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경남

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

[행복한 여행] 새해 새 다짐 산을 오르다…양산 천성산


 

산을 오르는 것은 늘 자신과의 싸움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현실의 고비라 생각하며 힘주어 걷다 보면

보다 단단해진 나를 발견하고 마침내 정상에 다다른다.

새해, 새로운 다짐을 위해 양산 천성산에 올랐다.

글 백지혜   사진 유근종   동영상 이솔희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곳, 천성산

 

천성산(千聖山·922m)은 영남알프스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양산의 명산임과 동시에 낙동정맥의 주요 능선으로 종주 꾼들이라면 반드시 지나는 산이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고, 여름엔 계곡, 가을엔 억새, 겨울엔 일출 등이 유명해 사계절 내내 인기가 좋다. 특히 한반도 내륙 산 가운데 동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 있어 수많은 인파가 찾는다. 통상적으로 가장 일찍 해가 뜨는 곳은 부산 금정산(해발 802m)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쪽을 향한 자오선 차이도 거의 없고 위도상으로도 비슷한 수준이라 천성산도 일출 명소로 손꼽힌다.

 

겨울 산은 쉽게 봐선 안 된다는 말에 스틱과 장갑 등 등산 장비를 철저히 챙겨 나섰다. 매서울 정도의 추위는 아니었지만, 찬바람에 코가 시렸다.

 

취재진은 정상에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홍룡사 코스를 선택했다. 홍룡사 경내를 둘러보고 왼쪽 해우소 방향의 숲 사이로 들어서면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만나는데 따로 이정표는 없지만 길은 선명하다.

 

임도처럼 넓은 길을 지나 등산로로 접어들면서부터는 가파른 경사에 호흡이 가빠졌고, 장딴지가 당길 정도로 바위들을 밟고 올라야 했다. 절대 만만한 산이 아니었다.

 


 

깨달음의 완성, 원효의 산에서 맞이하는 새해

 

천성산은 예고 없이 바위산이 앞을 가로막고 느닷없이 흙길로 인도하기도 했다. 그래서 산악인 사이에서는 흙산과 바위산이 조화를 이룬다는 평을 받는다. 이 악물고 온몸에 힘을 주며 오르내리길 1시간 30분. 서서히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정상 부근 능선에 드넓은 억새 군락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2002년 환경부가 습지 보전 지역으로 지정해 보호 관리 중인 화엄늪이었다. 800m가 넘는 산의 등성마루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3만 7000평이나 되는 이 늪에서 230종이 넘는 식물과 멸종위기 동물인 삵과 참매, 수리부엉이 등이 살고 있다니 자연의 신비는 알면 알수록 끝이 없다.

 

화엄늪은 원효대사가 1000여 명의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천성산에는 ‘산사태 위험에 놓인 1000명의 대중을 밥상을 던져 살려냈다’는 설화를 간직한 신라 고찰 내원사를 비롯해 원효와 관련된 곳이 많다. 그들이 원효대사의 설법으로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져 조선시대까지 원적산(圓寂山)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상이 원효봉인 것도 원효대사와 연이 깊어서다. 깨달음과 원효, 천성산에서 맞이하는 새해가 뜻깊은 이유다.

 

넉넉한 천성산에서 멋진 항해를 시작해보자

 

천성산 산행은 정상 원효봉과 천성산 2봉(811.5m)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효봉에 군부대가 있어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 실질적인 정상 역할을 한 바위 봉우리가 천성산 2봉이다. 바위 꼭대기답게 경치가 장쾌해 지금도 정상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상 부근 팔부능선에는 원효를 비롯한 많은 고승이 머물면서 수행했던 유서 깊은 사찰 원효암도 있다. 

 

2022년 12월 현재, 지뢰제거작업과 천성산 정상부 복원사업으로 등산로 일부가 통제 중이다. 

 

양산시는 천성산 지뢰제거 완료 시점에 맞춰 등산로 재개방을 비롯한 종합정비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원효암을 거쳐 한 바퀴 되돌아 홍룡사로 원점 회귀했다. 넉넉하게 4시간 정도 걸렸다. 다리에 힘이 풀릴 때쯤 미처 감상하지 못했던 홍룡폭포를 구경했는데, 운 좋게도 햇살이 비쳐 물줄기 사이로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꽤 멋진 마무리였다.

 

크고 작은 나뭇가지에 의지해 바위에 올라서기도 하고 돌부리가 디딤돌이 되기도 했던 산행을 되돌아본다. 어쩌면 처음부터 오르지 못할 산은 없는 게 아닐까. 걱정과 두려움을 내려놓길 잘했다.

 

거대한 고래 등을 보는 듯 넉넉했던 천성산. 그 고래 등에 올라앉아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멋진 항해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행복한 여행] 새해 새 다짐 산을 오르다…양산 천성산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여행] 새해 새 다짐 산을 오르다…양산 천성산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
월간 인기 기사
최근기사
경남소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