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월정(弄月亭)은 경남 함양군 안의면 월림리, 팔담팔정(八潭八亭)의 계곡인 화림동 계곡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장수에서 함양 안의를 잇는 도로인 26번 국도를 타고 육십령을 넘으면 화림동계곡을 따라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이 차례로 나오고 마지막으로 이 농월정이 나타나는데, 그 위치나 형태면에서 가히 화림동 정자권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수 있다.
농월정앞 계곡 1천여 평은 됨직한 너럭바위 위에 그림같이 올라앉은 농월정은 "달을 희롱하며 풍류를 즐긴다"는 뜻으로, 농월정 뒤편은 소나무가 울창한 산자락이고, 앞은 너른 반석이 펼쳐져 있는 계곡이다. 이 넓은 반석이 달빛이 비추는 바위라는 뜻의 월연암(月淵岩)인데, 자그마한 철다리를 통해 물을 건너야 밟아볼 수 있다.
동해 무릉계곡 만큼이나 넓어 탁족의 명소로 이름이 높으며, 여름 휴가철이면 반석이 비좁아질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이름처럼 물 속에 떨어지는 달빛이 솔바람에 일렁이며 객들을 희롱해 여름밤 야영과 산책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
농월정은 선조 때의 학자이자 의병활동가였던 지족당 박명부가 정계에서 은퇴한 후에 지은 정자로 알려져 있다. 달을 희롱하는 정자라는 이름처럼 호방한 기운이 넘쳐나는 농월정은, 이름과 실재의 경치가 완벽하리 만치 잘 어울려 보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무래도 정자가 없었으면 풍경이 심심해 보일 정도로 정자는 적소에 잘 자리잡고 있다. 계단을 밟고 누각에 오르면 새로 단청을 칠하고 기둥을 받친 농월정의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추녀 끝을 높이 들어올려 날아 오를 것 같은 정자는 바람막이 작은 방을 가운데 두고 걸터 앉을 수 있는 계자난간을 둘러 특이한데, 난간에 앉아 물길에 파인 너럭바위를 휘돌아 흐르는 청류를 보노라면 시 한 수나 노래 한 자락이 자연스레 읊조려 진다. 특히 비 오는 날 정자에서 바라보는 월연암의 풍경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농월정앞 월연암 아련히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푸른 빗줄기에 젖은 채 몸을 드러내는 월연암의 모습은 안개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환영을 보는 듯 매혹적이다. 장마 끝, 계곡 그 파랗고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내릴 즈음에 찾은 월연암의 풍치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누각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누각 오른쪽에 있는 바위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족당장 구지소(知足堂杖銶之所), 즉 지족당이 지팡이 짚고 신을 끌던 곳이라는 뜻의 글귀가 새겨져 있는 이 바위에서 그 옛날 영남 선비의 풍류를 만날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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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8-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