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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10. 영원한 생명력을 향한 깊은 사색, 하인두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2-14

[현재 경남도립미술관 수장고에는 작품 1300여 점 이상이 보관돼 있다. 전시 작품을 구매하거나, 매년 정기적으로 도내 작가 작품을 사들인 결과다. 하지만, 아쉬운 건 도대체 수장고 안에 어떤 작품이 들었는지, 일반인이 쉽게 알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립미술관 학예사를 통해 수장고 작품을 하나하나 꺼내 보기로 했다. 글과 사진을 통해서지만, 이렇게라도 하면서 수장고 관리 문제에서부터 도민들과 작품을 공유하는 방법까지 멀리 내다보고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

 

청화(靑華) 하인두(河麟斗, 1930-1989)는 한국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1세대 추상화가로 작품 속에서 평생 종교적인 심의(心意)와 한국 고유의 정신성을 탐구한 작가다. 천도교를 시작으로 불교, 기독교에 순차적으로 심취했던 그는 본인의 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국적 특성을 작품에 투영해 자신만의 추상 이미지를 유형화함으로써 화업을 완성했다.

 

하인두는 1930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1954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이후 부산에서 동주여자중학교, 경남여자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6년 부산 광복동 청우다방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리고 1957년 김창렬, 박서보, 정상화 등과 함께 ‘현대미술가협회’1) 를 결성하였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생겨난 앵포르멜(Informel)2)이 한국에 정착하도록 이끌었다. 이즈음 그는 서울로 옮겨 경기공업고등학교, 덕성여자고등학교 교사를 지내며, 1962년 실험적 미술단체 ‘악튀엘(Actuel)’3) 을 창립하였으나 곧 그 전위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 사건(1960)4)으로 옥고를 치르고 교사직을 사퇴하게 된 작가는 한동안 생활고와 함께 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1969년에 이르러서야 하인두는 밝은 원색의 기하학적 색면추상으로 미술계에 재등장하였다.

 

16년 만에 국가보안법에서 해금되었던 1975년 이후, 하인두는 프랑스를 여행하며 그곳의 문학과 예술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특히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숭고한 아름다움은 그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이후 작가는 그간의 기하학적 구조를 벗어나 유동적이고 확산적인 기호와 형상으로 불교사상의 심의를 한층 선명히 담아낸 화면을 구성하며 ‘밀문(密門)’, ‘만다라(曼茶羅)’, ‘생명의 원’ 등의 명제를 붙였다. 만다라 연작은 1960년대 말 국내 화단에 유입된 옵티컬 아트(Optical art)5)를 수용하면서 불교적 상징을 도입해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그는 언제나 외래의 미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하며 한국의 전통문양, 불화, 단청, 민화, 무속화 등 한국미의 본질과 정신성을 자유롭게 작품에 원용하였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색상과 신비로운 화면구성은 불화 또는 중세 고딕성당 건축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킨다.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혼(魂)불-빛의 회오리'(1988)는 작가가 생을 마감하기 1년 전인 1988년 마지막으로 혼신을 쏟았던 연작 중 하나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생명에 대한 강한 갈망과 구원을 향한 한 인간의 모든 내면적 에너지가 집약된 작품이다. 검고 짙푸른 바탕을 구획하는 엄격한 선과 그 사이를 채우며 가로지르는 형형색색의 찬란한 광채는 한곳을 중심으로 모여들며 영원을 향해 소용돌이치는 듯하다. 투병 생활 중 작품을 통해 삶의 환희와 인간의 구원과 같은 더욱더 초월적인 세계관을 담아내려 한 작가의 투혼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그의 예술의 바탕이 되었던 불교의 '묘계환중(妙契環中)'6) 개념을 “서로서로 힘차게 얽히고 짜여 지면서 중심잡이의 불변의 일점을 에워싸고 돌고 도는 무한의 세계, 그 신묘한 자연의 질서”라고 하였다. 육체의 소멸을 겪으면서도 작품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역동적이고 화려한 빛을 내뿜었던 하인두의 내면세계는 비로소 완성에 이르러 영원한 생명력을 얻은 듯하다.

 

/박현희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각주

1)  1957년 20대의 젊은 작가들이 창립한 미술 단체로 앵포르멜의 전위적 경향을 이념으로 내세웠다.

2)  비정형이라는 의미로, 프랑스에서 일어난 현대 추상회화의 한 경향이다. 정해진 형상을 부정하고 일그러진 형상과 질감의 효과를 살려 격정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을 하였다.

3)  1962년 ‘현대미술가협회’와 ‘60년 미술가협회’가 연합하여 결성한 전위적 성격의 미술 단체이다.

4)  북에서 온 친구를 우연히 만나 집으로 데려가 재워주고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작가는 16년간 공민권이 박탈되어 공직 취업이나 해외여행을 금지당하는 등 은둔자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5)  시각적인 예술을 뜻하며 추상미술의 한 형태로 특히, 착시에 의해 시각적 효과가 나타나는 작품을 가리킨다.

6)  ‘만다라’ 연작은 원효스님의 『금강삼매경론』에서 언급한 ‘묘계환중(妙契環中)’을 작품화 한 것으로 ‘혼불’ 연작에서 더욱 심화된다. 

 

 

 ※참고문헌

윤범모, 「하인두–혼불의 세계와 시정신의 승화」, 인물미술사학 제6호, 2010

조수진, 「종교예술로서의 청화(靑華) 하인두(河麟斗)의 회화」, 한국근현대미술사학 제28집, 2014

구정화, 「하인두의 <율>, <만다라> 시리즈 연구」, 인물미술사학 제6호, 2010

조은정, 「청화 하인두의 작품세계와 미술사적 위치」, 인물미술사학 제6호, 2010

류민자, 『혼불-하인두의 삶과 예술』, 가나아트, 1999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31978&cid=46660&categoryId=46660

 

 

 

이 보도 자료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취재를 원하시면 경남도립미술관 운영과 박현희 학예연구사(055-254-4633)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00316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10. 영원한 생명력을 향한 깊은 사색, 하인두 저작물은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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