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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상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으로 일한 지 3년 정도 되었을 때 일이다. 엄마한테 지속적으로 정서 학대를 받는 선주(가명)를 알게 됐다. 꾸준히 방문하고 오랜 시간 상담하고서야 알았다. 선주는 정신적인 문제로 주변 이웃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엄마에게 욕설과 폭언을 들으며 살고 있었고 아빠는 경제활동을 위해 멀리서 생활하고 있어서 당장 보호해줄 보호자가 없었다. 학교를 통해 수차례 선주와 만나 얘기했고, 아이를 위해 분리를 고려했다. 상황이 위험했으므로 분리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아이에게도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주는 엄마와 분리되는 것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했다.

지내왔던 환경이 당연하고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선주는 새로운 변화가 무섭고 부담스러웠던 거다. 선주 엄마도 매우 강하게 거부했다. 할 수 없이 법의 힘을 빌어 바로 분리조치를 했다. 너무 오랜 세월 엄마의 정서학대를 받은 선주는 정신적인 문제도 생겨 처음엔 시설에 적응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시간을 갖고 선주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고, 그제서야 미소를 짓고 우리 기관과 경찰, 시설 등에 구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돌이켜봐도 그땐 그 상황 자체가 너무 힘들기만 했다. 어떻게 이 과정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선주가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나니까 상담원으로서 굉장히 뿌듯했다. 어른으로서 한 아이를 구해냈다는 안도감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올해로 경상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으로 일한 지 6년째가 된다. 입사 초기에는 현장 조사 때 학대 행위자들에게 욕설과 폭언 듣는 일이 다반사였고, 왜 가정일에 개입하느냐며 쓴소리 듣기 일쑤였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매번 고민해야 하는 내 일이 학대 피해 아동을 돕는 게 맞는 건지 의구심까지 들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사례를 접할 때마다 긴장되고 두렵지만, 힘들 때 도움을 준 어른이 있었다는 것만 알아준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나의 관심이 아이들에게 작은 변화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오늘도 내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힘을 내본다.

노현주(경상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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