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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nam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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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1. 깎지 않음을 통해 삶의 도리를 추구하는 사람, 김종영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2-13

[현재 경남도립미술관 수장고에는 작품 1300여 점 이상이 보관돼 있다. 전시 작품을 구매하거나, 매년 정기적으로 도내 작가 작품을 사들인 결과다. 하지만, 아쉬운 건 도대체 수장고 안에 어떤 작품이 들었는지, 일반인이 쉽게 알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립미술관 학예사를 통해 수장고 작품을 하나하나 꺼내 보기로 했다. 글과 사진을 통해서지만, 이렇게라도 하면서 수장고 관리 문제에서부터 도민들과 작품을 공유하는 방법까지 멀리 내다보고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

 

 

우성 김종영(1915~1982)은 1915년 6월 26일 창원에서 태어나 시·서·화에 능통했던 부친(성재 김기호)으로부터 소양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창원을 떠나 경성(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수학할 당시 장발(서울대학교 초대 학장) 선생을 만나면서 미술가의 꿈을 키웠다. 이후 부친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1936년 동경미술학교 조각과 소조부에서 유학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1세대 교수로서 1980년 정년퇴임 때까지 32년간 후학을 지도하며 우리나라 조각 예술 교육의 초석을 다졌다.

 

서예를 통해 예술 세계에 진입한 김종영은 사실적인 구상 조각보다 유기적인 형태나 기하학적인 형식에 관심이 있었다. 단순한 형상으로 미적 효과를 불러오는 그의 조각은 아르프(Hans Arp)나 헨리 무어(Hanry Moore), 그리고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조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김종영은 채움과 비움이라는 서예의 조형성을 조각으로 옮겨 자연의 재료가 가진 본래 형태를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다. 그러면서 서양의 미니멀리즘1) 조각과 동양의 불각(不刻)사상을 결합해 조각 행위 자체를 최소화함으로써 사물의 본성적 진리에 대해 탐구했다. 이 같은 예술적 태도는 유년기부터 수련한 한학과 서예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서예는 평생에 걸쳐 김종영의 조형관을 형성하는 근저가 되었으며, 심신을 수련하는 필수적인 활동으로 작용했다. 주로 장자(莊子)의 대종사(大宗師)와 노자(老子) 〈도덕경〉의 일부, 그리고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가 말하였던 금강안(金剛眼)에 대한 구절을 즐겨 썼으며 추사 선생의 〈완당집고첩〉에 있는 '유희삼매2)'를 즐겨 감상하였다. 이는 ‘유희삼매 불각도인(游戱三昧 不覺道人) 2)’의 경지를 추구하였던 그의 예술적 태도를 반영한다. 김종영이 남긴 서예와 수묵을 위주로 한 풍경화 및 사군자를 닮은 그림들은 그의 조각 세계를 더욱 깊게 풀어낸 또 하나의 성취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78-26'(1978)은 인위성을 배제하고 형태의 근원을 추구하는 작가의 예술철학인 ‘불각(不刻)의 미’를 완성한 시기(1973-1982)에 제작된 작품들 중 하나이다. 무심한 돌덩이는 유기적인 조형성을 수용하면서도 재료가 지니는 중량감과 재질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특정 사물의 재현이 아닌 단순하고 간결하게 조각된 작품은 사물의 본질을 더욱 깊이 상상하게 하며 마치 한그루의 나무처럼, 혹은 한 점의 구름처럼, 또는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처럼, 그 어떤 형태에도 사로잡히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존재하고자 한다. ‘깍지 않음을 통해 삶의 도리를 추구하는 사람’인 김종영의 삶과 예술을 잘 드러내며 절제된 형태를 통해 미의 본질을 사유케 하는 작품이다.

 

/이미영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

 

 

(각주)

1)미니멀리즘 :  가장 단순하고 간결함을 추구하여 절제된 형태 미학과 본질을 추구

2)유희삼매 : 부처의 경지에서 노닐며 그 무엇에도 사로잡히지 않음을 의미 / 불각도인 : 깎지 않음을 통해 삶의 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

 

 

이 보도 자료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취재를 원하시면 경남도립미술관 운영과 이미영 학예연구사(055-254-4635)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36093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1. 깎지 않음을 통해 삶의 도리를 추구하는 사람, 김종영 저작물은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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