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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향기에 취한 상리 연꽃공원에 수련이 방글방글

온라인 명예기자단 조윤희

조윤희


 


 

여름이라 하기에는 아직 설익은 것 같은 신록의 시간이 나른하게 우리의 곁에 머문 요즘, 여름의 길을 재촉하는 꽃 중에 수련이 떠올라 작년에 다녀왔던 고성 연꽃공원이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도무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무작정 고속도로 위를 질주했답니다.
넓게 마련된 주차장도 반갑고 주차장 주위 모내기를 끝낸 논도 반갑고...

 

 


공원과 논 사이에 아직도 노랗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큰 금계국의 마중이 고맙기도 하더군요. '상쾌한 기분'이라는 꽃말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상쾌하게 만들어버리는 매력쟁이들이지요.

 

 


정오의 빛이 비비추 이파리 위에 머문 순간 서로 간택을 받으려는지 그저 사랑스러운 여린 잎사귀들이 발돋움하며 얼굴을 내밀며 발밑에서  연꽃공원의 풍경이 되고 있더군요.

 

 


꽃이 아직 안 피었구나 싶었는데 살포시 보랏빛 꽃송이를 벌려 방문자의 걸음에 즐거움을 주고 있네요. '신비한 사랑', '좋은 소식'이라는 비비추의 꽃말이 더 와닿게 말이지요.

 

 


꽃잎에 광(光)이 반질반질하게 나는 송엽국도 키 큰 나무 아래에서 무더기로 모여 자기들도 봐달라며 아우성입니다. '나태', '태만'이라는 꽃말과는 거리 멀게 생긴 열심에 제 카메라는 그들의 존재도 담아올 수밖에 없었답니다.
참, 이 송엽국은 사철채송화라고도 부르는데, 햇볕이 있을 시간 동안에는 꽃을 활짝 피우다가 저녁에는 오므라든다는 걸 아세요?

 

 

 

고성군 상리 연꽃공원은 주변에 있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사용하던 저수지(척번 소류지)를 공원으로 용도를 바꿔 꾸민 곳이라고 하더군요.
상리 연꽃공원은 삼천포와 고성을 잇는 지방도 1016번 도로와 33번 국도가 만나는 곳에 있는데, 고성, 통영 방면으로 가신다면 거쳐 지나가는 곳이겠고, 삼천포나 진주로 가신다면 조금 길을 돌아서라도 거쳐 지나가면 좋을 곳이랍니다.

내비게이션으로 주소를 검색하시려면 경남 고성군 상리면 척번정리 125-4를 찍으시면 되겠습니다.

 

 


예전에는 아마도 정리되지 못한 저수지로서 그저 농업용수의 기능뿐이었을 텐데, 저수지 가운데 돌다리를 만들어서 그 위를 밟고 지나가면서 수련이나 연꽃을 더 가까이 즐감할 수 있게 한 것이 볼수록 끌리는 거 있죠?

 

 


제가 좀 성급한 것인지 아직 만개하지 못한 수련과 연꽃이었고 5월 31일까지 공원 정비 사업을 해서인지 어수선한 부분도 없잖아 있었지만 이내 정리될 부분이겠기에 그리 신경 쓰이지는 않더라고요.

 

 


일단 공원 둘레를 한 바퀴하자 싶어 둘러보는데 백일홍이 빛을 받아 얼마나 반짝이던지요. '순결', '그리움'이라는 꽃말처럼 그 모습 고우니 시선 한 번 더 주게 되네요. 이 백일홍은 햇빛을 오래 받으면 아름다운 겹꽃을 피울 수 있는데, 혹시 백일홍을 보시다가 겹꽃을 보신다면 얘들은 햇빛을 오래 받았구나 하시면 되겠어요.

 

 


"이 연못은 원래 농업용 저수지였으나 못 아래에 문화마을이 들어선 후로 쓸모없이 버려져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상리면 주민들이 고성군의 지원을 받아 노력한 끝에 잉여 저수지를 아름다운 연꽃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정자를 세워 연담루(蓮潭樓)라 부르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마음의 안식을 찾는 고을의 유일한 연꽃 명승지로서 마을의 상징물이 되고 있다."라고 정자 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을 옮겨 봅니다.

 

 


마침 연담루(蓮潭樓)를 담고 잠시 땀을 식히자 싶은 제게 먼저 자리에 앉아 계시던 분들이 친절하게 빵과 귤, 요구르트를 나눠주시며 짧은 담소를 나누었답니다.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공원에서 이런 깜짝 선물이 얼마나 제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던지요. 창원에서 오신 분들께 이 공간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다시 한 번 더 전합니다. 질문 많이 하던 은우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떠오르네요.

 

 


연담루에서의 쉼을 통해 힘을 얻어 다시금 공원을 돌아보네요. 상리 연꽃공원 한가운데 있는 정자를 향해 한 걸음 두 걸음...

 

 


"높이 솟은 연담루에서 공원 전경을 두루 전망하고 회랑(廻廊,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이곳에 이른다. 이 정자에 앉으면 그윽한 연꽃향기 뿐 아니라 물속에서 뛰노는 고기떼의 즐거움까지도 살필 수 있어 지락정(知樂亭)이라고 이름하였는데, 이는 목은 이색(牧隱 李穡)선생의 상련시(賞蓮詩)에서 본받아 지은 것으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즐거움을 직접 경험하는 곳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이상은 지락정(知樂亭)에 관한 안내 푯말의 내용입니다.

 

 

 

지락정(知樂亭)에서 바라본 연꽃공원의 모습입니다. 연못 위에서 여름 여름 하는 것 같지 않으세요?

 

 


삶의 쉼표 한 점 찍을 수 있는 상리 연꽃공원의 길 위에 돌이 가지런하게 열을 맞춰 조화롭게 놓여 있고 중간 중간에 긴 의자들이 놓여 있어서 걷다가 지치면 앉아서 쉬면되고, 다시 일어나 걸으면 준비된 푸르른 힐링이 선물로 안겨지는 공원의 산책길이 비록 혼자서 방문했지만, 그 시간이  제게 고마움의 선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답니다.

 

 


공원 중간부에 층층이 쌓아 올린 돌탑이 파수꾼처럼 자리하고 있네요. 하늘과 땅, 그리고 물을 바라보며 서 있는 돌탑의 돌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간절함이 담겨 있겠지요.

 

 


꽃창포, 들꽃장포, 옥선화, 창포붓꽃, 화창포라고 불리는 꽃창포가 돌탑이 서 있는 뒤쪽의 연못에 심어져 있는데 제가 방문한 날은 아직 연못의 정리가 미처 다 되지 않아서인지 진흙 속에서 부드러운 노란색의 옷을 입고 서 있더라고요. 작년 이맘때에는 물속에 잠겨 있었는데 말이지요. 그럼에도 고운 모습은 여전해서 반갑더군요.

 

 


'좋은 소식', '심부름', '우아한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창포는 잎의 크기가 대형이며 창포와 비슷하게 생겼으므로 '꽃이 피는 창포'라는 의미에서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대요. 개화 시기는 6~7월이며, 꽃은 가지 끝에 한 송이씩 달리고, 바깥쪽 꽃잎은 안쪽에 노란색 줄이 있고, 안쪽 꽃잎은 뒤에 숨어 있답니다.
암술대는 3갈래, 수술은 암술머리 뒤에 숨어있고, 꽃은 화려하지만 향기가 없으며, 창포와는 다른 종류랍니다.

 

 

 

제 계절이 아니라서 그런지 잎만 무성한 연들 사이에 꽃을 피우고 있는 수련들의 모습이 수면 위를 채우고 있답니다.

 

 


대개 6월에 꽃이 약 3일간 피었다 졌다 하며 오늘날은 관상용으로도 재배되는 수련이 연못의 잔잔한 물 위에 고개를 내밀고 있어서 참 반가웠답니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이사를 다닐 때마다 집 마당에 작게나마 연못을 만들고 수련을 심어 정원을 가꾸면서 수련에 대한 애착을 보여 작품에도 연작을 제작할 정도로 수련을 사랑한 모네가 연꽃공원을 본다면 얼마나 멋진 작품으로 화폭에 담아 알릴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할 정도로 수련의 모습이 벌써부터 탐스러웠답니다.

 

 


수련의 꽃말은 '청순한 마음', '담백', '순결', '신비'로 알려져 있으며 색깔별로 꽃말을 갖고 있어서 살짝 알려드릴게요.
하얀 수련은 '당신의 사랑은 순결합니다.'
노란 수련은 '당신은 애교가 없어요.'
붉은 수련은 '당신의 사랑을 알 수 없어요.'

 

 

 

고대 이집트에서는 옛날부터 수련을 신성하게 여겨왔대요. 특히 하늘색 수련을 귀중하게 여겼는데, 꽃잎이 태양의 햇살처럼 펴지고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오므라들며 토지와 생물에 생명을 주는 나일강에서 자라기 때문에 더욱 귀중한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해요.

 

 

 

수련에 관련된 전설 하나 들려드릴게요.

'어느 연못가에 수련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해 질 무렵 연못가에 쓰러져 숨이 끊어질 듯 신음하는 젊은 나그네를 발견했답니다. 수련은 그를 마을 청년 청해와 함께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간호했고 그런 수련에게 나그네는 사랑을 느끼게 되었지요. 그런데, 마을 청년인 청해 또한 수련을 사랑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수련을 가운데 놓고 다투기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수련의 사랑을 서로 차지하려는 두 사람은 수련에게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고 이를 괴롭게 바라보던 수련은 날이 밝으면 대답해 주겠다고 하면서 두 사람을 돌려보냈지요. 드디어 아침이 밝자 답을 기다리는 두 사람에게 기다려도 끝내 나타나지 않은 수련. 그때 연못 위에 이름 모를 꽃이 핀 것을 보고는 두 사람이 그 꽃을 오지 않은 수련을 떠올리며 수련이라고 했답니다.'

 

 


얼마나 잠을 많이 자면 수련(睡蓮)이라 했을까요? 사람은 잘 때 눈꺼풀을 덮지만 수련은 개화 초기에 날씨가 흐리거나 해가 지면 꽃을 오므리고 해가 뜨면 꽃잎을 열기 때문에 잠자는 연이라고 해서 수련(睡蓮. 즉, '수'가 '물 水'가 아니라 '잠잘 睡')이라고 부르게 된 거래요.

 

 


작년과 달리 연못의 물이 넉넉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제 역할 담당하며 진흙 속에서도 꽃을 피운 수련의 모습에서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려고 했던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져 다시금 다잡자 싶은 마음에 접사로 담아보았네요.

 

 


농업용수로 사용되었던 저수지를 연꽃 공원으로 만든 고성의 노력에 여름이 불어와 공원 주변의 논과 공원의 수련을 매만지니 다가올 7,8월도 아름답게 산책할 수 있겠다 싶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고성 상리 연꽃공원.

삶의 여유 한 줌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연꽃공원으로 힐링하러 오세요.


수련에 숨긴 사랑/조윤희


설익은 여름 향기
한 아름 쏟아진 연꽃공원에
초록빛 그림자 사이에서
일렁이는 황홀한 기적들이
고운 꽃신 신고
걸어옵니다

날마다 들려주고 싶은 말을
꽃의 모국어로
노래하며
애타게 그리워하는
여린 마음 한 줌이라도
알아준다면...

정지되지 않은 시간
향기로운 계절을 담아오던
바람의 길 앞에 서서
기억 안에 새겨진
그대는
언제나 사랑이라고

사랑
그 한 마디에
몰려드는 심장의 진동이
잔잔한 물 위에서
수줍은 듯
해의 그림자처럼 핀
수련 속에
숨겨두었다는 것을
그대는
언제나 알게 될까요

 
조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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