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호
‘농촌마을 골든타임 길라잡이’
농촌의 좁은 골목길은 소방대원에게 거대한벽이나 다름없었다.의령소방서의‘농촌마을 골든타임 길라잡이(이하 농골길)’는 안전 사각지대를 없앤‘시스템 혁신’의 결과물로2025년 경남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까지 거머쥐었다.아울러 행정안전부가 주관한‘2026지방정부 적극행정 종합평가’에서경남도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1등 공신이다.규제의 틀을 깨고 도민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경남형 적극행정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발로 뛴238개 마을 기록소방 장비가 잘 갖춰진 복합·고층 건물이 즐비한 도시와는 다르게 농촌 지역의 협소한 골목길은 화재 발생 시 큰 장애가 된다.물탱크가 실려 있는 대형 소방 차량의 진입을 가로막아 골든타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불이 난 최심부까지 몇 개의 호스를 이어야 하는 불가피한 여건들이 그 이유다.특히2024년8월24일 의령군 부림면 대문동 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로 거동이 불편한60대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접하면서 현장 대원들은‘현장의 한계를 극복할 실질적인 전술 개발’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가슴에 새겼다.이를 계기로 의령소방서 현장대응단은 데이터 기반의 해법 찾기에 착수했다.전 대원이 관내238개 행정마을을 직접 방문해 마을 입구부터 최심부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도로 폭과 회전 구간의 곡각지 상태를 정밀하게 전수 조사하는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특히 이 프로젝트에서 돋보이는 점은 소방 차량별로 명확한 진입 기준을 수립했다는 것이다.구급차는2m,펌프차는2.4m,물탱크차는2.5m라는 구체적인 차폭 기준을 적용해 각 마을의 도로 상황과 대조했고,이를 통해 어느 지점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지,소방호스는 최소 몇 매(1매당15m)가 필요한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브레인 맵’을 탄생시켰다.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머릿속에 최적의 전술 지도를 그리게 된 것이다.이뿐만 아니라 각 마을 이장의 도움을 받아 대피가 힘든 노인이나 이동이 힘겨운 장애인은 없는지 마을별·세대별 특징을 파악하는 등 화재 발생 시 골든타임을 결정짓는 기적의 안내도를 갖춘 것이나 다름없었다.현장과 마을이 말하는 농골길의 효과적극행정이 만든 시스템의 변화는 현장 대원들의 체감도부터 바꿔놓았다.의령소방서 현장대응단 문흥진 팀장은“과거에는 협소한 도로에 소방차가 끼여 당황하거나,미로 같은 현장에서 호스를 연결하느라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회상했다.하지만 이제는 출동 중 이미 전술 판단이 끝난다. ‘농골길’데이터를 통해 현장 지휘 대장이 소방용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차량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즉각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농골길 데이터로 시범 훈련을 해 본 결과,기존 평균7~8분가량 소요되던 현장 도착 시간이4~5분으로 줄어들며 골든타임 확보율이 최대40%이상 향상됐다.문 팀장은“40%의 시간 단축은 도민의 생명을 구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며,현장 대응력 강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취재 당일 의령읍 무중마을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마친 서주용 소방경 역시, “이번 조사와 훈련을 통해 마을 입구부터 최심부까지의 실측 데이터를 확보하고 직접 몸으로 마을 지형을 익히다 보니,현장에서 망설임 없이 차량 진입 여부와 몇 개의 호스를 연결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됐다”며,농골길의 실효성을 피부로 느꼈다고 설명했다.농골길의 효과는 마을 주민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늘 화재 불안을 안고 살았던 주민들은 소방관들의 세심한 조사 과정에 깊은 감동을 전달했다.의령읍 무중마을 이재욱(55)이장은“우리 마을은 길이 굽고 좁아서 불이 나면 소방차가 제때 들어올 수 있을지 늘 걱정이었다”며, “이번에 직접 소방관이 와서 꼼꼼히 체크해 주니 마음이 놓인다”라고 소회를 밝혔다.기관 협업으로 완성하는‘안전 사각지대 제로’의령소방서의 노력은 지역 사회 전체의 협력 시스템으로 확산하고 있다.소방 전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의령군과 실무 협의를 진행한 끝에 약1억 원 규모의 주민참여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이 예산은 소화전이 있는22개 마을에‘비상소화장치함’을 우선 설치하는 데 투입돼 주민들이 직접 초기 진압에 나설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했다.또한 소방 활동 비성수기에는 지자체의 산불 진화 차량을 주택 화재 초기 진화에 활용하는 파격적인 협업 모델도 구축했다.의령소방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향후 좁은 도로 폭을 넓히는 도로 개선 사업과 곡각지 장애물,지붕 처마 개선 등 근본적인 환경 개선을 위해 의령군과 장기적인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지속 가능한 혁신,도민의 삶을 바꾸는 힘의령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는 경남 전역으로 확산을 계획하고 있다. “안전에는 베테랑이 없다.오직 준비된 대원만 있을 뿐이다”라는 공직자들의 사명감과,이를 뒷받침하는 경남도의 행정 혁신이 결합해 전국적인 모델로 우뚝 선 것이다.경남도의 적극행정은 이처럼 현장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규정의 문턱을 넘어 도민의 곁으로 다가가는 것에서 시작되고 있다.글백지혜취재 협조의령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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