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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느타리버섯과 사랑에 빠지다

의령 착한농장 설영수·최은주 부부

 

앞만 보고 살던 도시 생활을 떠나 의령에서 느타리버섯과 사랑에 빠진 부부가 있다. 꽃처럼 활짝 핀 느타리버섯처럼 웃는 모습이 닮은 부부는 어느새 귀농 7년차이다. 느타리버섯으로 웃고 울었다는 부부가 들려주는 귀농이야기. 얼마 전 농산업 경영혁신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설영수(44)·최은주(43) 씨를 만났다.

 

 

 

인생 제 2막은 느타리버섯과 함께

창원에서만 30년을 넘게 살았어요. 개인 사업을 했던 남편은 주말도 없이 일을 했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부족했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고 인생 제2막이 필요한 시기였어요. 그때 우연히 의령의 한 버섯 재배사를 방문하게 된 것이 귀농으로 이어졌어요.”

이들 부부는 처음 본 버섯 재배사의 환경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내 최 씨는 여름에 방문한 버섯 재배사는 아주 깨끗하고 시원했어요. 버섯 농사는 땀 흘리며 힘들게 짓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라는 말에 남편 설 씨도 맞장구를 쳤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 무모했어요. 잘 할 수 있을 거란 마음 하나로 2014년 의령으로 터를 옮겼습니다.”

농사의 자도 몰랐던 초보 귀농부부는 이웃 농민들에게서 농사기술을 배웠다. 그러나 옛날 방식의 농사법 탓인지, 제대로 못 배운 것인지 결과가 좋지 않았다. 느타리버섯은 한 번 따고 나면 1~2주 후면 새로운 버섯이 나온다. 그렇게 10번도 다시 따는 느타리버섯인데 웬일인지 이들 부부가 키운 버섯은 한 번만 나고 끝이었다. 더욱이 온도와 습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버섯 재배사에 곰팡이만 가득 핀 적도 있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농사법 배워

주먹구구식으로 배운 농사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각오로 새로운 농법으로 바꾸기로 했다. 진짜 귀농이 시작된 것이다.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버섯 농사기술을 배우고 매일 데이터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버섯은 지역에 따라 재배법이 달랐기에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시기와 방법, 버섯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버섯 밥인 버섯 배지를 만드는 법에 공을 들였다. 그렇게 몇 달을 공부한 후 다시 지은 느타리버섯은 그야말로 풍년이었다. 직접 버섯 배지를 만들었더니 품질과 식감이 확 달라졌다. 무엇보다 무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지어 건강하고 착한 먹거리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 이기고 천연조미료 뽀시래기출시

버섯농사가 잘 되다 보니 수확량이 어마어마했어요. 1주일에 1t씩이나 나왔어요. 저희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한 번에 많은 양을 출하하니까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가공식품에 관심이 생겼고, 가장 먼저 버섯을 말리기 시작했어요.”

느타리버섯은 말리면 질겨진다는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 그러나 힘들게 지은 버섯을 헐값에 넘기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의령의 청정 햇살과 자연바람으로 건조된 느타리버섯이 건강식품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때마침 말린 느타리버섯이 뇌혈관에 좋다는 방송이 나왔다. 판매 속도는 불이 붙었다. 그것도 잠. 꾸준한 수입원이 되지는 않았다. 부부는 또다시 고민했다.

느타리버섯에는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이라는 물질이 많아 조미료로 사용하면 맛이 아주 좋아요. 그리고 의령에는 양파와 마늘이 많이 나죠. 이 세 가지의 황금조합으로 천연조미료를 만들었어요.”

바로 뽀시래기’. 잘게 부서진 가루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이다. 친숙한 이름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천연조미료 뽀시래기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음식에 따라 넣는 양을 고민하지 않도록 스틱형과 하트 모양의 고정형도 출시했다. 부부는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고 공부하며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냈다.

 

 

 

농산업 경영혁신사례 경진대회서 대상 받아

부부는 처음부터 농사일지를 써왔다. 왕초보 농사꾼의 시행착오부터 자칭 신농법 개발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해왔다. 느타리버섯 재배와 가공·판매법, 버섯 재배사의 곰팡이 대응법, 뽀시래기와 고정형 하트 탄생기까지 농사일지는 점점 불어났다. 이렇게 쌓여가던 농사일지가 복을 선물했다.

지금까지 겪은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소개한 2020년 농산업 경영혁신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어요. 그동안 지자체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꾸준히 도전했었는데, 그 결실로 받은 상 같았어요.”

아내 최 씨는 농사일은 끝이 없다며 내년부터는 지역민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의령 착한농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나타냈다.

농촌에서는 부지런하게 노력하면 그 절반이라도 결실이 얻는 것 같아요. 성과가 있는 만큼 우리 지역 어르신들과 다문화 여성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농장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뽀시래기 하트 한 알에 1원씩 기부도 시작한 부부. 탐스러운 느타리버섯처럼 이들 부부의 내일도 탐스럽게 익어가길 기대한다.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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