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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진해 근대문화역사길’

명예기자 리포트

진해 근대문화역사길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

올해는 3. 1운동 100주년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과 얼을 되새겨 보고자 했다.

나라 잃은 설움은 참으로 비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장소에서 직접 느끼고 역사에 대해 알아가는 일들은 중요한 현장 체험이라 생각된다.

진해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제가 군사 목적으로 만든 군항도시였다. 1912년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흔적들이 거리마다 곳곳에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길을 근대문화역사길로 조성되어 투어 코스로 여행을 떠나볼 수 있는 장소다.

북원로터리에서 중원로터리 중심으로 근대문화역사길을 걸어보았다. 참고로 누비자를 대여하여 이동하면 더욱 편리하겠다.

영화 ‘연평해전’의 촬영지로 유명한 해군의 집에서 가까운 북원로터리에는 창원시 근대건조물 1호로 지정된 이충무공 동상이 늠름한 기상으로 진해 앞바다를 호령하는 듯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거북선 형상으로 가미하여 충무공의 당시 상황들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1963년부터 시작된 진해 군항제의 시초가 이순신 장군 추모제다. 이런 바탕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의미에서 군항제는 우수한 문화적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다음은 진해역이다. 1926년 12월에 건립된 등록문화재 192호로 지정됐다. 역은 진해선의 건립과 함께 건립되었는데 1926년 진해선의 개통과 함께 영업을 개시했다.

하지만, 2015년 2월에 진해선이 폐쇄되어 진해역도 폐역 되었다. 그 당시의 상황이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은 추억 속으로 살아졌다. 지금은 창원시 충무지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로 활용되고 있었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g진해역은 일제 강점기 당시에 건립된 일반적인 지방 역사의 형식과 규모가 온전히 남아 역사적 건축적 가치가 있다.

다음은 근대역사길의 중심지인 중원로터리로 이동한다. 중원로터리의 팔거리는 프랑스파리 샤를드골광장 등 유럽을 본뜬 것으로 주변의 유럽식 건축물 등은 세계로 뻗어가려는 일본의 야심을 담은 것으로 설명돼 있다.

이곳에는 흑백다방으로는 불리는 ‘문화공간 흑백’은 화가 윤택렬이 1955년 친구 이병걸이 운영하던 ‘칼멘 다방’을 인수해 흑백 다방으로 개명한 후 2008년까지 운영했었다. 현재는 그의 딸 피아니스트 유경아 씨가 거주하면서 연주회장, 문화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g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이거나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였던 ‘문화공간 흑백’

약간의 세월을 넘어 변한 내부는 클래식과 빛바랜 피아노가 있고 책과 화가 유택렬의 작품이 곳곳에 스며든다. 오래전 지역 예술가들의 사랑방 역할로 화가 전혁림 이중섭, 시인 김춘수도 이곳에 드나들었다. 소설가 김탁환이 첫 장편 탈고를 마치고 부푼 가슴으로 골목을 내달리던 새벽, 김탁환은 흑백다방 벽에 기대어 한없이 기뻐했다고 전한다.

김춘수 시인은 라디오에 흘러나온 사연을 듣고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라는 시를 썼다. 주인장이 알려준 시인이 앉은 그 자리에서 그때의 거리의 풍경들, 고뇌하던 생각들, 언어와 시어들을 떠올려 본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김춘수 시인이 앉은 그 자리에서 차 한 잔과 함께 그의 시를 음미해 본다.

흑백 공간에서 나오면 2~3분 거리에는 군항마을 역사관과 테마공원, 군항마을이 인접해 있다. 1920년에 지어진 적산가옥 목조건물을 리모델링한 군항마을 역사관은 진해지역의 근대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350여 점의 사진 등 기록물과 다양한 자료들을 전시한 역사관이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

1~2층 규모로 진해지역의 근대사를 간직한 진해 군항마을 역사관

현경호 해설사의 도움으로 1910년대의 진해면을 자세히 설명해 주어 그 때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수령 1,200여 년의 팽나무가 사라진 배경, 우리 백성들이 쫓겨난 이유와 소작농으로 전략하여 핍박받은 안타까운 사연들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역사의 한 단면이라 생각됐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1910년대의 진해면을 흑백사진으로 그 당시의 상황과 구조적 면들을 면밀히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혹시 진해를 처음 방문하신다면 역사관에 들러 해설사의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근대역사길을 투어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군항마을 테마공원은 그때 상황들의 스토리가 안내 표지판에 담겨 있다. 근대사 거리는 진해의 근대사를 대변하는 장옥거리, 수양회관, 원해루, 군인들의 마크와 이름표를 달아주던 마크사 등 근대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g
진해 근대사 거리

테마공원과 마주하는 수양회관과 원해루가 오래된 상징물로 간직하고 있다. 빨간색의 지붕이 뾰쪽하게 세워져 있어 일명 ‘뾰족집’으로 불리는 수양회관은 당시 기생들이 기거했던 곳으로 6각 지붕이 있는 3층 건물로 일부 변형되었지만 독특한 외관은 그대로다.

지금은 1층을 곱창전골을 판매하는 식당으로 운영 중에 있어 보존에 대한 생각들이 깊어지는 건축물이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
중국풍의 3층짜리 누각, 수양회관

수양회관 맞은편에 원해루가 있다. 원래 영해루 상호로 문을 열었지만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아 원해루(元海樓)로 지금까지 중국 음식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을 촬영하였고 이승만 대통령과 징제스 대만 총통 등 유명인사들이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내부에는 그때의 구조와 공간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짜장면은 세월이 지나 변했음을 맛으로 짐작한다. 옛 공간에서 먹는 중국음식이라 그 기분은 약간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
영해루는 6.25전쟁 UN 군 포로가 된 중공군 출신 장철현 씨가 1950년 중순경에 개업한 중국음식점이다.

원해루에서 5분 거리 남원로터리에 이르면 ‘백범김구선생 친필시비’가 세워져 있는데 그 내용은 김구선생이 가장 존경하던 이순신 장군의 시 진중음(陣中吟)의 2구절이다.

 

誓海魚龍動(서해어룡동) 바다에 맹서함에 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盟山草木知(맹산초목지) 산에 맹세함에 초목이 알아주네

 

1946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이 진해를 방문해 남긴 친필 시를 새겼다.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겼고 조국해방의 기쁨이 내포됨을 느낄 수 있었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백범김구선생 친필시비

친필시비에서 5분 정도 걸으며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일본식 장옥거리가 나온다. 러일전쟁 직후 일제가 진해 군사도시로 건설할 때 일본식 건물인 장옥을 만들었는데 현재 가장 보존이 잘 된 곳이다.

황해당인판사라는 인쇄, 도장을 전문으로 하는 인쇄소는 간판만이 그때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2층 장옥들은 1층은 상점, 2층은 주거를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허가를 내어주었다.

선학곰탕은 진해 해군 통제부 병원장 사택으로 일제 강점기 후반인 1938년에 진해 해군 통부 소속 병원장의 관사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단층 일식 가옥이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장옥거리

마지막으로 중원로터리에 있는 진해우체국이다. 

1912년에 건립된 러시아풍의 단층 건물로 건립 당시의 원형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잘 보존됐다.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이 전보를 보낸 곳으로 나온 장면이 연출되었다. 현재 내부는 개방되지 않아 더욱 궁금해졌다. 

우체국 앞 진해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담아 1년 뒤에 배달하는 느린우체통이 있다. 과거로의 여행을 글로 남겨 보는 것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면 좋을 듯하다.

 

진해 근대문화역사길국가지정 사적 제291호, 진해우체국

진해우체국 바로 뒤 ‘제황산 진해탑’이 보인다. 모노레일을 이용하거나 365일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일본이 러일전쟁을 승리하고 난 이후 승전기념탑을 건설했던 곳이다. 해방 이후 1967년 일본의 승전기념탑을 허물고 지금의 진해탑으로 세웠다.

100년 전의 근대문화유산을 직접 둘러보면서 과거의 아픔과 역동 속에서 살아온 이야기들이 한 풀 한 풀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 안에 들려다 본 이야기는 그 시대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옛 것들의 체험과 정신을 받고 앞으로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다양한 힘을 전할 것으로 추측된다.

의미 있는 진해근대역사 테마거리는 100주년 되는 3. 1절에 가족과 함께 보내면 좋을 것 같아 추천해 본다. 

명예기자 강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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