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지난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쏟아진 집중호우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산청군. 수마가 할퀴고 간 삶의 터전 앞에서 망연자실한 수재민이 그나마 기운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이다. ‘혼자가 아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묵묵히 실천으로 전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경남공감 지면에 담았다. 전례 없는 참혹한 수해 현장에 “가슴 먹먹”7월 16일부터 19일까지 산청군 시천면 798㎜를 비롯, 산청 일대에 632㎜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지난 한해 내린 전체 강수량의 절반이 넘는다. 산청군이 19일 ‘전 군민 대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소방청이 산청군 일대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릴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다.괴물호우가 지나간 산청군은 전례 없는 참혹한 수해 현장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비보도 잇달았다. 사망, 실종, 중상 등 인명피해와 시설 피해, 그리고 단전·단수·통신 단절 등 실생활과 직결된 피해도 컸다.“지난 봄 대형 산불 피해가 아직 다 복구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물난리까지…. 너무 막막하다.” 뉴스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산청의 아픔이 전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어려울 때 십시일반 돕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힘은 이번 산청의 수해 복구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그 힘은 바로 자원봉사자들. 수해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산청군 내 봉사단들과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경상남도청년봉사단, 경상남도대학생봉사단, 경상남도여성리더봉사단이었다. 이어 도내 자원봉사단체 뿐만 아니라 전국의 자원봉사 단체들이 수해 복구 현장에 속속 도착했다. 폭염 속에도 식지 않은 자원봉사자들의 열정 지난 7월 28일 산청군 차황면 신기마을의 대형 비닐하우스 3동에서는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말라비틀어진 농작물 정리가 한창이었다. 비닐하우스에서 땀을 흘리며 작업 중인 이들은 12명의 함안지방공사 직원들. “막상 하우스 내에 들어서니, 악취와 함께 질퍽거리는 흙탕물에 너무 놀랐다. 수해 입은 작물을 정리하고 묘목을 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늘 목표는 3동 모두 다 작업하는 일이다.” 직원들과 자원봉사에 나선 이상호 함안지방공사 본부장이다. “덥지 않냐”는 우문에 “더운 게 문제냐. 재해현장 봉사를 기회될 때마다 다니는데, 이번 산청 같은 피해는 본 적이 없다”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체감온도 37도를 오르내리던 이날, 산청읍주민자치센터 마당에 자원봉사자를 위한 밥차가 차려졌다. 750인분의 식사가 준비됐다. 이날 밥차 운영을 위해서 5개 기관단체가 합심했다. 음식 장만은 마산종합사회복지관과 부산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 봉사자들이, 배식은 바르게살기운동 양산시협의회가, 설거지는 바르게살기운동 남해군협의회가 담당했다. 쌀 등 음식재료는 부산의 사찰 삼광사에서 지원했다. 밥차 운영을 총괄했던 대한불교천태종복지재단 사무총장인 정자운 스님은 “우리는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가족의 일이나 마찬가지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배식 중이던 방분이(66) 씨는 “사실 몸은 힘들다. 그러나 어려울 때 누군가 도울 수 있다는 것만큼 보람되고 즐거운 일은 없다”며 웃었다. 밥차 옆에는 커피와 디저트 봉사에 나선 경북 청도군에서 온 풍각제일교회 봉사자들이 자리 잡았다. 김영호 목사는 “TV로 산청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경남 외 지역의 봉사 손길도 끝없이 이어져청도군에서 온 교회 봉사자들처럼 경남권역 밖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자원봉사 단체도 연일 수해 복구를 도왔다. 7월 23일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73명은 생비량면에서 침수 주택 정리와 밭 농작물 피해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5일에는 경북 의성군자원봉사센터 15명이 산청읍 외정마을에서 침수 주택 정리에 나섰다. 이어 28일에는 차황면 만암마을에 경북 안동시자원봉사센터와 군위군자원봉사센터 33명이 찾아와 사과농장의 토사와 쓰레기를 정리하고 파손된 농막을 청소했다. 안동은 지난 4월 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본 재난지역으로, 당시 안동을 방문해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보답의 의미를 담아 이번 복구 활동에 참여했다. 29일에는 차황면 시장마을에 경북 예천군자원봉사센터 40명과 대구광역시동구자원봉사센터 40명이, 신안면 상정마을에는 부산동구자원봉사센터 35명이 방문해 침수 주택을 정리하고 하우스 철거 작업을 했다. 이어 30일에는 부산해운대구자원봉사센터 38명이 신안면 안봉마을을 찾아 침수된 마을회관과 주택 복구 작업을 했다.강릉시자원봉사센터 38명은 8월 5일부터 자원봉사에 나섰다. 장비를 가지고 참여한 회원은 사흘을 산청에 머물면서 복구에 도움을 주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실질적 복구 “너무 고맙다!” 다양한 재난 현장 복구 경험을 살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작업으로 눈길을 끈 자원봉사단체도 있다. 7월 31일 신안면에서 복구작업에 참여한 특수임무유공자회 경남지부. 포크레인 3대와 함께 경남지부 및 전국 지부 회원 52명이 참여해 완파된 비닐하우스를 정리하고 철거까지 완벽하게 해내면서 자원봉사 활동의 수범사례로 꼽혔다.이렇게 산청군을 비롯한 합천, 의령, 하동, 진주 등 수해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지난 8월 11일 기준 총 1만 5962명. 경남도가 집계한 수치로, 자원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외에도 기업, 종교단체, 지역의 각종 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수해 복구에 손을 보탰다. 자원봉사자들의 방문을 받은 수재민들의 소감은 한결같다. “너무 고맙다!”내 일처럼 나서준 전국 각지의 자원봉사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다.대한적십자사봉사회 산청군협의회 강정숙 회장은“올해 산불 피해에 이어 수해까지,산청군민으로서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봉사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다.피해 복구를 자원봉사자들이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이재민들의 아픔을 나누며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고통 속에 있는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났는데,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다시 일어설 기운이 난다.”“실질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이 거의 다했다.마치 자기 일처럼 하더라.”“막막해서 눈물만 났는데,자원봉사자들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맙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나도 언젠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 글 황숙경·배해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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