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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함안 청년 송슬기 작가가 청년에게 전하는 말

 

신체적·정신적 만성 피로감으로 무기력증에 빠지는 상태, 번 아웃. 요즘에는 세대와 상관없이 모든 연령층이 번 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 함안군에는 군인 출신의 한 청년이 번 아웃을 겪는 청년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함안 청년 송슬기 씨를 꼭 만나보고 싶었고, 다행히 만남이 성사됐다.

총 들고 싸우는 군인이었다고요?”

그녀는 공군이었다. 군사훈련까지 받은 군인이었다.

이병부터 중령까지 백이삼십 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여군은 단 세 명뿐이었어요.”

살짝 흔들리는 눈빛에서 힘들었던 과거가 묻어났다. 출산휴가 끝에 군으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전역을 결심했고, 친정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함안에서 쉬고 싶었다고 했다. 슬기 씨는 학창 시절부터 팬픽과 소설 쓰는 것을 좋아했다. 웹 소설 전개가 답답하거나 스토리가 이상할 때면 내가 써도 이것보다 잘 쓰겠다고 생각했단다. ‘고급 독자는 작가가 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휴식을 취하며 차츰 심리적 안정을 찾아갈 때쯤, 놓고 있었던 소설을 다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던 슬기 씨. 생각만큼 쉽지 않았지만 지난 2, 함안군에서 주관한 힐링 북 프로그램이라는 기적 같은 기회가 생겼다.

글 쓰는 게 힐링이 된다니 처음에는 안 믿었죠.”

그랬던 그녀가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마주 보게 됐고 잊고 있었던 자신감과 열정이 되살아났다고 고백했다. 매일 일기처럼 블로그에 글을 썼고, 블로그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들과 소통하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큰 힘을 얻었다는 슬기 씨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많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들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겠다고 다짐한 슬기 씨는 함안군 힐링 북 프로그램을 통해 출판 제안을 받았고 지난 9, <나는 번아웃이었다>를 정식 출간했다.

대화를 끝내고 보니 나이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친구가 한 명 더 생긴 기분이었다. 슬기 씨는 독자들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보기 바란다며, 마지막 이 한마디를 남겼다.

괜찮아, 잘 하지 않아도 돼.”

밝게 웃는 미소와 함께 슬기 씨가 나눠준 행복 바이러스가 그렇게 나에게로 전염되었다.

황복희 명예기자(함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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