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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nam Art Museum

보도자료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20. 공예와 판화를 통해 ‘한국적 이미지의 조형화’를 꿈꾼, 유강열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4-22

[현재 경남도립미술관 수장고에는 작품 1500여 점 이상이 보관돼 있다. 전시 작품을 구매하거나, 매년 정기적으로 도내 작가 작품을 사들인 결과다. 하지만, 아쉬운 건 도대체 수장고 안에 어떤 작품이 들었는지, 일반인이 쉽게 알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립미술관 학예사를 통해 수장고 작품을 하나하나 꺼내 보기로 했다. 글과 사진을 통해서지만, 이렇게라도 하면서 수장고 관리 문제에서부터 도민들과 작품을 공유하는 방법까지 멀리 내다보고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

 

유강열(劉康烈·1920-1976)은 1920년 함경남도 북청군 하거서면 임자동리 1193번지에서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 유병염은 함흥 조선질소비료회사 건축업무 분야 간부로, 차남 유금열은 원산필수품공장에서 염색공예가로 근무했다. 삼남 유이열은 화가로 활동하는 등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미술 분야에서 일했다. 그의 고향 북청군은 1851년에 추사 김정희가 1년 동안 유배된 곳인데, 그 영향으로 서예 전통에 자긍심이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유강열은 1933년 북청군 하거서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길에 올라 도쿄 도립 아자부 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니혼미술학교(日本美術學校) 공예도안과에 입학해 1944년 졸업했다. 1942년부터 4여 년간은 도쿄 ‘사이토공예연구소’에서 염색 및 직조 공예 조수 생활을 하고, 해방 후 1946년 귀국해 고향 북청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했다. 이때 사촌 동생 유택렬과 금강산 온정리에 위치한 화가 한묵의 집에 머물며 이중섭, 도상봉 등 작가들과 교우하고 작품 활동을 했다. 1950년 12월 6.25 전쟁 중 흥남철수작전 때 유택렬을 비롯한 친척들과 함께 월남하면서 경남 생활이 시작된다. 전쟁 중에도 유강열의 활동은 끊임이 없는데, 1951년에 통영 나전공예가 김봉룡과 함께 공예기능인 양성교육기관인 ‘경상남도나전칠기기술원강습소’(이후 ‘경상남도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로 개칭)를 통영군청(현 통영시립박물관)에 개소하고 주임강사로서 이론과 조형 교육을 담당했다. 작품 활동 또한 재개하여 1953년 〈제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공예부분 최고상인 문교부장관상을 받는다.

 

1954년 유강열은 통영 ‘양성소’ 주임강사를 사임하고, 국립박물관 미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한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도 꾸준히 출품하며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58년 미국 록펄러재단의 초청으로 도미하여 새로운 영역인 판화수업을 받음으로써 더욱 폭넓게 작품을 제작하는 조형작가로 자신감을 얻는다. 196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취임해 공예학과장을 맡은 유강열은 공예과를 신설해 기초 조형 교육을 강화하고 전공을 심화하도록 함으로써 한국 공예교육의 기반을 다졌다. 또한 다양한 판화기법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주요 국내외 전시에 출품하는가 하면, 1970년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 창설을 주도하는 등 한국 현대미술사에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유강열의 생애와 작품 활동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 공예와 판화의 발전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공예가, 판화가, 교육자로서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추구하며, 새로운 조형질서를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실천한 인물이었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강열의 작품 '무제'는 1970년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치 미국의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1) 를 연상케 하는 작업은 원색들과 자유로운 터치의 결합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중첩된 보색대비 위에 남겨진 검은 붓 터치는 율동감과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작품 제작의 현장감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 작품은 문자의 조형적 표현 혹은 서체적 추상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추사 김정희의 영향으로 서체의 전통이 강했던 고향 북청의 기억과 정서가 유강열 작품 저변에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유강열은 염색 공예와 다양한 판화기법을 통해 한국의 전통적인 구상 이미지에서 추상으로 변화시켜 한국의 얼을 현대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특히, 1986년 이후 작품은 한국적 이미지와 추상성이 지배적인 판화가 절정을 이룬 시기로 작품 '무제'는 ‘한국적 이미지의 조형화’ 실천의 정점에 놓인 결과물이다.

 

/최옥경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참고문헌

국립현대미술관, 〈유강열과 친구들: 공예의 재구성〉, 국립현대미술관 2020

 

※각주

1)1940년대 말에서 1960년 초까지 미국에서 전개된 추상회화의 경향이다. 주요 작가로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 1912-1956), 빌렘 데 쿠닝(Willem de Kooning, 1904-1997),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 등이 있다.

 

이 보도 자료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취재를 원하시면 경남도립미술관 운영과 최옥경 학예연구사(055-254-4637)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20. 공예와 판화를 통해 ‘한국적 이미지의 조형화’를 꿈꾼, 유강열 저작물은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20. 공예와 판화를 통해 ‘한국적 이미지의 조형화’를 꿈꾼, 유강열 저작물은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