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 장원정]남해 12경 중 제4경에 해당하는 창선교와 남해 지족해엽은 '죽방렴'이라는 고유한 전통 어획 법을 가진 곳으로 유명합니다. 죽방렴이란 물살이 센 좁은 해로에 대나무 발 그물을 세워 고기를 잡는 것으로 '대나무 어사리'이라고도 불립니다. 물때를 이용하여 고기가 들어오면 가두었다가 필요한 만큼 건지는 재래식 어항으로 전통적 어업 경관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아 2010년에는 국가 명승(국가 명승 제71호)으로 지정받았습니다..

지족해엽 죽방렴전국 최상급 멸치인 '죽방멸치'

죽방렴의 존재는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조선시대에 발행한 '경상도속찬지리지'(예종 1년 - 1469년) 남해현조에 '방전에서 석수어, 홍어, 문어가 산출된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최소 500년 이상 된 어업 방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살이 빠른 바다에 사는 물고기는 탄력성이 높아 맛이 뛰어난데요. 특히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는 육질과 보존 상태가 우수해 최상급 멸치로 평가받습니다. 

풍광이 뛰어난 지족해협은 남해바래길 6코스에 해당한다남해군 창선면 추섬은 남해바래길 6코스에 위치한다

지족해협은 국가 명승에 해당할 만큼 역사적으로 의미 있을 뿐만 아니라 죽방렴이 빚어내는 독특한 풍광 역시 한반도 다른 지역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모습이라 남해민들의 삶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남해바래길의 한 구간-남해바래길 6코스-에 해당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창선면 추도의 일출이 최근 몇 년 사이 지역 사진가들에 의해 소개되면서 이제는 전국에서 많은 사진가들이 일출을 담으러 몰려드는 곳이 되었습니다.

추섬에서 바라본 겨울 바다  추섬에서 바라 본 바다 위 죽방렴

남해 추섬에서 맞는 일출도 어찌 보면 울산 강양항과 무척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이 바다 위 죽방렴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죽방렴 자체도 이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에 일출까지 더해져서 경남의 수많은 일출 명소와도 확연히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추섬에서 맞는 일출은 동지 전후로 15일 정도가 적당하다

멋진 모습은 알겠는데 굳이 손과 발이 시린 겨울에 나서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독특한 죽방렴과 이어 더해진 일출을 만나러 굳이 겨울에 나서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로 공전하면서 매일매일 태양이 떠오르는 위치가 달라지는 탓에 이 모습은 오직 겨울에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지 전후로 15일 정도만 죽방렴 위로 제대로 떠오르는 일출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지요. 짧은 기간에 날씨가 따라 줘야 볼 수 있으니 더욱 귀하게 대접받는 모습입니다.

추도에서 맞는 겨울 죽방렴 일출

한파 특보가 내려진 날 시린 겨울바람을 맞으며 추도에 도착하여 저 멀리 죽방렴을 바라봅니다. 죽방렴 위로 흐르던 별들도 하나둘 사라지더니 어느새 죽방렴 위로 붉은 기운이 드리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붉은 태양이 쏟아 오르는데 그 모습은 차마 말로는 형언할 수 없다는 진부한 표현밖에 달리 쓸 말이 없습니다. 무언가 벅차오른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전국의 수많은 일출 명소에서 아침을 맞다 보니 특별한 감흥이 없으리라 생각했건만 이곳에서 처음 맞는 일출 때는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네요.

남해군 창선면 추도에서 맞는 겨울 일출

이제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2020년 새해를 맞아 많은 이들이 일출 명소로 향할 겁니다. 경남에 수많은 일출 명소도 인파로 붐빌 텐데요 죽방렴이라는 독특한 문화유산이 남은 남해 창선면 일출은 그중에서도 조금 더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새해를 맞아 나만의 특별한 새해 일출이 필요한 이라면 한번 정도 기억해 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