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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팔순의 문턱에서

 

팔순의 문턱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니 남은 것은 소중한 인연들의 조각뿐이다. 허기진 마음을 채워보려 하는 일 없이 바쁘게만 돌아다녔던 날들이 엊그제 일 같다. 어떨 땐 매일 나를 찾아주는 우편물이 참 고맙다. 서적, 서신, 짧은 문자가 전해주는 안부가 그칠 줄 모른다. 얼마 전엔 성악을 하는 친구가 전화로 구성진 목소리를 들려줬는데 꼭 다른 세상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사람이 주고받는 정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바쁜 일상에도 잊지 않는 마음들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내가 할 일은 감사해야 할 것들뿐이다.

나는 글을 사랑한다. 지난 10년 동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길만 걸어왔다. 수필은 나의 인생이자 길잡이. 순간 글 욕심이 나서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때 묻지 않고 가식을 걷어낸 글이 나 스스로라 여기며 나만의 글을 쓰고 있다.

함께 글쓰기 강의를 듣던 그날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교수님과 동생 같고 딸 같은 아우들이 한 학기를 마칠 때마다 내게 건네줬던 편지는 나만의 보물 상자에 꽃다운 향기로 남아있다. 험난한 세상이 암울하게 변해가도 살아있는 동안은 나의 고운 인연들과 함께 동행할 것이다.

때론 연륜을 더해갈수록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끈 떨어진 연처럼 내 인연들이 멀리 날아가 버릴까 봐서다. ‘만납시다’, ‘식사 한번 같이 합시다라는 연락을 받으면 괜히 과분한 대접을 받는 것만 같다가도 따뜻한 정으로부터 전해지는 깊은 여운이 살아 숨 쉰다. 그들이 보고 싶고 그리울 때면 장롱 안 보물 상자를 열어 대화를 나눈다. 굽은 허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지만 손 편지가 주는 잔잔함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스쳐 간 많은 사람의 얼굴이 창밖에서 웃고 있다. 너무 인색하게 살지는 않았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본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길섶에 외로이 피어있는 민들레는 되고 싶지 않다. 오늘도 까치가 물어다 줄 것만 같은 기쁜 소식을 기다리며 대문 앞을 서성인다.

이경자(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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