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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내서 주민의 보물 삼풍대(三豊臺)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리에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이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숲, 삼풍대가 있다. 누군가는 이곳을 치유의 숲, 생명의 숲, 아름다운 숲이라 부른다.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생활 속 가까이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 주민들의 삼풍대 사랑이 각별한 것도 그래서다.

숲 이름 삼풍대(三豊臺)는 삼계마을의 삼(),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풍()자를 따서 지어졌다. 삼풍대는 약 5000의 면적에 팽나무, 느티나무, 말채나무, 회화나무 등 노거수(老巨樹) 3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팽나무 등 몇몇 나무들은 어른 두 명이 팔을 벌리고 안아도 다 안을 수 없을 정도로 몸집이 크다. 키 큰 나무의 무성한 가지와 잎은 하늘을 덮고 있어 숲에 들어서면 마치 속세와 단절된 듯 느낌이 들 정도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짙은 목향에 취해버린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곳의 곧고 큰 나무들을 베어 통영의 세병관 기둥이나, 거북선, 함선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고 하니,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호국의 숲이기도 하다. 옛날 농번기에는 주민들이 일손을 멈추고 대소사를 논의하는 토론장으로 썼다고 한다. 백중(음력 715)에는 풍농과 마을의 안녕, 주민들의 화합을 기원하는 마을 잔치가 매년 정기적으로 열던 곳이다. 6·25 전쟁 이후에는 피난을 떠났던 주민들이 칠월칠석(음력 77)을 기념하기 위해 마을 잔치를 벌이는 곳으로 전통이 바뀌어 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지역단체들의 다양한 나눔 행사와 어린이들의 그림 그리기 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돼 있어 도심 속 문화공간이자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90년대 아파트 단지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주민들의 만류로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있게 됐다. 지역주민들의 삼풍대에 대한 깊은 애정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곧고 큰 나무들은 임진왜란 때 다 베어지고, 보잘것없이 굽은 나무들이 묵묵히 성장해 있는 걸 볼 때면, 오늘날 출세와 물질만능주의로 오염된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과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 삼풍대에 남아있는 상처 입은 노거수들의 눈물 어린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것이다. 그 어떤 작은 삶도 소중한 삶 중에 하나라는 걸 말이다. 내서읍 주민들은 이곳 삼풍대가 있어 행복하다.

    

이승미 명예기자(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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