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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新경상남도사를 펴내며

 

필자는 30년 대학 재직 중 대개 2년에 한 권꼴로 열여섯 권의 책을 출간했다. 구상단계부터 자료 수집과 집필, 교정을 거치면 축 늘어지기도 하지만, 새 책을 받아 들 때마다 감회는 언제나 크고 새로웠다. 국내 문헌과 최신 지식을 더해 출간한 책으로 제자들에게 강의할 때 오는 쾌감도 맛보았다. 거기다가 다른 학자들이 내 책을 인용하거나 학회에서 책 잘 읽었다고 인사를 건넬 때의 고마움 등 그런 재미를 참 즐기며 긴 세월을 대학에서 보냈다.

 

 

 

8년간의 우여곡절 끝 출간 성취감 벅차

연표까지 포함해서 11권 한 질의 경상남도사를 출간 후 첫 대면은 전공서적 출간 때와는 많이 다른 감회를 누렸다. 뭐랄까? 역사에 자랑이 차고 넘치는 우리 경남이라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내 작은 힘으로나마 꼭 필요한 심부름 하나를 해냈다는 자부심. 또 지난 8년간 짓누르던 책임감을 다하고 큰 짐을 벗는다는 홀가분함도 있었다. 이번 경상남도사는 옛 경상남도사들과 다르게 체계와 균형을 잡았다는 성취감 등이 뒤섞여서 벅차게 밀려 왔다. 함께 수고하신 편찬위원들의 고마운 모습도 떠올랐다. 정말 무사히 책임을 마쳐서 안도한다.

2012년 퇴직하던 해, 나는 <직접민주제>로 유명한 미국의 오리건 주 세일럼(Salem)에 있는 한 대학에 객원교수로 연수를 떠났다. 막 귀국했을 때, 지방자치 등을 다루는 제6분과 책임자로 제의받고 수락했다. 그렇게 도사편찬위원회 이만열 위원장님과 첫 인연이 이루어졌고, 갑작스런 이 위원장님의 사퇴로 후임 위원장에 선임됐다.

그리고 실무위원회를 거쳐서 집필위원 선정과 집필 완료까지 순탄하게 진행됐다. 그런데 마지막 감수를 앞두고 아무런 설명이나 해명도 없이 편찬위의 가동이 멈춰버렸다. 전공이 자방자치여서 경남도와 시·군의 여러 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적지 않은 수모를 느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균형 잡인 내용 새로운 체계 완성

이번 경상남도사는 제8대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하신 이만열 선생님의 지식과 경륜을 바탕으로 삼으면서 편찬위원들과의 개방적 논의 공간을 만들어서 추진했다. 이런 논의구조와 절차를 통해서 우리는 출발부터 편찬위원회의 합리성을 확보했고, 그 결과물로서 좋은 체계도 이루었다. 통시적으로 경남의 역사를 읽고 정리하는 시대사와 횡단면적으로 사실을 읽고, 정리하는 분류사라는 큰 틀을 잡았다. 그런 다음, 한 달 정도 도민들께서도 의견을 내고, 자료를 보탤 수 있도록 과정을 개방했다. 그 후 각 계의 전문가를 찾아서 집필에 들어갔다. 그렇게 간행준비가 거의 마무리 됐다.

이번 경상남도사균형 잡힌 내용으로 새롭게 꾸몄다고 생각한다. 종전의 도사(道史)에서 교수 집필위원이 ‘5·16 쿠데타 불가피론을 쓴 것을 읽고, 고민 끝에 그러한 기울어짐을 바로잡는 일부 성과가 있었다

또 산발적으로 언급하는데 그쳤던 남명 조식 선생을 한 장()에 집중해서 부각시켰다. 이런 일은 1990년대 이후 남명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더하여 문익점의 목화 도입과 전파남명 조식의 단성소와 실천유학, 의병활동과 국난극복진주농민항쟁진주형평운동마산 3·15의거부마항쟁으로 이어지는 선대들의 공의로운 실천을 묶어서 역사의 줄기를 세웠다. 자랑스러운 역사적 주체 인물들도 찾아서 기록하고 기억되게 했다. 물론 반면교사로 삼기 위하여 배정자와 같은 인물도, 또 종전 좌익 활동으로 배제시켰던 인물들도 넣었다. 이것도 일종의 균형이다.

 

 

 

미래 세대가 기억하는 경상남도사

이제 한 세대 만에 경상남도사가 새롭게 간행됐다. 수록된 자료들도 한층 많아졌고, 새로운 부분들도 넣었으니 자찬 같지만 알차게 만들었다. (E. H. Carr)역사가는 과거에서는 상상하고, 미래에서는 기억한다고 했다.

우리는 미래 세대들이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도록 할 것인가? 미래 세대가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도민들께서는 도청 홈페이지에 실린 도사>를 두루 읽어서 활용하셨으면 한다. 더 중요한 일은 경남의 미래 세대들이 선대들의 자랑스러운 활동과 공헌을 읽고 배워서 경남사람으로서 정체성을 갖게 하는 일이 꼭 잘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간 국가사중심의 역사인식에 따라 소홀하게, 또는 불충분하게 다루어졌던 경남의 역사를 국가사에서 좀 더 비중 있게 다루어지도록 만드는 과제도 떠오른다.

경상남도사간행 일을 시작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석연찮게 중단되었던 일을 다시 시작해서 출간까지 지원해 준 김경수 경남지사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첫 단계 책임편찬위원으로서 기틀을 놓아주신 이만열 선생님, 박성호 전 행정부지사님, 실무행정 책임자 류명현 국장님, 그리고 함께하셨던 편찬위원님과 집필위원님, 김우태 간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김영기 경상남도사 책임편찬위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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