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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아이 마음에 숨을 쉬게 하자

마리안느라는 새 식물을 들였다. 열대 아프리카에서 온, 넓은 초록 잎에 연두색 무늬가 매력적인 생명체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고 햇볕이 부족하면 어쩌나 싶어 자주 창문을 열고 광합성을 시켜줬다. 영양제를 물에 섞어서 뿌려주기도 했다. 눈길과 마음을 번갈아 주며 마리안느를 키우던 어느 날, 잎이 누렇게 변하더니 마르기 시작했다. 꽃집 주인에게 마리안느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흙이 완전히 마르면 물을 주세요. 물과 영양이 너무 과해도 잎이 노랗게 변할 수 있어요.”

과한 애정이 원인이었다. 마리안느의 상태를 지레짐작한 내 마음이 문제였다. 지난해부터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문화예술전문가로 한 달에 한 번 작은도서관에서 글짓기 수업을 하고 있다. 사서들은 글짓기 수업에 참여하는 참여자가 없을까 봐 매번 발을 동동거렸다. 책보다 영상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 책을 멀리하자 글 짓는 시간도 자연히 사라졌다. 부모들은 이런 아이 마음을 알아챈 듯 글짓기 수업을 멀리했다. “우리 애가 글짓기 하는 건 힘들어해요”, “글짓기 수업은 좀”, “애들이 글짓기를 지루해하지 않을까요?”라며 걱정을 일삼았다. 부모들의 걱정은 기우였다. 글짓기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눈을 반짝였다. 10명의 아이가 계주하듯 그림책 속 등장한 주인공에게 자신의 상상을 이어 붙여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었다.

선생님, 쌀이 우주로 여행을 가서, 블랙홀에 빠졌어요. 그게 결말이에요.”

주인공인 쌀은 아이들이 원하는 장소로 여행을 다녔다. 도넛 가게, 에펠탑, 우주로 떠났다. 쌀의 여행 종착지는 아이의 뱃속이었다가 화장실 변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을 보는데 노랗게 잎이 변해버린 마리안느가 떠올랐다. 아이들이 상상력과 모험심의 불씨를 꺼버린 건 아이들의 마음을 지레짐작한 어른들이 아닐까?

하지 마’, ‘위험해’, ‘그만해’. 아이가 어른에게 가장 자주 듣는 잔소리다. 글짓기 시간만큼은 아이들 상상력 앞에서 저 말들을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자유로워지길 바랐다. 그렇게 아이는 연필을 쥐고 종이에 글을 쓰며 마음의 숨을 쉬었다. 마리안느는 물을 적게 주고 햇볕을 자주 쐬어줬더니 가지 틈 사이로 싹을 틔웠다. 동그랗게 말린 새잎이 기특했다. 아이들에게도 상상력의 새잎이 돋아나는 시간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글 속에서 웃고 숨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김예린 명예기자(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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