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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nam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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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4. 푸른 바다와 여인의 유토피아, 임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2-13

[현재 경남도립미술관 수장고에는 작품 1300여 점 이상이 보관돼 있다. 전시 작품을 구매하거나, 매년 정기적으로 도내 작가 작품을 사들인 결과다. 하지만, 아쉬운 건 도대체 수장고 안에 어떤 작품이 들었는지, 일반인이 쉽게 알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립미술관 학예사를 통해 수장고 작품을 하나하나 꺼내 보기로 했다. 글과 사진을 통해서지만, 이렇게라도 하면서 수장고 관리 문제에서부터 도민들과 작품을 공유하는 방법까지 멀리 내다보고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

 

임호(1918-1974, 본명 임채완)는 의령 출생으로 1943년 일본 오사카미술학교 서양화부를 졸업하고 마산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영남상고 미술교사 등 오랜 강사 생활을 거쳐 1963년부터 한성여자대학(현 경성대학교)에 재직하게 된다. 그렇게 꾸준히 후학을 양성하면서 작가 활동을 병행했는데, 1947년 경남과 부산에서 활동하는 여러 작가와 함께 경남미술연구회를 결성하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당시는 종군화가단으로 활동해 부산 미공보원에서 최초의 '전쟁기록화전'을 열기도 했다. 또, 토벽회, 흑마회 등 여러 그룹의 동인으로 활동했다. 특히 그 시절 미술계의 흐름과 동향을 소개하는 글을 기고하거나 타고난 강직함과 사교적인 성격으로 여러 그룹 활동을 주도하는 등 당시 화단에서 주요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회자된다. 1955년 부산 미화당백화점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래 총 열두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1964년에는 부산시문화상을 수상하였다. 작고하던 해인 1974년에는 부산탑미술관에서 마지막 개인전을 열었는데, 후기 화풍에 자주 등장하는 나비와 무지개, 꽃과 여인, 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임호는 초기 어두운 색조의 사실적인 여성 인물화에서부터 일터 혹은 바닷가의 여성 인물화를 다수 남겼다. 소라, 게, 나룻배 등 바다를 연상케 하는 소재부터 무지개, 해골, 나비, 불상 등의 소재를 다루기도 했다. 그는 평소 사생을 즐기기 위해 여행을 자주 다녔으며 온실을 꾸며 많은 식물을 키우거나 새를 기르는 것이 취미였는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접한 풍광들은 작품의 주요한 모티프가 된다. 특히 제주도 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절 제주도를 오가며 바라본 해녀의 모습과 바다 주변에서 나고 자라며  늘 접하던 바다 풍경은 그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간결한 윤곽의 선묘, 강렬한 색채와 덩어리감 있는 소재 표현, 푸른색이 중심이 된 여러 색채들의 중첩된 붓질 등의 특성을 가진 그의 회화는 일본에서 유학하며 습득한 인상파 화풍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특히 빛의 강렬한 표현이 돋보인다. 또한 향토적이고 민족적인 특질을 담아내고자 한 당시 화단의 분위기와 더불어 자신이 경험한 일상과 지역적 풍토성을 화면 속에 드러내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1973년 작인 '여인' 그의 후반기 작품으로 당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무지개, 나비, 백합과 함께 물허벅을 등에 지고 있는 해녀를 그려내며 초현실적인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1950년대 초반부터 등장했던 중첩된 붓질 위에 다소 얇아진 윤곽의 선묘, 더욱 부드러워진 색채 구성이 돋보인다.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인은 왼쪽을 응시하는 옆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 역시 임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여인들이 주로 옆모습이나 반측면의 각도로 표현되고 있는 것과 동일한 구성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배경은 형태나 경계를 거의 없애고 여인, 나비, 백합, 무지개 등 소재만 도드라지게 뭉개어 표현하였는데, 이는 후반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이다. 비교적 일찍이 작고한 작가는 마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전성기였던 1960년대 이후부터 화풍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는데 특히 초기부터 1950년대 주로 보였던 뚜렷한 윤곽의 선묘, 강렬한 색채 대비, 일상과 현실의 풍광 표현 등은 현저히 줄어들고 부드러운 파스텔톤과 이질적인 소재들의 병치와 독특한 화면 구성을 통해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을 다수 제작하였다. 이 작품은 1974년 부산탑미술관 마지막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으로 해당 전시 팜플릿에 수록되어 있다.

 

해녀와 소라의 작가, 간결한 선묘와 강렬한 색채 대비, 독특한 지역 풍토를 잘 표현해 낸 작가로 불리는 임호는 당시 지역 미술계에서 다방면의 활동을 통해 활동가로서의 면모, 특유의 인상주의적 표현 방식에 지역적 풍토성을 더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서양화 1세대 화가로서 한국 근대화단의 한 전형으로 볼 수 있다.

 

/박지영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

 

 * 참고문헌

1.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의 작고작가 3. 임호>, 2010

2. 김창협 <미의 사제들-부산의 미술인과 그 주변>, 태화출판사, 1972

3. 김준기, 「김준기의 부산미술 다시 읽기 - ⑪ 임호」, 부산일보, 2009.01.11.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080619000622

4. 김재환, 'GAM 컬렉션', <월간경남>, 경남신문, 2021년 1월호

 

 

 

이 보도 자료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취재를 원하시면 경남도립미술관 운영과 박지영 학예연구사(055-254-4638)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37743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4. 푸른 바다와 여인의 유토피아, 임호 저작물은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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