땀으로 지켜져 왔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즐기지만 말고 아픈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이 우리 후손들의 할 일이 아닐까 한다. 지난 역사에 이어 또 다른 문화가 생기고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 생각한다. 문화란 역사와 함께 늘 공존한다. 우리 속에 역사가 있고 그 역사가 바로 우리들의 문화이기도 하다. 6월의 남지철교와 개비리길은 한층 아름다운 자태로 사진에 담긴다.

 

오연화 명예기자 (창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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