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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호

2026년 경남을 빛낸 스포츠 스타들

봄볕이 뜨거웠던 4월, 경남에서 열린 체육 축제의 현장에는 승리의 환호와 함께 그보다 더 진한  ‘땀의 서사’ 가 흘렀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실패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으며, 장애를 넘어 기적을 일궈낸 주역들을 만났다. 끈기와 집념으로 빚어낸 그들의 금빛 메달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 65 회 경상남도민체육대회   육상 한세현 선수 ( 함안군청 ) 함안의 심장,  아시아를 향해 뛰다   제 65 회 경남도민체육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함안군과 창녕군이 공동 개최하며 지자체 간 상생의 의미를 더했다.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이 화합의 잔치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주인공은 단연 함안군청 소속의 한세현 선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육상 남자 일반부 트랙  400m 를 포함해  400m  허들,  계주 종목 등에서 무려  5 관왕을 차지하며 대회 최우수선수 (MVP) 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MVP  수상은 뛰어난 기량 때문만은 아니었다.  함안군청 유니폼을 입고 뛴 지 벌써  10년,  그는 함안군에서 가정을 이루고 두 아들을 얻었다.  함안은 그에게 제 2 의 고향이자 선수 인생의 뿌리나 마찬가지다.  익숙했던 골인 지점이 결승선이 되어 있는 그 순간,  그는 그동안 쌓아온 시간을 떠올렸다.   “10년 동안 매일같이 훈련하던 운동장이 이번에는 정식 경기장이 된 모습이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어요.  늘 땀 흘리며 준비하던 공간이 많은 분의 응원 속에서 무대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남다른 의미였죠.”   33 세라는 나이는 육상 트랙 선수에게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강점으로 활용했다. “나이가 들수록 내 몸 상태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절제하는 법을 알게 된다” 는 그는 수면을 최우선으로 하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슬럼프를 모르는 루틴을 만들어냈다. 한세현 선수는 이번 도민체전의 기세를 몰아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또 하나의 큰 산을 넘는다.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 도전하는 그는  “부담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6월의 햇살이 뜨거워질 무렵,  그가 함안의 트랙에서 일궈낸 땀방울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라는 결실로 맺어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한다.      2026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보디빌딩 김창훈 · 김태준 선수  ( 경상남도보디빌딩협회 ) 무대 위에서 증명한 땀의 가치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경남도에서 열린  ‘2026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에서 경상남도  보디빌딩협회는 종합우승  6 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 압도적 성취의 이면에는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무대에 오른 선수들의 집념이 있었다. 4년 연속 우승의 주역인 김창훈 선수와 예선 탈락이라는 성적에서 우승의 드라마를 새로 쓴 김태준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43 세의 나이로  -45 세급  1 위를 차지한 김창훈 선수는 팀 내에서  ‘승리의 아이콘’ 으로 통한다. 4년 동안 대표팀 자리를 지킨 그는  “매년 전국의 쟁쟁한 선수들이 나오기에 단 한 번도 쉬운 무대는 없었다” 고 말했다.  베테랑인 그에게도 시즌 중의 식단 관리와 강도 높은 훈련은 고통스럽지만,  무대 위에서 조명받는 그 찰나의 순간을  ‘기적’ 이라 표현했다.   “무대 위에서는 오직 내 몸과 자세에만 집중해요.  그 짧은 시간이  지난  1년간의 고생을 모두 보상해 주더라고요.”   반면, -30 세급에서  1 위를 차지한 김태준 선수의 우승은  ‘인간 승리’  그 자체다.  앞선 두 번의 대회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다.   “지난 몇 년간 말로만 열심히 하겠다고 했던 제 모습이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어요.   올해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우승 직후 무서운 호랑이 같던 감독님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생했다” 고 말해주었을 때,  비로소 그동안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었고, “너를 못 믿겠으면 나를 믿어라” 라는 스승의 말을 지지대 삼아 금메달이란 성과를 일궈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과정임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제 29 회 경상남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     육상 릴레이 조민경 선수 ( 창원시장애인체육회 ) 하계 · 동계 넘나드는 기적의 메달리스트   제 29 회 경상남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서 창원시가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이가 있다.  창원시청 소속의 조민경 선수다.  그는 육상 릴레이 (7 인 ) 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다재다능한 면모를 뽐냈다.  본래 조민경 선수는 동계 종목인 휠체어컬링 선수로 잘 알려져 있는데,  전지훈련 중에도 육상 팀원들을 생각하며 짬짬이 단거리 달리기 훈련을 병행해 이번 결과를 만들어냈다.   “동계 종목인 컬링은 얼음 위에서  2시간  30분 동안 전술을 짜는 정적인 운동이지만,  육상 릴레이는 순간적인 파워를 내야 하는 정반대의 매력이 있죠.”   남자 휠체어 - 여자 휠체어 - 지적장애 - 비장애인 - 청각장애 - 시각장애 선수 ( 가이드러너 동반 ) 로 구성돼 있는  7 인 선수가 톱니바퀴처럼 매끄럽게 호흡을 맞춰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의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이번 릴레이 종목에선 배턴 (Baton)  전달 시 속도를 완전히 줄여야 하는 규칙이 강화되면서 철저한 훈련을 반복했다고.  선두 주자이자 리더십이 남달랐던 조민경 선수에겐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도전이었고 팀을 금메달 수상으로 이끌었다. 그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수식어가 붙는다.  바로  ‘부부 컬링선수’ 다.  남편 정태영 선수와 함께 휠체어컬링 믹스더블팀으로 활동하며 세계선수권 등에서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한때 남편의 휴대폰에  ‘나의 기적’ 으로 저장되었던 그는 이제 남편의  ‘기쁨’ 이 되어 삶의 궤적을 함께 그리고 있다. 조민경 선수는 스포츠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장애는 행복할 권리를 방해하는 요소가 아닙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지만,   운동을 시작하면 새로운 인생의 길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세 종목,  네 명의 선수가 들려준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본질은 하나!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지역에 대한 애정이다.  경남의 트랙과 무대 위에서 흐른 이들의 땀방울은  ‘스포츠 중심지 경남’ 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되어줄 것이다. 글  백지혜  사진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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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호

도민 건강 지키는 경남의 ‘이동병원’

경남도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를 강화하고 있다. 안과 · 비뇨의학과 등의 전문 진료부터 섬마을 순회 진료, 그리고 임신부를 위한 산부인과 검진에 이르기까지, 도민의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경남의 이동 의료 인프라를 소개한다.   안과 · 이비인후과 · 비뇨의학과 없는 마을, 전문의 실은  ‘경남 닥터버스’ 가 달린다 검진 버스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어느새 긴 줄이 늘어선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휠체어와 보행기에 의지한 채 순서를 기다린다.  버스 내부 진료실에서는 전문의가 어르신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고,  상담석에서는 간호사가 친절한 설명과 함께 사후 관리법을 안내하고 있다.  검진을 마친 한 주민은  “눈 수술 이후 정기검진이 필요했는데,  대학병원 교수님이 직접 오셔서 꼼꼼히 봐주니 정말 든든하다” 며 만족해했다. 가장 최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경남 닥터버스 ( 찾아가는 마산의료원 무료검진 )’ 는 전문 과목의 부재로 먼 거리의 병원을 찾아가야 했던 도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진료 과목이 없거나 의료 접근성이 낮은 도내  28개 읍면 지역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총  28 회 운행될 예정이다.  대상 지역은 상 · 하반기 시군 보건소 희망 지역 수요 조사를 통해 정해진다.   경남 닥터버스는 경상국립대학교병원 교수진과 경상남도마산의료원 검사 요원,  간호사 등 총  11명의 전문 인력이 팀을 이룬다. 14 종의 첨단 의료 장비를 탑재한 특수 제작 검진 버스 내에서 안과 기본 검사,  청력 검사,  비강 · 인후두 검사,  전립선 초음파,  요실금 등 정밀한 진료가 현장에서 즉시 이뤄진다. 2025년 기준 이용자 만족도가  96 점 (100 점 기준 ) 을 기록할 정도로 현장의 신뢰도가 높다. 검진 항목은 안과 · 이비인후과 · 비뇨의학과 세 가지 과목이며  ▲ 안과 기본검사  ▲ 청력검사  ▲ 비강 · 인후두 검사  ▲ 고막운동검사  ▲ 전립선 초음파  ▲ 요도폐색 · 배뇨장애 검사 등을 실시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사후 관리가 필요한 유소견자의 경우 인근 의료기관 진료 안내와 보건소 사업 연계도 지원된다. 문의  경상남도마산의료원 공공보건의료팀  055)249-1619     41개 섬마을 주민의 생명선, ‘경남 병원선’ 의 멈추지 않는 항해 바다 위를 가로질러 주민들의 의료지원을 돕는  ‘경남 병원선’  또한 멈추지 않는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병원선 내부 치과 진료실,  진료 의자에 앉은 한 어르신이 의료진의 손길에 안심한 듯 눈을 감는다.  좁은 선내에서도 의료진은 능숙하게 장비를 다루며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선실 한쪽에서는 공중보건의사가 어르신의 체온을 체크하며 정답게 안부를 묻고,  마을회관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에서는 차례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의료진과 건강 상담을 한다. 진료를 받던 한 어르신은  “배를 타고 육지까지 나가는 게 예삿일이 아닌데,  매달 직접 찾아와 이도 봐주고 침도 놔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며 의료진의 손을 맞잡았다. 바다 위를 달리는 보건소로 불리는 경남 병원선 ( 경남  511호 ) 은 병원 구경조차 힘든 도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유일한 의료 생명선이다.  창원,  통영,  사천,  거제,  고성,  남해,  하동 등  7개 시군에 걸친  41개 도서, 51개 마을을 대상으로 연중 정기 순회 진료를 시행한다.  대상마을은 연말 진료 계획 수립 시 시군을 통해 진료마을 신청서를 받고,  접안시설,  보건진료소 설치 여부,  물때 등 종합적으로 검토 후 지정된다.  약  2400명의 주민이 대상이며,  매달  15일 이상 바다를 건너 주민들을 직접 찾아간다. 내과 · 외과 · 피부과 진료는 물론 노령층의 수요가 높은 치과와 한방 진료도 병행한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더불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의료진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 진료도 운영 중이다.  진료비와 약제비는 모두 무료다. 1973년부터 시작된 병원선의 역사는 현재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경남도가  150 억 원을 투입해  290 톤급 규모의 친환경 병원선을 대체 건조 중이며, 2027년 취항 시 물리치료실,  임상병리실,  감염병 예방실 등을 새롭게 갖춰 한층 전문화된 공공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문의  경남 병원선 대표번호  010-3572-3421 ‘경남형 모델’ 의 자부심, 분만 취약지 지키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의령 보건소 앞마당에 세워진 빨간색 검진 차량 안,  정밀 초음파 기기에서 나오는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가 우렁차다.  의사가 태아의 상태를 설명하자 임신부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진다. “병원까지 차로 한 시간 넘게 가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집 근처에서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 된다” 는 것이 이용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2008년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해 이후 보건복지부의 국가사업으로 확산한  ‘찾아가는 산부인과’ 는 지역 맞춤형 의료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간호사 등  6명으로 구성된 검진반이 초음파 등 검진 장비를 갖춘  15.5 톤 특장 차량을 이용해 월  3~5 회 각 지역을 순회한다.  차량 내에서는 임신 초기 (6~10 주 )  검사부터 주수별 기형아 검사,  임신성 당뇨 선별검사,  막달 검사 ( 혈액 · 소변 · 심전도 ) 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 걸친 체계적인 산전 관리가 고스란히 이뤄진다.  임신부의 산전 검사는 물론 가임기 여성과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위한 부인과 진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최근 보건복지부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 공모에 의령군이 최종 선정됨에 따라,  도내 분만 취약 지역인 의령 · 산청 · 함양  3개 군 모두가 국비 지원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를 통해 전액 도비로 운영되던 예산 부담을 줄이고 더욱 안정적인 재정 기반 위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연간 약  2000명의 주민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최근  4년간 이용자 만족도는  98% 에 달한다.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서도 임신부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출산 환경 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문의  인구보건복지협회  055)285-7373       글  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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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호

진해·마산 해안으로 떠나는 도보여행

6월 초여름으로 접어든 창원의 바다는 푸르고 고요하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는 전장의 숨소리가 남겨져 있다.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조선 수군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합포해전의 흔적은 그중 하나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찾은 이순신 승전길의 합포해전 구간은 진해와 마산,  두 곳의 바다를 품고 있다. 이 해안선에 남은 승전의 기억을 따라가 본다.   진해와 마산에서 마주한 바다 1592년  5월  7일 ( 음력 ),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 수군은 거제 영등포에서 왜군을 추격해  ‘웅천땅 합포’  앞바다에서 왜선  5 척을 격침했다.  이 전투가 바로 합포해전이다.  이순신 장군이 조정에 올린 장계 초안인  「 임진장초 」 에는  ‘웅천땅 합포 앞바다 ( 熊川地合浦前洋 )’ 로 전투 장소가 적혀 있다.  이를 근거로 합포해전지는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 학개 일대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웅천이라는 지명,  학개 앞바다의 지형 등을 종합한 해석이다. 그러나  「 임진장초 」 에는 조선 수군이 왜선  5 척을 불태운 뒤 밤을 타고 노를 재촉해  ‘창원땅 남포 앞바다’ 까지 이동해 진을 쳤다는 기록도 함께 남아 있다.  이는 합포해전이 추격과 격침,  이동이 이어진 바닷길 위의 전개였음을 보여준다.  당일의 항해 거리와 조류,  판옥선의 속도를 고려해 실제 항로를 따라가 보면 조선 수군이 마산만 안쪽까지 진입했을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이처럼 합포해전은 진해 앞바다를 넘어 마산만까지 넓은 해역에서 치러진 전투라고 볼 수 있다.   군항으로 이어진 진해의 시간 합포해전의 흔적을 따라 시선을 진해로 옮기면 바다는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군항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진해는 삼 면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한 면이 바다로 열린 지형으로,  수심이 깊고 만 ( 灣 ) 이 발달해 배가 숨고,  나아가고,  방향을 틀기에 유리한 지형이다.  해군기지로서의 조건은 조선 수군 시절과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조선 수군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일본 역시 진해에 한반도 최초의 계획도시를 조성하며 해군의 거점으로 삼았다.  오늘날의 해군 또한 이곳을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치마을에서 시작해 학개 앞바다와 행암마을을 지나 진해루와 속천항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은 시간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시민들이 산책하는 평온한 바다와 군함이 오가는 바다가 한 장면에 겹쳐지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오고 있다.   휴식공간 & 관광지로  ‘평화의 풍경’ 된 해전지 합포해전 진해 코스의 시작점인 수치마을에서는 작은 어촌을 품은 고요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진해해양공원의 솔라타워가 보이는 먼바다로 시선을 옮기면 만 ( 灣 ) 의 형태가 또렷해진다.  이곳이 조선 수군이 출격을 준비했을 출발선이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학개마을 앞바다가 열린다.  시야를 가리는 요소가 많지 않아 바다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행암마을에 이르면 과거 진해선 철도가 지나던 해안 철길이 반겨주며 분위기가 깊어진다.  바다와 철길이 나란히 놓인 풍경은 전투의 시간과 이후의 시간이 겹쳐지는 장면이다. 길은 다시 진해루로 이어진다.  오늘날에는 시민들이 대죽도의 거북선 조형물과 함께 바다를 조망하는 휴식 공간이지만, 2011년 세워진 고 ( 故 )  한주호 준위의 동상은 진해가 해군의 모항임을 환기하며 바다를 지켜온 시간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도보가 가능한 길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속천항은 식당과 카페가 늘어선 일상의 항구지만,  항만의 구조에는 진해의 전경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넓은 바다,  기동의 흔적 엿보는 합포해전 마산 코스 진해의 바다가 응축된 공간이라면,  마산의 바다는 한층 넓게 열려 있다.  합포해전의 마산 코스는 넓은 공간감이 만들어낸 기동의 흔적을 따라간다. 출발점인 가포친수문화공원에 들어서면 나무 데크길이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물과 가장 가까운 높이에서 걷는 길이다.  파도와 발걸음 사이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바다는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움직임의 공간으로 느껴진다.  배가 회전하고 방향을 바꾸며 전열을 가다듬기 좋은 지형임을 보여준다.  데크길은 곧 가포해안변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기서 시야는 한층 넓어진다.  전망대에 서면 마창대교와 마산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적을 추격하는 움직임이 가능한 공간이다. 항만과 부두가 이어진 공업도시 마산의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3.15 해양누리공원에 닿는다.  마산항중앙부두공원과 해안 산책로로 연결된 이곳은 바다와 도시,  그리고 역사가 겹쳐진 공간이다.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인양된 장소라는 기억 위에 시민들의 산책로와 쉼터가 놓여 있다.  넓게 펼쳐진 마산만은 시야를 가로막는 요소 없이 열려 있다.  합포해전 당시 왜선이 도주 과정에서 이 바닷길로 향했다는 기록을 떠올리게 한다. 마산 코스의 끝자락인 합포수변공원에 이르면 풍경은 다시 차분해진다.  등대를 중심으로 이어진 산책로에서 바다는 한결 고요하다.  긴 추격과 움직임이 끝난 뒤,  전투가 마무리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마산만을 품은 채 이어진 이 해안선은 합포해전이 움직이며 전개됐음을 체감할 수 있는 길이다.   바다 위의 쉼표,  돝섬 한편,  마산 앞바다에는 돝섬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유원지가 조성된 공원이지만,  과거에는 조선 수군이 인근 해전을 준비하며 머물렀던 공간이었다. 마산만 안쪽에 위치한 섬이기에 전투 전후 병력과 선박이 숨을 고르기 좋은 지점이었다.  유람선을 통해 방문할 수 있기에 합포해전의 바닷길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장소다.   바다 앞에서 다시 떠올리는 승전 진해와 마산의 해안선을 따라가 보면,  합포해전은 더 이상 기록 속에 잠든  역사로 머물지 않는다.  깊 고 조여 오는 바다 와 넓게 열린 바다는 서로 다른 얼굴로 그날을 기억하고,  그 위를 지나는 오 늘의 일상은 전투의 흔적을 지워가는 듯하다.  그러나 바다  앞에 서는 순간,  이곳이 한때 지켜내야 할 경계선이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합포해전은 대규모 결전도,  화려한 전승도 아니었다.  그러나 적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으며 이뤄낸 승전을 통해 조선 수군은 바다에 서 싸울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 확신은 이후의 승전으로 이어졌고,  남해안을 따라 역사로 남았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바다 앞에 서면 과거의 헌신이 지금의 평온한 일상을 떠받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합포해전의 흔적은 이렇게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글  송성민  사진  김정민  영상  이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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