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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의령 동부 중심상권 한지축제로 전통 계승

시장은 예부터 사람의 거주나 왕래, 경제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의령군의 지역성과 역사성에 비춰볼 때 장시로 불렸던 옛 시장의 시발과 발전은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늦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신반시장은 공식 기록에 나타나는 개설 시기나 그에 앞서 조선시대부터 한지 생산과 유통의 중심지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역사가 아주 깊은 시장으로 보인다.

의령군 내 읍면별 정기시장 개설허가 일자를 보면 의령시장은 1932년 6월 1일, 신반시장은 한 달 뒤인 7월 1일이다. 이어 정곡면 중교시장이 1937년 3월 허가받았다. 그 뒤 1950년대에 화정면 화정시장(1955년 2월)과 대의면 대의시장(1958년 2월)·봉수면 서암시장(1959년 4월) 등 3개 시장이, 1975년 1월 칠곡면 칠곡시장과 궁류면 궁류시장, 유곡면 유곡시장 등 3개 시장이 동시에 개설허가를 받아 의령군 내의 시장은 9개로 공식 기록에 나온다.

하지만 경남도사에는 의령의 정기시장이 1954년 6개, 1956년 4개, 1960년 7개로 나타나 의령군지의 기록과 다르다. 이는 옛날 가뭄이 극심할 때 시장을 옮기면(천시遷市) 비가 내린다고 믿는 풍속이 있어 일부 지역의 장을 일시 폐장하고 인근 지역 시장과 합장한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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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지명 '신반'과 함께 널리 알려져

이런 가운데 지금도 4·9일 정기시장으로 명맥을 이어오는 신반시장은 기록에 나타나는 의령군 내 9개 시장 중 개설 시기나 규모 면에서 의령읍의 의령시장 못지않은 명성을 이어왔다. 이는 신반시장이 자리한 부림면의 지리적 위치와 깊은 역사성에 기인한다.

의령군 동부지역에 위치한 부림면은 부림(富林)이라는 면의 지명보다 면소재지인 신반(新反)이라는 지명으로 더 알려져 있다. 의령군지에 따르면 부림면 일대는 고려 때 신번현(新繁縣)이었으며, 조선시대에도 신번이라는 지명을 썼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의령군의 26개 면이 14개 면으로 통폐합되면서 부산·보림·경산등 3개 면의 통합으로 부림면이 행정구역이자 지명으로 등장했다. 면소재지는 신반리로 오랫동안 의령 동부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 좀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부림면의 뿌리 있는 지명은 신번(新繁)이다. 특히 이곳은 조선시대 역참 신흥역(新興驛)이 있었던 지역이며, 종이와 장판지가 많이 생산돼 소득이 높은 곳이다.

이에 의령군지는 새롭게 번창하고, 새롭게 부흥한다는 '신번'이나 '신흥'이 좋은 지명이므로 언젠가 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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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까지 전국 한지 상인으로 북적

신반시장 공영주차장 한쪽에 자리한 컨테이너 쉼터에서 만난 신반 어르신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신반장이 지금의 신반교 삼거리 부근 동동마을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안국제(安國濟) 면장 때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는 게 어르신들의 기억이다.

부림면 연혁에 초대면장으로 나오는 안국제 면장의 재임기간이 1945년 1월 1일부터 1948년 즈음이라 8·15해방 전후에 지금의 장소로 이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하기 전 동동마을 장터를 '새장터'로 불렀다고 하니 그 전에는 또 다른 곳에 신반장이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어르신들은 그중 시장이 가장 번성했던 시기를 시골에 사람이 많이 살고, 교통이 불편했던 1950년대와 60년대로 떠올렸다. 어르신들이 어릴 때인 1940~50년대에도 신반장은 전국에서 모여든 한지와 장판지 상인들과 의령·합천 동부, 창녕 서부지역 사람들이 몰리면서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당시까지만 해도 의령에서 생산된 한지는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대구와 서울 한지 상인들이 신반장을 주로 찾았으며, 서울 세검정지물포에는 의령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당시 신반천 냇가는 한지를 말리느라 하얗게 뒤덮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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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 유입요인 없어 갈수록 위축

지번 주소에서 도로명 주소로 주소가 개편되면서 부림면사무소 옆을 따라 신반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길의 도로명이 신번이라는 옛 지명에 따라 '신번로'로 정해졌다. 의령 동부지역의 중심 상권이자 오랜 역사를 가진 신반시장은 신번로7길, 9길, 10길 일대에 자리 잡고 있다.

1997년 의령군의 시장현대화사업으로 새롭게 단장한 신반시장은 대지 7568㎡에 건물 연면적 1700㎡로 의령시장 다음으로 큰 규모다. 하지만 입점 점포는 55개에 불과하고, 5일마다 서는 장날에도 이용고객이 100여 명에 불과할 만큼 위축돼 있다. 이 같은 신반시장 분위기는 "회장을 할 사람이 없어 10년째 맡고 있다"는 구연갑 신반시장번영회장의 말에서도 잘 묻어난다.

25살 때부터 45년째 신반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구 회장은 "신반에만 농협과 축협, 탑마트 등 마트가4개나 들어서 있다"며 "지역 특성상 별다른 외지인 유입 요인도 없어 시골지역에 사는 어르신들이 장날 나들이 겸 나오는 것 외엔 이용객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 회장은 "시장 활성화에 대한 말은 하지만, 귀농정책 등으로 획기적인 인구유입이 있지 않는 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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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지축제 10월 4~5일 이틀 개최

신반시장은 그나마 의령군내 면소재지에서 지금까지 서는 정기시장 중 가장 활발하다. 장날이면 부식과 잡화 등 가게가 문을 열고, 농산물 등을 중심으로 한 노점 30여 개가 펼쳐지며 시골장터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말과 장날이 겹칠 땐 고향을 떠난 자녀들이 부모님 집에 왔다가 시장에 가끔 들러

그래도 조금은 나은 편이라고 한다. 추석을 앞둔 대목장에 찾아간 신반시장은 벌초하러 고향을 찾은 도시민들로 시장통 국밥집이 대목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신반시장번영회는 매년 가을이면 시장통 아케이드 사거리에서 한마음 대축제를 열어 전통시장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을에 열리는 의령한지축제도 대표적인 볼거리다. 올해 아홉 번째 열리는 의령한지축제는 한지의 고장 의령의 역사와 전통을 널리 알리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 문화관광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한지축제는 10월 4일과 5일 이틀간 신반시장 공영주차장에서 열린다. 축제는 공연과 전통놀이등 이벤트행사로 축제분위기를 살리면서 한지액자 만들기, 닥종이 인형만들기 등 한지 관련 각종 체험행사가 인기를 끈다. 한지로 만든 각종 공예품을 전시하는 전시행사도 이색적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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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종이' 한때 전국 생산량 절반 차지

■ 의령한지의 유래

부림면 신반리에서 대한로를 따라 서쪽으로 8㎞ 정도 가다 보면 봉수면 서암리 서암마을 차로변에 의령전통한지전시관이 나온다. 서암마을 북동쪽 국사봉(國師峯·688m) 자락 일대가 고려시대부터 한지를 생산한 곳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고려시대 국사봉 중턱 계곡에 대동사(大同寺)라는 절의 설(薛)씨라는 주지스님이 어느 봄날 산자락에 나 있는 야생닥나무 가지를 꺾어보았더니 껍질이 아주 질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닥나무 가지를 개울물에 담가두었다가 건져내니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섬유질이 생겼고, 이를 돌로 찧어 너럭바위 위에 얇게 펴서 말렸더니 닥종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천년종이'로 불리는 한지는 이렇게 탄생했다.

의령한지는 조선시대 진상품으로 조정에 올리기도 했고, 중국에까지 팔려나가면서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이런 연유로 이곳 지명이 한때 지촌면(紙村面)으로 불리기도 했다.

주로 농한기인 겨울철에 생산하는 한지는 제조과정에 물을 많이 사용한다. 질 좋은 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질이 좋아야 하고, 겨울철에도 수량이 많아야 한다. 이에 따라 물 좋은 신반천이 흐르는 이곳 서암마을과 하류인 부림면 신반리, 그리고 유곡천이 흐르는 유곡면 마두마을 등 세 곳에서 한지를 주로 생산했다.

한지가 생활필수품일 때 의령한지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리고 의령은 병풍으로도 유명한데, 병풍의 주 생산지는 궁류면이다. 장판지와 병풍도 닥나무에서 생산된 한지를 원료로 한 것이라 의령이 전통한지의 고장으로 유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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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의령 동부 중심상권 한지축제로 전통 계승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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