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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얘들아, 노동기본권 공부하자!

어제는 교실을 벗어나 봄볕이 유성처럼 쏟아지는 야외에서 수업했습니다. 각자 준비해 온 돗자리를 깔고 한 명은 고용주로 나머지는 피고용인으로 짝을 이뤘습니다. 올해 처음 시도된 청소년 노동권 관련 수업으로 청소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보기로 했거든요. 수업 전에 저는 각자의 입장 차이로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을 거야. 특히, 아르바이트생 역할을 맡은 사람은 지난 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떠올려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잘 주장해야 해라고 당부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2시간 동안 노동권과 청소년 노동에 대해 같이 공부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밖에 안 된 친구들이지만 법적으로 경제활동이 가능해서 당장 여름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학생들에게 왜 청소년 노동과 근로계약서 작성법을 배워야 하는지부터 설명했습니다.

세상에 선생님 같은 좋은 어른만 있으면 좋겠는데, 더러 나쁜 어른들도 있단다. 피땀 흘려 한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권리를 주장하려면 일단 잘 알아야 해. 선생님의 소망은 일부 사회가 조장하는 노동에 대한 천시와 혐오, 인색한 분배 같은 걸 지구 밖으로 날려 버리는 거야. 노동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와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우리의 몫이거든.”

수업 과정을 재구성해 이번 수업을 마련했던 건, 지난해 늦가을 우연히 만난 옛 제자 K의 사연 때문입니다. 일할 당시에는 청소년이 감내해야 할 당연한 대우인 줄 알았는데 개학 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부당노동 행위를 당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다 잊었다고, 그 고용주를 이해하기로 했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마치 신산한 삶을 산 노인이라도 된 듯 체념하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격노했습니다. 그리고 대신 사과했습니다. 미리 청소년 노동권에 대해 가르치지 못한 저를 반성하면서요. 이때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사랑스러운 제자들이 더 이상 억울한 일을 겪지 않게 하기로 말입니다.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나른한 봄볕 속으로 분수처럼 뿜어졌다 공중으로 흩어집니다. 시나브로 사위는 연둣빛과 봄꽃으로 만연합니다. 봄꽃이야 계절 가면 지겠지만 이 아이들의 미소와 수런거림은 올해 내내 피어 있을 겁니다. 마음 한켠이 시려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낙화하지 않고 오히려 활짝 피어날 이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김효식(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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