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은 이름처럼 마땅히 편안한 땅이다. 산, 강, 들이 마을과 잘 조화를 이루어서 그렇다. 살기 좋은 고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의령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장수나무 네 그루가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493호 세간리 현고수와 제302호 세간리 은행나무, 제359호 성황리 소나무, 제492호 백곡리 감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느티나무인 현고수는 1592년 임진왜란 시기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연이 깊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당시 선비로 살고 있던 곽재우 장군이 4월 22일 북을 치면서 의병을 창의해 위기에 빠진 나라와 백성을 지켜냈는데, 그 북을 매단 나무이다. 북을 매달았다는 뜻으로 현(縣)고수로 불린다. 역사 속에서 600년을 견뎌냈다. 매년 음력 1월 10일 이곳에서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동신제가 열린다. 마을의 안녕과 주민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민속행사다. 의병제전이 열리는 4월 21일엔 의령여고 학생으로 구성된 칠선녀들이 이곳에서 혼불을 채화한다.
은행나무는 곽재우 생가 앞에 위풍당당하게 우뚝 서 있다. 현고수와 비슷한 수령으로 추정된다. 열매를 맺는 암나무로 모양이 아름답고 우람해 샛노랗게 물든 가을에 특히 예쁘기로 유명하다. 남쪽 가지에 두 개의 짧은 돌기가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여인의 젖가슴을 닮아 아이를 낳은 뒤에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산모가 이곳에서 정성으로 빌면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성황리 소나무는 수령이 300년 정도 된다. 바로 옆에서 가지가 닿을 듯 말 듯 자랐던 큰 소나무와 부부 사이였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애틋하게 자라던 두 나무가 서로 닿게 되면 크게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실제로 두 가지가 맞닿았던 1945년에 광복이 되었다. 현재 암나무는 안타깝게도 병에 걸려 죽고 천연기념물인 소나무만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500여 년 수령의 백곡리 감나무는 감나무로서는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감나무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 보통 감나무는 250년 정도만 산다고 알려져 있는데, 참 신비스런 장수 나무다.
한자리에서 말없이 기나긴 역사의 시계로 살아온 저 장수 나무들이 오늘도 의령을 넘어 대한민국의 영광과 평화를 위한 희망의 기운을 전하고 있다.
윤재환 명예기자(의령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