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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여덟 살 엄마

나의 곁엔 여덟 살 난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가 있습니다

나의 어머니가 그렇습니다

짜증 부리고 칭얼거릴 때면 영락없는

여덟 살 아이입니다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날

길가의 꽃들이 보이면 여덟 살 아이처럼

아이 예쁘라 아이 예쁘라

손뼉을 쳐가면서 그렇게도 꽃들을 좋아하시지요

가다가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늘어놓으시면

당신의 그 모든 이야기가 다 옳다고 응수해줍니다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건져낸 기억 하나에 머물면

반복되는 이야기를 계속 풀어내시는 나의 어머니

언제부턴가 소리 없이 찾아온 치매랑

어깨동무하고 사시는 나의 어머니

햇살에 기대앉은 그 모습이

영락없는 여덟 살 아이 모습입니다

지팡이에 의지하신 어머니 모시고

영화관을 찾은 주말이거나 차 마시는 카페에서

엉뚱한 소리 늘어놓으셔도

나는 이런 어머니가 좋습니다

나 어렸을 적 천방지축 어머니께 옹알거릴 때

마냥 그래그래 하셨을 사랑 품은

어머니의 그 마음을

이제라도 느껴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어머니

아련히 사라져가는 당신의 기억 대신

새로운 기억들을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여태 가지 않았던 새로운 그 길의 이야기를

사랑이신 나의 어머니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나의 불안함에 용기를 주시던 어머니

늦게나마 제게

사랑할 기회까지 주셨으니 행복합니다

고요로운 마음으로

어머니와 함께할 내일을 또 기다려 봅니다

 

   송미령(창녕군)

 

 

※ 시인 송미령 씨는 몇 해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아이로 사시는 동안에라도 돌려드리고 싶어 나들이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고, 말벗이 되어 드린다. 1996년 시인 등단 이후 어머니에 대한 시를 자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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