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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뭘볼까]무속신앙, 한국의 신명을 보다

큰머리를 한 무녀의 오른손에는 부채가 들렸고 왼손에는 방울이 쥐여 있다. 신당 한쪽에는 악사들이 북이며, 장구, 징, 피리, 대금, 그리고 거문고를 이용해 악을 울리고 있다. 무녀는 음악에 맞춰 장삼자락을 휘저으며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소리를 하기도 한다. 서서히 무녀는 무아지경으로 들어가고 멍하니 구경하던 주위 사람들도 어느새 두 손을 비비며 기도를 하고 있다.

한참을 신명에 겨워 몸을 움직이던 무녀가 방울소리를 딸랑이며 “여봐라~”하고 호흡을 가다듬으면, 악사들도 연주를 멈추고 주변 관람객들도 한숨을 돌린다. 한국의 무당굿은 몰입도가 아주 높은 민속이다. 기복신앙과 결부되었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무속은 한국인의 신명이 오롯이 반영되는 연희이기도 하다. 무속은 오랫동안 우리 문화 저변에서 맥을 이어왔다. 지금은 인터넷을 이용해 사주를 봐주는 차원까지 변화의 길을 걷고 있기도 하지만 일부는 문화재로 인정을 받으면서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를 보여주는 차원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주말에뭘볼까)20160420무속신앙한국인의신명1특별전시실 입구. 전시유리관 안에는 무녀가 쓰는 큰머리가 전시되어 있다.

오는 6월 30일까지 이러한 무속에 대해 특별전을 여는 곳이 있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무속에서 사용되는 각종 도구들과 신당의 인테리어 소품들, 그리고 마산성신대제 영상물을 확보해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 한쪽에 “별신굿은 어민들의 종교 신앙인 동시에 그들의 연극이며, 문학이고, 서커스이며, 쇼이고 만담이기도 한 종합 예술문화체이다.-한국민속학개설”이란 글귀가 있다. 전시회 안내를 맡은 김수진 학예사는 이 말이 이번 특별전을 개최하게 된 이유라고 했다. 무속을 미신으로 보지 말고 우리 문화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 관심을 가져달라는 얘기다.

그리 크지 않는 전시실을 한 바퀴 돌면서 김수진 학예사의 설명을 들었다. 혹시 독자께서 이 특별전을 보러 가게 되면 꼭 학예사의 설명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둘러본 대로, 설명 들은 대로, 안내 리플릿에 적혀있는 대로 대략 소개해드리니 관람하기 전 사전지식으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큰머리는 남해안별신굿보존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전시 기간 빌려주었다고 한다. 큰머리는 금속과 유리구슬을 장식해 만들어졌다. 머리에 박힌 유리구슬은 가야시대의 구슬로 추정되며 우주를 표현하였다고 한다. 중심에 있는 빨간 구슬이 태양계를 의미하며 나머지 구슬들은 태양계를 둘러싼 은하수, 그리고 여러 행성을 표현한 것이다. 머리 위쪽에 부착된 청동장식 원정은 산호장식을 형상화한 것이며 가운데 ‘卍’자가 새겨진 것은 사찰의 대표적 문양인데 길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주말에뭘볼까)20160420무속신앙한국인의신명2특별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포스터.

굿이란 무엇일까. 특별전시실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굿을 설명한 패널이 걸려 있다. 굿의 사전적인 의미는 민속 무속의 종교 제의로 무당이 음식을 차려 놓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귀신에게 인간의 길흉화복을 조절하여 달라고 비는 의식. 그래서 인간과 신령을 잇는 존재가 무당이며 그래서 아주 옛날에는 단군왕검처럼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한 형태의 존재는 전 세계에 다양한 형태로 분포되어 있으며 정치와 신앙이 분리되면서 각자 다른 형태의 세력으로 변화하면서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으리라.
(주말에뭘볼까)20160420무속신앙한국인의신명3무당이 머리에 쓰던 전립과 나무신칼, 삼지창, 그리고 방울.

무당이 쓰는 모자 중의 하나인 ‘전립’이 전시되어 있다. 무당은 굿거리에 따라 다양한 포(옷)을 갈아입는데 직급이 낮은 군인이 쓰던 이 전립을 쓰고 굿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목제 신칼과 목제 삼지창. 현재 흔히 쓰이지는 않는 무굿 도구들이다.

대부분 무속인들이 쓰는 도구는 금속으로 된 신칼과 방울이다. 그리고 부채도 필수 도구 중 하나인데, 거의 합죽선을 사용하며 산신령이나 팔선녀, 나비와 꽃, 관운장, 제갈량, 장비, 승려 등을 원색으로 화려하게 그려넣은 것이 특징이다.
(주말에뭘볼까)20160420무속신앙한국인의신명4무당이 사용하던 부채, 무선이라고 한다. 금속신칼과 방울.

(주말에뭘볼까)20160420무속신앙한국인의신명5무복.

당집(신당)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을 알겠지만 건물 내부 벽에는 무당이 모시는 신이 그려져 있다. 그것을 설명한 패널이 오른쪽 끝에 걸려있다. 옮기면.

“무신도, 신을 그리다. 한국 무속신앙에서 숭배의 대상이 되는 신을 신령이라고 한다. 신령은 인간의 세속적인 모든 부분을 관장하므로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며 각각 맡은 소임이 있어 액운과 잡신을 물리치고 인간에게 부귀와 수명장수 등 직접적으로 여러 공덕을 베풀어주는 존재이다. 신령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 것을 무신도라고 하는데, 무신도는 신령의 실재적 신체를 표현한 그림이기 때문에 무신도 자체가 곧 신으로 신성시되며 신을 모시는 신단에 무구들과 함께 모셔진다.”
(주말에뭘볼까)20160420무속신앙한국인의신명6일월신앙을 나타낸 부채.

해와 달을 숭배한 신앙은 토템이 자리잡았던 원시시대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천문학이 해와 달의 실체를 밝혀내기 전까진 지구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인류가 갖는 공통적인 숭배대상이었으리라.

하물며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앉는 용상 뒤에 그려진 그림을 봐도 알 수 있다. 일월오봉도. 일월은 음양의 이치를 나타내는데 무속에서 해와 달을 한 쌍으로 모시는 것은 특히 부부에게 좋은 금실을 안겨달라는 소원이 들어 있기도 하다.
(주말에뭘볼까)20160420무속신앙한국인의신명7동방삭 나무인형.

전시실 안쪽에 무속신앙과 별 상관이 없을 듯한 나무인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동방삭’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동방삭이 누구인가. 수식어가 말해주듯 삼천갑자 동방삭이 아니던가. 삼천갑자면 60년을 3000번 곱한 숫자이니 18만 살이나 되는 인물이다.

물론 설화다. 동방삭은 중국 산동성 사람이다. 강소성으로 옮겨와 문인으로 활동한 사람인데 선계의 복숭아를 따먹고 오래 살았단 얘기도 있고 저승차사에게 뇌물을 주어 수명 ‘30’을 ‘3000’으로 고쳐 오래 살게 되었단 얘기도 있다. 염라대왕을 피해 도망을 다니다가 아내의 고자질로 죽게 되었단 얘기도 있다.

동방삭의 이러한 스토리는 무속에서 아주 호기심이 당기는 캐릭터였을 것이다. 무병장수를 바라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인물인 것이다.
(주말에뭘볼까)20160420무속신앙한국인의신명8남해안별신굿에 사용되는 부채.

무당들이 모시는 신 중에는 역사 속 실존인물들이 많다. 그것을 소개한 패널이 있다.

“무당 수호신 최영장군. 장군·제장은 위력을 가진 무신으로, 인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무신이 인격화되어 있는 신으로는 중국출신 유비·관우·장비·조자룡 등이 있고 한국 춝신으로는 태조 이성계·최영·임경업 등이 있다.”

패널에는 이어서 최영 장군이나 임경업, 남이 장군 등이 무신으로 모셔지는 것은 억울한 죽음 때문이라고 설명해놓았다.

마산박물관의 이번 특별전에는 ‘성신대제’를 다룬 코너가 있다. 성신대제는 조창이었던 마산을 대표하는 별신굿이기 때문이다.
(주말에뭘볼까)20160420무속신앙한국인의신명9남해안 별신굿에 사용되는 악기들.

마산의 성신대제만큼이나 유명한 민속인 남해안별신굿에 대한 자료도 전시되어 있다. 남해안 별신굿은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전통민속이다.

성신대제는 조곡을 싣고 서울 가는 배가 안전하게 순항하길 바라는 염원에서 이루어진 굿이라면 남해안 별신굿은 어촌의 평안과 어민들의 장수, 풍요를 기원하는 굿이라는 차이가 있다. 별신이라는 말은 별의별 신을 대상으로 한다는 뜻도 있고 하늘의 별을 대상으로 한다는 뜻도 있다. 성신대제는 별 성(星)자를 쓰는데 어원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참고 : http://news.gyeongnam.go.kr/?p=59969)

문의 : 055-221-5050
(주말에뭘볼까)20160420무속신앙한국인의신명10기획전시실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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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뭘볼까]무속신앙, 한국의 신명을 보다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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