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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nam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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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3. 인간과 존재, 세계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작가, 이우환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2-13

[현재 경남도립미술관 수장고에는 작품 1300여 점 이상이 보관돼 있다. 전시 작품을 구매하거나, 매년 정기적으로 도내 작가 작품을 사들인 결과다. 하지만, 아쉬운 건 도대체 수장고 안에 어떤 작품이 들었는지, 일반인이 쉽게 알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립미술관 학예사를 통해 수장고 작품을 하나하나 꺼내 보기로 했다. 글과 사진을 통해서지만, 이렇게라도 하면서 수장고 관리 문제에서부터 도민들과 작품을 공유하는 방법까지 멀리 내다보고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

 

이우환은 1936년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 경남중,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했다. 1956년 서울대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대학 문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한다. 1969년 일본의 대표 미술잡지 〈미술수첩〉 제6회 예술평론 공모에 '사물에서 존재로'가 가작으로 당선돼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이 무렵부터 ‘모노하(物派)’그룹의 리더 역할을 하였다.1) 1973년 타마미술대학 강사를 시작으로 1986년 교수가 되어 2007년까지 재직했다.

 

작가는 1967년 도쿄 사토화랑에서의 첫 개인전과 1978년 뒤셀도르프시립미술관 전시 이후 세계 각지의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대규모 초대 개인전을 열었다. 2010년 이우환 미술관이 일본 나오시마에 개관했으며, 2015년 부산 이우환 공간, 2022년 프랑스 아를에 이우환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프랑스와 일본,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작가이자, 철학자, 예술평론가인 이우환은 1968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일어났던 일본 모노하를 이끌며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모노하는 돌, 철, 나무 등 재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어, 자연의 물질(물체) 즉, ‘모노’를 소재로서가 아닌 작품의 주역으로 설정함으로써 사물, 공간,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했다. 이우환은 서양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동양사상을 작업에 적용해 독자적인 예술언어를 확립했다. 그는 세계와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서구 근대의식을 비판하고, 자신의 존재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관계를 통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이우환의 작업은 점, 선, 바람, 대화, 조응, 관계항 연작으로 구분된다. 그중 점, 선 회화 시리즈는 1964년부터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그에게 점과 선은 모든 회화성립의 근본인 동시에 우주의 근원이다. 1974년의 '점으로부터'는 수평으로 그어진 물감 자국이 짧은 패턴으로 격자의 영역을 이룬다. 그리고 1977년 '선으로부터'에서는 검푸른 유화 물감을 머금은 넓은 붓을 캔버스 상단에서부터 훑어 내려와 아래쪽을 향해 희미하게 흐려지게 했다. 이것은 온 힘을 집약하여 쏟아내는 강렬한 집중력과 육체적인 지구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1970년대 말에 이르자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이 극에 달했던 작가는 1980년대에는 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필치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선으로부터'(1983)는 바로 이 시기에 제작된 이우환의 대표적 작품이다. 이전에 보여줬던 직선적이고 일률적인 선의 형태에서 벗어나 더욱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형태를 띤다. 푸른색 선들은 휘어지고, 옅어짐의 농도와 형태가 다양한 붓 자국이 캔버스 전면을 채우고 있다. 화면구성에 있어 일정한 간격으로 단조로운 형상을 유지했던 이전 연작에 비해 훨씬 다채로운 율동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역시 선명한 푸른색 안료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차 그 자취가 사라지면서 희미해진다. 유(有)에서 시작하여 무(無)로 이어지는 선의 표현으로 화면의 여백과 선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묘한 에너지와 긴장감은 평면적으로 닫힌 캔버스의 공간을 열려진 차원으로 진입하도록 이끈다. 작가는 형상이나 이미지를 통해 완결된 결과물을 제시하기 보다는 이러한 과정과 신체 행위를 통해 인간과 존재, 세계의 관계성을 발견해가고자 했다.

 

/박현희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

 

※각주

 1)모노하(物派)는 예술가가 작품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며 관계에 주목한 일본 실험적 미술운동을 가르킨다. 1969년 이우환의 비평 '존재와 무를 넘어서-세키네 노부오론', '다카마쓰 지로-표현작업으로부터 만남의 세계로'는 모노하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참고문헌

1. 김복기 외 5인 공저, 〈이우환 Lee Ufan〉, ㈜에이엠아트, 2020

2. 심은록 엮음, 〈양의의 예술〉, ㈜현대문학, 2014

3.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정보 https://sema.seoul.go.kr/kr/knowledge_research/collection/collection_detail?artSeq=1290

 

 

 

이 보도 자료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취재를 원하시면 경남도립미술관 운영과 박현희 학예연구사(055-254-4633)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37317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3. 인간과 존재, 세계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작가, 이우환 저작물은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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