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경남

문화/예술

문화/예술

시골책방에서 만나는 소소한 행복 ‘책의정원’

 

 

북캉스란 ‘북(book)’과 ‘바캉스(vacance)’의 결합어로, 독서를 즐기며 휴가를 보내는 사람을 말한다. 이는 여름휴가 중인 직장인 또는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평소에 미뤄뒀던 독서를 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여름휴가를 뜻깊게 보내고자 한다면 ‘북캉스’가 좋다. 가까운 동네 도서관도 좋고 책방에서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아니면, 집 떠나 책과 함께 사색의 여유를 즐기는 하룻밤, 지적 쉼표를 찍어줄 북캉스 휴가를 떠나보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 조용한 곳에 자리 잡은 어느 시골마을에서 푸른 자연과 함께 아늑한 서재 같은 책방에서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요즘 많이 생겨나고 있다.한 지인의 소개로 다도해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경남 남해 평현리의 책의정원으로 향했다. 평현리의 작은 마을은 벼가 익어가고 녹음이 짙은 따뜻함이 녹아내린 한적한 시골이었다.찾아가는 내내 이런 곳에 책방이 있다는 것보다 책방을 찾아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할 만큼 조용했다.책의정원은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다. 2016년 7월에 게스트하우스를 열었고 작년 1월부터 1층에 책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책의정원 입구

 

책방을 연 순간 놀랐다. 나의 반응은 이렇다. ‘작고 아담하며 소박하고 신기했다’할 정도.

이지은(43) 책방주인과 초등학생 2학년인 딸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냉커피 한 잔으로 책방의 끌림에 사로잡혔다. 오래된 책방처럼 고전의 책 냄새가 났다.
책방 주인장의 개인 서재에 들어선 듯 아늑하고 손때 묻은 책방에는 식물, 자연, 문학, 시 등 주인장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책이 가득했다. 여기에 추천 책과 어린이 동화책과 그림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책장을 지키고 있다.

그래픽 노블, 잡지, 소설, 여행 책자와 중고 서적까지 책장을 채우고 있어 20대 혼행족과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책방주인은 말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남해 지역 출판물과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책과 식물의 어울림은 책방주인의 취향이며 삶에 내재된 공간으로 꾸몄다.


우연히 발견하는 보석처럼 책방은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 일본의 독특한 서점인 ‘일주일 동안 한 종류의 책만 파는’ 모리오카 서점이 생각났다. 단순미에서 느끼는 중후함마저 빼앗겨 버릴 정도다. 여기가 그런 독특하면서 매료될 것 만한 곳이라 생각됐다.


“당신 주머니나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는 것은, 특히 불행한 시기에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다른 세계를 넣고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 오르한 파무크 -

정원, 식물 관련 책들

아늑하고 손때 묻은 책방

 

책방 주인장 이지은 씨의 책방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신혼은 가평에서 귀농으로 시작했다. 남편은 도자기, 저는 정원에 대한 관심이 많아 ‘침묵의 봄’ ‘월든’ 등 자연과 귀촌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남편은 특히 인도 배낭여행을 즐겼고 저는 책의 축제나 중고책방에서 책을 사거나 북카페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어느 순간 하동으로 귀촌으로 결심하여 게스트하우스 겸 북카페 공간인 ‘도시고양이생존연구소’를 열었다. 4~5년 동안 하동의 커피문화를 알렸고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남편이 하고 싶은 도자기는 공간이 부족했고 내가 좋아하는 독서는 조금씩 단절되어 갔다.

2016년에 남해의 한 지인의 소개로 평현리에 정착할 수 있었다. 남편은 돌창고 프로젝트에서 도자기를 굽고 나는 게스트하우스와 책방을 운영하며 이곳에 정착하여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이지은 씨는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단순하면서 소박함이 책방의 매료에 서서히 빠져든다.

책 사이에 놓인 소품들


‘책의정원’의 의미는 지은 씨가 읽고 가꾸어야 할 개인적 취향의 방으로 정원을 좋아하는 마음과 책을 좋아하는 것을 행복하게 정화하고자 책방의 이름을 지었다.

지은 씨는 책의정원보다 ‘은유정원’으로 이름을 짓고 싶음을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 배경은 영화 ‘일 포스키노’에서 '마리오'는 은유를 통해 '영원한 사랑' '베아트리체'를 얻게 되었고, 삶을 아름답게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이 못 봤던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준 이야기는 늘 여운으로 남았다.
‘은유’라는 단어가 오랜 기억 속 축적되어 지금도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책방주인은 멀리서 오시는 손님이 오면 무엇이라도 하나 더 철학적으로 내어주고 싶은 욕심이 강해 보인다. 그 겸손함과 오래된 내공이 책방의 아우라에 풍겼다.

느림의 미학


이지은 책방주인은 3권의 책을 추천했다.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다. 특히,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삶에 대한 위로와 자연에 대한 그리움, 작고 가난하지만 마음을 후벼파는 시어들이 큰 울림을 주었다고 소개했다.

책방주인 이지은 씨가 좋아하는 백석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며 볼 수 있도록 가벼운 만화책을 꽂아 놓았다.


소박하고 순박하고 간소함이 묻힌 책방주인은 “마음 맞는 이와 문학모임을 하고 싶다고. 동네주민들에게는 사람의 끈, 소통,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으로 열어가고 싶고 동네 아이에게는 무한정의 사랑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동화책도 읽어주고 수업도 하고 동화구연 공연도 하는 곳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오시면 문은 향상 열려있다. 좋은 책 많이 보시고 위안을 얻어 갔음을 바래 봤다.

책방과 연결된 여행자의 쉼터, 게스트하우스


지은 씨의 책방에는 서두를 게 없다. 책장 넘기는 것조차 여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마음에 담아 가는 건 책만이 아닐 것이다.

여행에서 지친 심신을 나만의 아지트 같은 이 공간에서 소소한 꿈을 꾸어보는 것도 욕심이 아니고 삶의 살아가는 느낌표 하나 남겨볼 만한 하루다.

느림의 미학이라 할까?

  

  

책의정원

경남 남해군 남해읍 평현로173번길 44-20

 

시골책방에서 만나는 소소한 행복 ‘책의정원’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골책방에서 만나는 소소한 행복 ‘책의정원’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
월간 인기 기사
최근기사
경남소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