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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nam Art Museum

보도자료

[경남신문·경남도립미술관 공동기획- 한국 미술을 빛낸 경남의 거장들] (7) 이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4-11

[경남신문·경남도립미술관 공동기획- 한국 미술을 빛낸 경남의 거장들] (7) 이준

 

 

1919년 남해 출생… 광복 후 마산서 한국적 유화 구현

진보적인 신감각파 미술가들과 ‘창작미술협회’ 결성

6·25전쟁 시대 상황 맞물린 우리 현실 화폭으로 옮겨

2021년 타계하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색채 추상 탐구

‘만추’ ‘꿩’ ‘점두’ ‘가두’ ‘투영’ ‘추’ ‘춘원’ 등 대표작

 

“나에게 남해라는 곳은 빛의 고향이고, 색의 원천이며 영원한 노스탤지어이자 영감의 근원이에요. 빛과 형체, 그리고 색채가 어우러진 자연을 보며 색을 통해 빛을 느끼고 싶었고, 빛을 통해 색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화풍과 상관없이 내 모든 작품 속에 녹아있는 정신이에요. 둥그런 섬 남해, 그 앞바다엔 곡선이 있고 햇빛에 반사된 빛을 머금은 자연이 있는 맑은 곳 - 그래서 남해는 영명하고 풍부한 색을 가진, 내게는 빛의 고향이에요.”

 

남사(藍史) 이준(李俊, 1919-2021)은 지형적으로 어느 방향에서나 바다와 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풍광을 느낄 수 있는 남해에서 출생했다. 그의 화면은 기하학적인 순수 색면 추상에 도달하고 있지만, 자연에 대한 감동으로부터 색면의 조직과 색채의 체계가 구성된다. 1960년대나 1970년대의 일련의 작품 명제들 ‘춘’ ‘산하’ ‘달무리’ ‘잔영’ ‘잔광’ ‘계명’ ‘하늘’ 등도 이러한 작업태도를 반영하는데, 이 점은 그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남해 바닷가 출생이라는 사실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934년 남해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와카야마 상업학교를 다니며 화가의 삶을 꿈꾸었다. 1939년부터 태평양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하여 유럽에서 유학한 일본인 교수들로부터 일본적 인상주의라고 하는 ‘외광파’에 영향을 받으며 해부학과 동양미술사를 배웠다. 1945년 광복 후 귀국하여 마산에서 활동한 작가는 한국의 전통과 정서를 통해 한국적 유화를 구현하고자 했다.

 

한국적 유화에 대한 관심은 6·25전쟁이라는 시대 상황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현실을 화폭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갔다. 1950년 9·28 서울 수복 이후 작가 오영수(1909~1979), 유치진(1905~1974), 화가 김재문(1911~1985) 등과 함께 종군문인단인 ‘문총구국대’ 활동에 이어 1951년 부산 피란 시절, 문신(1923~1995), 권옥연(1923~2011), 김훈(1923~2013) 등과 함께 ‘후반기 동인전’을 결성하여 새로운 회화에 대한 시도로서 대상의 변형을 통해 내면의 풍경을 표출하는 모던한 회화방식을 탐구했다.

 

전쟁이 끝나자 서울에서 활동을 전개한 이준은 ‘만추(晩秋)’(1953), ‘꿩’(1953), ‘점두(店頭)’(1958), ‘가두(街頭)’(1958)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앵포르멜 미술의 영향 아래 대상을 분석하고 해체하는 분석적 큐비즘과 표현주의적 경향의 작품을 제작했다. ‘만추’(1953)의 ‘국전’ 대통령상 수상을 계기로 이화여대 교수로 임명되었던 이준은 당시 국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보다 진보적인 신감각파 미술가들과 ‘창작미술협회’를 결성하여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회화 이념보다는 색채와 형태의 구성적인 배합을 통해 자연의 시정을 성실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준의 1950~1960년대 초기 작품들은 서정적 추상과 그 흐름을 같이하면서, 순수추상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이미지를 담고 싶어 했던 작가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었다. 이후 발표한 ‘투영(投影)’(1962)과 ‘추(秋)’(1968)에서 미묘한 빛의 파편에 따라 잘게 부서지고 분할되는 화면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만개한 봄의 정원을 표현한 ‘춘원(春園)’(1967)으로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이미 실험과 설치, 옵티컬한 기하추상으로 변모한 국제 무대와의 만남은 작가가 1970년대 과감하게 기하학적인 추상미술로 나아가는 촉매제가 되었다.

 

1970년대에 제작된 기하학적 추상은 대상을 선과 면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1950년대 표출되었던 큐비즘에 대한 관심의 연장으로 볼 수 있으나, 형태보다 빛과 색채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되었다. 그는 ‘빛’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표현하고자 감산혼합을 사용하여 순도 높은 색채로 화면을 분할해나갔다. 캔버스 대신 두터운 골이 팬 골판지의 패턴을 활용하여 표면의 질감을 통해 반복적인 선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치밀하게 계산된 듯한 선과 면들의 구성은 날카로운 선들로 대상을 해체하면서도 자연물의 형태를 남겨두었다. 다시 말해 그의 분할된 화면에서 기하학적 도형으로 은유된 해와 달, 산과 바다가 빛의 리듬을 타며 살며시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1984년 교수직 퇴임 후 “이제야 진정한 작가로서의 작품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며 거침없는 색채와 구성으로 대작들을 그려냈다. 1980년대에 제작된 ‘송(頌)가’ 시리즈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우리 산하에 대한 찬미로 제작되었다. 1985년 제작된 ‘송(頌)-금향(錦鄕)’은 사선을 활용한 역동성과 우연성을 바탕으로 대칭적인 균제미를 느껴볼 수 있다.

 

한편, 꽃의 모양을 놓아 만든 돗자리인 ‘화문석’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작가의 작품은 1990년대부터 점차 더 촘촘하게 배열된 패턴추상으로 변화한다. 분할된 면을 따라 칼질하고 떼어낸 후 채색하는 과정이 무한 반복된다. 2021년 상수를 넘기며 타계하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색채 추상을 탐구한 그의 작업은 일종의 ‘수행’ 과정으로서 불완전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아득한 진리를 발견해 가는 여정이었을지 모른다.

 

이미영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이 보도 자료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취재를 원하시면 경남도립미술관 운영과 이미영 학예연구사(055-254-4635)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남신문 (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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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경남도립미술관 공동기획- 한국 미술을 빛낸 경남의 거장들] (7) 이준 저작물은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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