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칼럼

“아빠 미안해요”

“선생님, 내 말 좀 들어 보이소. 우리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인데 공부는 뒤에서 3등이고 게임은 우등생입니다. 머리는 내장산 단풍처럼 물들이고 바지는 무릎 부분을 찢어서 입고 신발은 뒤축을 꼽쳐 신습니다.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콧구멍은 굴뚝입니다. 아들을 바로 잡으려고 달래도 보고 혼내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방망이로 때리기도 해 봤지만 그럴수록 부자간에 정만 멀어지고 이제는 눈도 마주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저를 찾아 상담을 한 어느 아버지의 하소연입니다.

그러던 녀석이 완전히 모범생(?)이 되고 성적은 3개월 후에 반에서 18등을 했습니다. 이제는 그 아들과 아버지는 친구처럼 사이좋은 관계가 되었고 주말이면 부자간에 데이트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었을까 궁금하시죠.

필자는 그 아버지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 주었고 아버지는 성실하게 이행을 한 결과입니다. 조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들에게 사과 편지를 쓰세요. 고등학교 1학년 시기는 사춘기 중기(中期)로서 자아 정체성이 어느 정도 성장했기 때문에 타인의 간섭이나 외부의 압력을 받기 싫어합니다. 모든 것을 자기 주관에 따라 생각하고 결정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아무리 자기 행동이 옳지 않아도 강압적인 훈계와 간섭에는 아예 마음 문을 닫아 버립니다. 부모의 훈계는 잔소리로 들립니다. 일방적인 훈계는 엎어진 그릇에 물 붓기 식입니다. 간섭이나 일방적인 훈계보다는 자녀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부모위주로 간섭하고 통제한 것에 대한 사과(?) 편지를 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말보다는 글로 쓰는 것이 자녀의 마음을 감동시킵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담아 꽃 편지를 써서 책상 위에 놓아두거나 우편으로 전달하면 더욱 좋습니다. 처음엔 반응이 없더라도 2~3회 편지를 써야 합니다.

둘째, 단둘이 데이트를 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이면 데이트를 신청하세요. ‘얘야, 시간 좀 내어 주겠니? 아빠는 너와 데이트를 하고 싶구나.’ 라고 요청하면 금방 응할 수도 있고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거절하더라도 한 번 더 요청을 해야 합니다.

데이트는 장소는 집에서 약간 떨어진 호젓한 장소를 선택하고 자녀에게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데이트 시 대화내용은 자녀의 잘못이나 성적은 절대로 거론하면 안 됩니다. 자녀가 잉태되었을 때 부모로서의 설레던 마음과 양육하면서 힘들어도 보람으로 양육했다는 추억담을 들려주면 좋습니다.

자녀의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어깨를 껴안아 주면서 심중에서 우러나는 부모의 정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때 부모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자녀가 말을 하게 하고 공감하면서 경청해 주어야 합니다. ‘아하 그랬구나. 네 말에 일리가 있네. 네 마음을 미처 몰랐구나.’ 등등의 말로 반응해 주어서 자녀의 가슴에 쌓인 분노와 부모에 대한 보복(?) 심리가 해소되게 해야 합니다.

앞에 상담을 했던 아버지는 진심으로 실천을 했고, 아들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아빠 미안합니다. 아빠의 강압적인 잔소리가 싫어서 일부러 비행을 저질렀습니다. 아버지의 화내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내심 즐겼습니다.

이제 착한 아들이 되겠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버지의 훌륭한 아들이 되겠습니다.’ 데이트를 하는 그날 밤 그 부자는 서로 부둥켜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그 아들은 변했고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있습니다.

- 하언승(후세대 부모역할 지원센터 소장)

“아빠 미안해요”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아빠 미안해요”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