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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글로 담아내는 설렘과 희망 이야기

월간 <사천을 담다>

 

원고 마감일이 다가오면 요동치는 조바심과 설레는 마음이 쉴 새 없이 교차한다. 무슨 재료를 골라 어떻게 양념을 버무려야 맛깔 나는 밥상을 차릴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 때문이다. 묵은지에 청국장 쓱쓱 비벼내는 농익은 골목 사연도 좋고 마음이 토해내는 속내면 어떠하랴. 사람 냄새 밴 길과 숲이 만들어낸 풍경이 오롯이 담긴 사천 이야기, 그리고 이곳 사람들의 향기가 벌써 열 번이나 밥상을 차려내 짭조름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사천을 담다>는 글로 빚어내는 사천 사람들의 희망 공작소다. 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한 ‘2021년 지속 가능한 문화행동 경남이라는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이야기에 뜻이 있는 시민과 작가들이 모여 우리 이야기를 녹여낸 사천의 그릇 하나 만들어 보자고 꺼낸 용감한 객기에서 비롯됐다. 당당히 선정된 이 창작물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지역문화 플랫폼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사연과 직업을 가진 시민 작가 10여 명이 매월 만들고 있다. A4용지 크기 30페이지 분량으로 4월호까지 모두 10호를 발행했다.

곰삭은 노포의 지난한 여정을 위로하고 실안 노을 속 묻어둔 고향 이야기를 소환해 반짝이는 일상 에피소드를 깨알같이 볶아내는가 하면, 길고양이나 풀 한 포기에도 눈 맞추는 따스한 철학도 소복이 담아낸다. 고장의 인물이나 활동가, 전시회 소개도 빠지지 않고 사천의 길과 숲에 깃든 쫄깃한 바람 맛도 착즙하고 있다. 유명 작가들의 명품도 특별 메뉴로 표지를 장식해 멋과 격을 한층 높여준다. 비록 아직은 싱겁고 설익은 면도 없진 않으나 무엇보다 글을 엮는 열정과 진정성만큼은 남다르다. 매호 글감을 찾고 수정과 편집에 열중하는 모습은 문호를 능가하다 못해 아름답다.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틈틈이 글을 담는 이 설레는 작업은 한 달에 한 번 맛보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희열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들 이야기로 한 땀 한 땀 희망을 뜨개질하는 행복한 항해가 오래 이어지길 빌어본다.

 

이용호 명예기자(사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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