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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65일간의 전국일주 도보여행

 

올여름 나는 퇴직 기념으로 65일간의 전국 일주 도보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71일부터 93일까지 다닌 곳은 전라도부터 충청도, 경기도는 물론 강원도와 경상도까지 대한민국 전역을 두루 걸었다. 사는 지역이 서로 다르니, 말씨를 비롯해 삶의 문화와 정서 등 많은 것이 낯설었다. 낯선 곳을 가면 누구나 불안해하기 마련인데, 이번 여행은 달랐다. 편견에 사로잡혔던 내 기우에 불과했다.

지역과 환경만 달랐을 뿐, 우리는 모두가 다정한 이웃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 한민족이었다. 식당에서 처음 만난 어르신이 식사를 대접해 주시고 해 질 무렵 텐트를 치기 위해 찾아간 마을에선 기꺼이 쉴 자리를 허락해줬다. 또 어느 어르신은 저녁식사와 함께 쌀쌀한 새벽 보온 통에 커피를 끓여와 텐트 옆에 살며시 놓고 가시기도 했다.

어디 그뿐이랴. 어떤 분은 바나나와 우유, 캔 커피를 나눠주셨고, 또 어떤 분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되돌아와서는 힘들어 지치면 안 된다며 초콜릿을 챙겨주셨다. 심지어 가게로 데리고 가서 커피를 사 준 분도 있었다.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마음에 매번 감동을 받았다.

어느 날 점심에는 중화요리 집에 들어가 짬뽕을 시켜서 먹는데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고 밥값을 안 받는 주인도 있었다. 그 밖에도 가는 길 곳곳마다 물과 음료수를 건네준 사람들, 또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힘내라고 응원을 해줬다.

과연 나라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기꺼이 인사를 건네고 아낌없이 응원해 줄 수 있었을까? 귀한 대접을 받은 것 같아 그 모든 사람들이 나눠준 마음이 내겐 큰 감동이었다. 그런 감동이 하루하루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 고난의 행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더운 여름날 폭염과 폭우, 태풍이 오가는 사이에서 아무 탈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이 기적의 도보여행으로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것을 느꼈다. 그저 고맙고 아름답고 자랑스러웠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하고 친절한 대접, 그리고 응원 덕분에 우리나라 국민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재환 명예기자(의령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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