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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포토

[공감포토]“봉순아, 사랑해”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의 산파 김영란 씨

 

 

지난달 16일 경남도가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 전국 첫 시행을 발표하던 날, 초청 도민 30여 명 가운데 감회가 남다른 사람이 있었다. 경남도의 도민 제안 창구 경남1번가반려동물 처우 개선을 호소한 최초 제안자 김영란(60) 씨다. 3년 전 반려견 봉순이를 떠나보내며 겪었던 슬픔과 미안함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를 이끌어낸 산파이기도 하다.

 

반려견 봉순이는 우리 가족

김영란 씨는 지난 2007년 남편의 권유로 삽살개 봉순이를 입양했다. 생후 3개월에 입양된 봉순이는 자연스럽게 가족이 됐다. 애교 많고 정 많은 봉순이와 함께 보낸 10년은 행복했고 편안했다. 그야말로 또 다른 반려자였다.

그러던 2017년 어느 여름, 봉순이가 유달리 더위를 많이 타고 밥을 먹지 않았다. 걱정이 됐던 김 씨는 평소 자주 가던 동물병원을 찾았다.

암컷이었던 봉순이가 자궁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생각보다 비싼 수술비에 놀랐지만, 봉순이의 건강이 우선이었죠. 그렇게 수술을 하고 2시간 후에 병원을 찾았더니 아직 마취가 깨지 않았다고, 마취 깨면 연락을 준다고 집으로 돌아가 있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잠시 후 병원에서 봉순이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어요. 정말 너무 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는 김 씨는 그렇게 봉순이를 가슴에 묻었다.

 

 


경남1번가통해 반려동물 정책 제안

봉순이를 갑자기 떠나보내고 트라우마가 무척 컸어요. 그리고 우리가 겪었던 일이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도적으로 개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제도와 제안들을 노트에 정리했죠.”

김 씨는 가장 먼저 동물병원 표준수가제와 시술 전 가격공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이어 과잉진료에 대한 검증기관 신설, 도립 화장장 설립, 휴가기간에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공립동물호텔 등을 노트에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5경남1번가를 알게 된 김 씨는 남편 이정우(62) 씨의 도움을 받아 총 10가지의 반려동물 진료환경 개선안과 유기동물 감소를 위한 제안을 올렸다.

경남1번가는 지난해 김경수 도정과 함께 문을 연 온라인 소통창구이자, 도민 정책참여 플랫폼이다. 김 씨가 올렸던 제안은 30일 동안 공감 100표 이상을 받고 이후 300명 이상의 참여자에게 과반 찬성을 얻었다. 이후 도민제안협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안이 정책으로 실행되기로 결정됐다.

 

경남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갔으면

처음에는 과연 될까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주변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어요.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안에 공감해 주고 찬성해 주셨어요.”

이달 10월부터 창원의 동물병원 70곳에서는 병원 입구에 20여 가지 항목에 대한 진료비를 공개한다. 병원마다 같은 항목이라도 진료비는 다르지만, 반려가족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자율표시제가 자연스럽게 진료비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 씨는 자신이 제안한 내용이 이달부터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로 시행하는 게 정말 신기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경남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김 씨는 이번 자율표시제를 계기로 용기를 내 다시 반려견을 입양할 계획이라고 웃음 지었다.

 

 

배해귀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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