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Gyeongnam Art Museum

Past

SARORI SARORIRATTA: CHOIJEONGHWA

살어리 살어리랏다 : 최정화

 

코로나19 이전 예술가들은 예술을 하고 싶다는 자신의 창작충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대중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창궐과 끝을 알 수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절과 고립의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예술계 전반에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술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의도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난해한 현대미술을 전시실에 펼쳐 보이는 것을 멋인 양 여기던 태도를 버리고 심리적으로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 내는 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최정화 작가를 초대해 《살어리 살어리랏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변화된 흐름이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후 전시를 개막하는 지금까지 이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미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최정화 작가와 미술관이 진솔하게 고민을 나눴습니다. 흥미로운 건 최정화는 -코로나 19와 관계없이- 미술을 한다는 것이 누구나 알고 웃으며 즐기는 행위와 연결되어 있다고 늘 생각해왔다는 사실입니다. ‘눈이 번쩍’ 뜨이고 ‘입이 활짝’ 열리는 그 순간이 자신의 예술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말하는 최정화는 어쩌면 벌써 오래전 여기에 대한 답을 우리에게 던져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에 던져진 질문과 답이 코로나19로 인해 이제야 도래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이 많기는 했지만, 미술관은 최정화 작가와 함께 지난 10개월 동안 경남 곳곳을 답사하며 경남의 역사와 장소를 공유했습니다. 그렇게 생선상자와 파라솔을 만나고(마산수협공판장), 과일 리어카를 만나고(마산청과시장), 고비(조선시대 편지함)를 만났습니다. 새롭게 탄생하는 남해각과 과거의 영광을 품에 안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부곡하와이를 이야기하며 막걸리를 한 잔 마시기도 했습니다. 고대 해양 강국이었던 가야의 역사를 김해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모아모아’ 프로젝트와 ‘기억채집’ 프로젝트를 통해 경남 도민 여러분의 삶(식기)과 역사(사진)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행운이었습니다.

자! 이제 우리 모두가 쌓아 올린 이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로 전시가 펼쳐집니다. 이번에도 최정화는 우리에게 눈이 ‘번쩍’, 입이 ‘활짝’ 열리는 경험을 선사해 주겠지요? 아니 어쩌면 그는 벌써 경남에서 만난 수많은 이야기로 인해 눈이 ‘번쩍’, 입이 ‘활짝’ 열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보기  캡션>
1. 최정화_cosmos_2017_구슬, 미러시트, 철사, 클립_가변크기
2. 최정화_복숭아_2019_페브릭, 송풍기_지름 4m_팜프라
3. 최정화_인피니티_2020_식기_115 x 150 x 115cm
4. 최정화_파인애플_2019_페브릭, 송풍기_지름 4m_성산아트홀
5. 최정화_배추와 리어카_2017_실리콘, 리어카_210x100x106cm
6. 최정화_딸기I_2019_페브릭, 송풍기_지름 2.5m_김해한옥체험관
7. 최정화_인류세_2020_식기_24m
8. 최정화_천 개의 이름_2020_오버로크 명찰_약 4x2M
9. 최정화_복숭아와 석류_2019_페브릭, 송풍기_지름 4m, 지름 3m_마산청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