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자(尺)

 

 

 

언제부터인가 나는 마음속에 자를 하나 넣고 다녔습니다. 돌을 만나면 돌을 재고 나무를 만나면 나무를 재고 사람을 만나면 사람을 재었습니다. 물 위에 비치는 구름을 보며 하늘의 높이까지 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내가 지닌 자가 제일 정확한 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잰 것이 넘거나 처지는 것을 보면 마음에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렇게 인생을 확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몇 번이나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가끔 나를 재는 사람을 볼 때마다 무관심한 체하려고 애썼습니다. 간혹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틀림없이 눈금이 잘못된 자 일 거라고 내뱉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번도 내 자로 나를 잰 적이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부끄러워졌습니다. 아직도 녹슨 자를 하나 갖고 있지만 아무것도 재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습니다.

 

장유세(진주시)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