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 딸을 낳고 아들을 얻으니
숭년에 먹던 보리밥도 달더라는
선이 할머니
탯줄 자르는
시어머니의 손길
어찌나 살갑던지
그 정으로
모진 시집살이도 이겨냈는데
아침 몇 숟갈 겨우 먹고
동네 지기랑 나누던 한 끼가
숭년에 먹던 보리밥처럼 달았는데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경로당을 기웃거린다.
꽉 입을 물고
발을 동동 구르다
문 앞에 주저앉은 할머니를 밀어내는 자물통
허옇게 헝클어진 태양이
흰머리칼 속에 들어앉아
목이 탄다
숭년에 먹던 보리밥처럼
마른 기억
입이 탄다
※숭년 : 흉년의 경상도 방언
박인자(남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