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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추억의 재봉틀, 새것처럼 고쳐 드려요

 

 

 

드르륵 드르륵륵~”

한때는 없는 집이 드물 정도로 가정 필수품처럼 여겼던, 중장년층에겐 제법 익숙한 소리의 재봉틀. 이제는 옷 수선 가게나 인테리어 소품 정도로만 볼 수 있어서일까. 재봉틀은 우리에게 아련한 추억과 어머니의 따뜻한 정,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리산 함양시장에는 53년째 재봉틀을 수리 판매하는 부라더미싱 양도운(79) 씨가 있다. 서북부 경남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재봉틀 수리와 판매를 하는 가게로 함양, 산청, 거창은 물론 남원이나 대구에서도 이름난 수리점이다. 그와 재봉틀의 인연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함양이 고향인 그는 진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후 재봉틀과 첫 인연을 맺는다.

이것도 기술이라고 먹고살려고 배운 건데 평생 일이 되었네요.”

당시 공무원 월급이 9000원이었는데, 재봉틀 한 대 가격이 6000원이었으니 상당히 고가였던 시절. 혼수로 준비할 만큼 집마다 한 대씩은 있어서 찾는 이들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옷을 수선하거나 만들어 입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지난 50여 년 동안 꾸준하게 그를 찾는 단골들이 있기에 오늘도 가게 문을 연다. 지금은 70~80세가 넘는 할머니들이 주 고객이다. 젊은 시절부터 평생을 함께해 온 소중한 보물이자 동반자인 재봉틀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는 먼 출장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재봉틀은 100여 개의 부속이 맞물려야 제 역할을 다한다. 그는 오랜 경험으로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고장 난 곳을 찾을 정도이다. 100년은 거뜬히 넘었을 싱거(singer) 재봉틀도 그의 손만 거치면 쌩쌩하게 돌아간다.

양도운 씨에게 가장 아쉬운 건 쓸 만한 재봉틀이 버려지는 것. “집에서 사용하지 않으니까 그냥 고물상 오면 쓰레기 버리듯 줘 버려요. 그렇게 소중한 추억이 사라지는 거지요.” 집안의 보물처럼 여기던 재봉틀이 몇 천 원에 버려지듯 고물로 처분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최근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으로, 어머니를 추억할 소중한 물건이라며 꼭 고쳐 달라는 손님에서부터 멀리서 물어물어 왔다며 무거운 재봉틀을 가져 오는 이들이 기억에 남는단다. 평생을 함께한 일이지만 이제는 재봉틀 수리를 소일거리로 즐긴다는 양도운 씨다.

건강이 허락하고 재봉틀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는 데까지 해 봐야죠.”

가게를 가득 메운 재봉틀 사이로 재봉틀을 돌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강대용 명예기자(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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