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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nam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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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9. 자연과 인체를 융합한 괴암(魁巖)의 세계 - 김주석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2-13

[현재 경남도립미술관 수장고에는 작품 1300여 점 이상이 보관돼 있다. 전시 작품을 구매하거나, 매년 정기적으로 도내 작가 작품을 사들인 결과다. 하지만, 아쉬운 건 도대체 수장고 안에 어떤 작품이 들었는지, 일반인이 쉽게 알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립미술관 학예사를 통해 수장고 작품을 하나하나 꺼내 보기로 했다. 글과 사진을 통해서지만, 이렇게라도 하면서 수장고 관리 문제에서부터 도민들과 작품을 공유하는 방법까지 멀리 내다보고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

 

괴암(魁巖) 김주석(金周錫, 1927~1993)의 삶은 20세기 한국근현대사와 흐름을 같이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전쟁, 분단, 경제발전, 군부독재, 민주화라는 그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의 소용돌이 속을 살아왔다. 선생은 1927년 8월 22일 진해시 경화동에서 부친 김상조와 모친 배인년 씨의 3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진해 경화국교에 입학한 그는 2학년 재학 당시 전교미술실기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았고, 어린이 미술 공모전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김주석 선생은 독립유공자이기도 하다. 선생은 경성전기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43년 학내에서 발생한 소요사태를 계기로 비밀결사조직인 학우동인회를 조직하게 된다. 이후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1944년 2월 일본 헌병에 체포되어 고문에 시달리고 부산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1944년 8월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선생은 진해헌병대에서 약 3개월 동안 고문을 당했는데, 그 내용을 기록한 글과 그림이 2016년 처음 공개되었다. 이를 근거로 2018년 독립유공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김주석 선생은 1949년에 중등미술교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후 통영상고 미술교사로 부임했고 이후 마산여중, 제일여중고 등에서 46년간 교편을 잡았다. 선생의 작업은 단순히 개인의 창작 열정뿐만 아니라 교육과 함께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가 창안한 ‘자유상상화기법’은 자신의 조형세계 산물이면서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훌륭한 교육 방식이었다. 그가 이 기법을 창안한 것은 당시 그림에 자신이 없어 미술시간을 지루해 하거나 실기 수업을 걱정하는 학생들의 흥미 유발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학습효과를 높이는 방법도 되겠지만, 화면 자체가 일종의 실험 공간이었다. 인체의 형태들은 단순한 직선이나 곡선으로 나누어져 시각에 따라 다양한 모습들을 상상하게 한다. 자연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형태들 역시 직선이나 곡선 등의 형태로 전환된다. 전환된 형태들은 상상력을 통해 확산된다.

 

작가 활동에도 김주석 선생은 열정적이었다. 그는 전국 최초(1955년)로 가두전시를 개최한 흑마회의 창립회원이었으며, 1957년 진해 역전 다방 개인전 이후 1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국내외 단체전에 꾸준히 작품을 출품하였다. 김주석의 작업세계는 그가 창안한 ‘자유상상화’의 기법들이 점차적으로 다듬어지는 과정이었다. 우주의 아름다움을 응축시켜 놓은 인체와, 그 인체의 미를 자연풍광 등의 사물에 접목해 자연과 인체가 융합된 세계를 구축했다. 의인화된 자연은 그 자체로 풍경이자 인간이었다. 계곡의 바위 덩어리가 인체가 뒤엉킨 모습으로 나타나고, 해안의 절벽이 미소 띤 얼굴로 변하기도 하며 강 양쪽 기슭의 나무와 바위의 면면들은 인간 군상의 자태와 용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자연의 모습에서 주관적 세계를 발견한 선생의 독특한 자연관은 그의 상상화의 기초이면서 그의 철학이 담겼다. 선생에게서 우주는 인간이었고 세상만물은 인간의 몸짓이고 마음이 담긴 것들이었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소장한 '자연과 인간'(1964)은 그가 백양다방, 콜롬비아다방, 신신다방, 제일다방 등에서 개인전을 하던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사실적인 풍경 시대를 지나 색면 분할이 시도되고 산과 바위를 의인화하는 경향을 드러내는 1960년대 작품이다. 화면에 드러나는 바위와 사람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형태와 색상과는 결을 달리한다. 1964년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했기 때문일까. 그림 속 주상절리의 바위 얼굴은 시대의 암울함을 상기시킨다. 바위 아래 위치한 인물들 역시 삶의 우울함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들의 몸짓은 절망보다는 희망의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듯 작품에 나타난 어두운 색상과 거친 질감, 그리고 무너져 내린 인물 형상은 김주석 선생이 느꼈던 삶의 부조리함을 설득력 있게 시각화하고 있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팀장

 

※참고문헌

김진엽, 〈휴머니즘의 정신, 김주석〉, 경남도립미술관, 2007

김재환, 〈기록을 기억하다〉, 경남도립미술관, 2019

우귀화 기자, '항일운동 인정받은 미술선생님... 괴암김주석 독립유공자 서훈', 〈경남도민일보〉, 2018년 8월 13일

 

 

이 보도 자료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취재를 원하시면 경남도립미술관 운영과 김재환 학예연구사(055-254-4632)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42332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9. 자연과 인체를 융합한 괴암(魁巖)의 세계 - 김주석 저작물은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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