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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살기 위해 걸었고, 걸었더니 잘 살게 됐어요”

거창군 걷기왕 탁윤생·박월숙 씨 부부

 

 

거창군이 코로나19로 제한된 일상 속에서 걷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위해

거창군 걷기왕행사를 열었다.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에 가입한 지역 주민 중

지난 가을 7개월 간(20215~11)의 누적 걸음 수 순위에 따라 선발한 결과,

탁윤생·박월숙 씨 부부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 부부는 어떻게 걷기왕이 됐을까?

백지혜  사진 김정민

 

 

15년 전 위암으로 위 절제 후 걷기 운동 시작

탁윤생(68)·박월숙(64) 씨 부부가 사는 곳은 거창군 신원면 양지마을. 그것도 마을 입구에서 골짜기로 한참 들어가야 나오는 곳이다. 두 사람은 한 눈에도 자세가 꼿꼿한 것이 건강해 보인다. 하지만 활기찬 모습 뒤로는 아픈 과거가 숨겨져 있었다.

15년 전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던 탁윤생 씨는 위암 선고를 받고 위를 모두 절제해야 했다. 평소 식습관도 좋지 않고 직장생활로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이라곤 조금도 하지 않았던 터다. 살기 위해 걷기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수술 후유증 때문에 걷기 시작했는데 종아리 근육도 생기고 확실히 몸이 달라지더라고요. 동네 산도 가보고 멀리 있는 산에도 가보고 그러다 걷는 내공이 생겼죠.”

남편을 살리기 위해 안 쒀본 죽이 없다던 박월숙 씨도 남편 은퇴 후 거창으로 귀촌한 뒤부터 남편과 함께 걷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남편보다 더 걷기 매니아가 됐다.

 

하루 평균 4만 보 이상 씩 걸어 걷기왕 등극

거창군 보건소가 주관한 거창군 걷기왕선발 행사는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가입자 중 5~117개월 간의 누적 걸음 수 순위로 뽑았다. 워크온 가입자 중 3801명이 참여했는데, 탁윤생 씨가 총 8911613, 박월숙 씨가 8864270보로 1, 2위를 차지했다. 탁 씨의 기록은 하루 평균 4만보가 넘는 것으로 3등과는 15000보 이상 차이다.

워크온에 가입하기 전부터 아들, 며느리와 다른 앱에 가입해 꾸준히 관리해 온 것이 걷기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 같네요. 귀농 생활이 즐거운 데다 거창군 보건소장의 권유로 워크온에 가입하고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았으니 더없이 행복합니다.” 기록 달성을 위해 군민들과 함께 한 점이 특히 더 흥미롭다고 했다. 참여자들의 기록이 하루 사이에도 엎치락뒤치락 순위가 바뀌는 걸 지켜보면서 도전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단다. 한 번 수상했으니 이젠 다른 군민이 좋은 기록을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며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

 

나만의 코스, 나만의 걷는 방법을 만들면 쉬워요

그런데 하루 평균 4만 보 걷기는 어떻게 해야 가능한 것일까.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물었는데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여기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아내와 둘이서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했어요. 우리 집 전체를 한 바퀴 걸으면 400, 대나무 길을 걸으면 1000, 산을 넘어가는 멋진 길이 있는데 거긴 1만 보가 넘게 나와요. 내 몸 컨디션, 내가 걷기에 좋은 시간, 내가 걷기에 알맞은 보폭과 코스가 저절로 생기니까 그 다음부터는 그냥 걷게 되더라고요.”

박월숙 씨도 무조건 집에서 움직인단다. “비가 오면 집안이라도 돌고, TV 보면서도, 일하다가도 제자리 걷기를 해요. 걷는 건 발만 떼면 되는 거거든요. 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생각부터 바꿔야 걷기를 생활화할 수 있어요.”

이들 부부가 전하는 비대면 시대 걷기팁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방법일 수도 있다. 다만, 직접 실천에 옮길 수 있느냐의 선택은 각자의 몫일 뿐.

탁윤생 씨가 덧붙인다. “그래도 혼자보단 최소한 둘이라도 같이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입 꾹 다물고 머릿속에는 복잡한 세상사를 끼고 혼자 걷는다면 과연 그게 좋은 운동이 될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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