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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다의 현자 ‘문어’

닷새간의 설 연휴가 끝났다. 설날 차례상에 올랐던 음식을 며칠 동안 나눠 먹은 집들도 있을 터이다. 경상도만의 특징이기도 한데, 차례상에 문어를 올리는 집안이 많았을 것이다. 이 문어는 알면 알수록 신비한 동물이다.

문어는 연체동물 두족강 팔완목 낙지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8개의 다리를 가지며 다리에는 빨판을 가지고 있다. 눈은 척추동물 눈과 구조상 비슷하며 뇌는 인간의 1/600 크기지만 바다의 현자라 불릴 만큼 잘 발달해 흉내와 모방 사고능력과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을뿐더러 장난도 친다. 지능을 잴만한 척도가 없어 추정치이지만 육지의 개(Dog) 수준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

어류 명칭에 글월 문(文)자가 들어간 것은 문어가 유일할 것인데, 물론 글과 선비를 상징하는 먹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어의 뇌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발달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높은 지능 덕분에 개미 등과 함께 인류 멸망 이후 지능적인 문명을 세울 생물로 지목되기도 한다.

손만 잡아도 임신된다? 문어를 두고 이르는 말

문어는 생식기가 다리에 달려 있어서 교미도 다리를 이용한다. 따라서 손만 잡아도 임신이 된다는 말은 문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수컷은 8개의 다리 가운데 끝 부분에 빨판이 없고 둥근 모양인 생식 전용 다리를 가지고 있다. 가장 긴 다리를 기준으로 1번부터 번호를 붙이는데 3번째 다리에 해당한다.

이를 이용하여 짝짓기를 하는데 체내 수정이지만 기타 동물들과 다른 특이한 생식활동을 벌인다. 마음에 드는 암컷과 짝을 이루면 이 촉수로 자신의 정자주머니를 떼 내어 암컷에게 건네고 암컷은 수컷이 마음에 들면 이 정자 주머니를 받아서 보관하다 알을 낳기 전에 몸에 넣어 수정시키는 매우 신사적이고 점잖은 생식활동을 벌인다.

하지만, 일부 문어는 알을 낳아 지키고 있는 암컷 문어를 습격하여 알을 모조리 잡아먹는 경우도 있다. 이 잔인함은 사자 집단에서도 볼 수 있듯 자연계에서는 상당히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두족류의 다리가 몇 개인지 재미있고 간단한 구분은 전체적으로 몸이 둥글게 생긴 것은 팔이 8개이고, 약간 길쭉하게 생긴 것은 10개이다. 예로 문어와 낙지와 쭈꾸미 등은 다리가 8개이고, 오징어 피둥어 꼴뚜기 등은 다리가 10개이다.

이 종은 야행성으로 낮에는 바위의 구멍 등에 숨어 있다가 밤에 나와서 갑각류·조개 등을 잡아먹는다. 좁은 공간에 가두어 두면 공식현상도 가장 많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자기 다리를 잘라먹기도 한다. 심해에 사는 대형종은 상어도 잡아 먹는 포식자이다. 산란은 봄·여름에 바위 밑에 포도송이 모양의 알을 낳고 수명은 높은 지능을 가진 것에 비해서 미스터리할 만큼 짧아서 2~4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4년 짧은 수명 동물임에도 지능이 높은 것은 연구 대상

이렇게 짧은 수명인 생물이 어떻게 지능이 높은지도 연구대상이다. 분포지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의 난대·온대 연안에 서식한다. 이 종은 공격 능력이라고는 거의 전무하여 천적을 만났을 때는 100% 줄행랑을 치는데 도망가면서 먹물을 뿜고 가는데 이 먹물에 점성이 있어서 물속에선 덩어리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천적이 먹이로 착각하여 공격하기도 한다. 어떤 종류의 문어 먹물에는 독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최근 치명적인 독이 있는 문어인 파란고리문어가 제주도 인근에서 발견되었는데 그런 종이 해당한다.

문어는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먹이 질량의 60%를 자신 몸무게로 바꿀 정도로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문어는 경상도·전라도·강원도·함경도의 고을의 토산물이라고 했는데 예전에도 동해와 남해에서 많이 어획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어지>에는 단지를 던져 문어 잡는 법을 소개하는데, 이에 따르면 “보통 문어를 잡는 데는 노끈으로 단지를 옭아매어 물 속에 던지면 얼마 뒤에 문어가 스스로 단지에 들어가는데 단지가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단지 하나에 1마리가 들어간다.”고 하였다.

이는 바다 밑 바위틈이나 굴 속에 숨어 지내는 문어의 습성 때문이다. 이 방법은 50~60년대까지도 지속되었다.

문어의 조리법과 약효를 규합총서에서는 “돈(豚;돼지)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배·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쇠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머리를 고아 먹으면 낫는다.”고 하였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먹어도 특별한 공(功)이 없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삶아먹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말린 문어로 국물도 내고, 문어밥이라는 요리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예로부터 제사상이나 혼례상 등의 관혼상제나 임금님 수랏상에나 올릴 만큼 귀한 식재료 대접을 받아왔는데 특히 경상도 해안지역에서는 결혼, 생일잔치에는 문어는 필수이며 문어가 없으면 잔치가 아니라고 했다.

말린 문어는 공들여 오려서 국화, 소나무, 매화, 봉황 등으로 모양을 내어 상차림 장식으로도 활용했는데, 이를 문어조(文魚條)나 문어오림이라 한다.

특이하게도 문어는 뇌는 하나지만 다리도 사고하는 기능이 있다. 과학자들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수영하거나, 포식과 같은 행위는 뇌가 직접명령을 내리지만 나머지 뻗고 구부리는 등의 세세한 동작은 다리가 알아서 하고 심지어는 뇌의 명령 없이 미각과 촉각 활동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어의 피부는 상황에 따라 빛깔을 바꿔 보호색의 역할을 하거나, 싸움이나 짝짓기 시의 자기 과시의 역할을 한다. 이 종은 이러한 색 변환이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다. 특히 보호색이 그러한데, 자신이 있는 바닥의 색과 모양 등의 패턴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대로 자신의 색을 바꾼다.

이러한 신속하고 정확한 변화를 위해서는 그만큼 빠른 두뇌회전이 필요할 것이다. 피부 조직이 어떻게 바뀌는지의 메커니즘 정도는 밝혀냈지만, 그토록 색상을 빠르고 정확하게 바꾸는 문어의 지능과 그에 연동한 작동 방식 등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공격성은 없지만 맹독성 문어 있어 주의

최근 제주도 일원에서 발견된 파란고리문어는 맹독성 문어로 만난다면 무조건 피해야 한다. 물리면 온몸이 마비되거나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 맨손으로 잡지 말아야 한다. 서양이나 서아시아에서는 이런 오징어나 문어같은 생물을 몹시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동양에서는 문어의 촉수=다리로 보고 서양에서는 문어의 촉수=입술로 보기 때문이라고.

<성경레위기>에서 ‘비늘없는 생선’은 먹지 말라고 한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참고로 문어와 오징어는 건조하거나 해체하면 은근히 구분하기 어렵지만, 다리의 빨판으로 구분 가능하다. 오징어는 다리의 빨판 끝이 오돌토돌한 톱니 모양이며, 문어는 다리의 빨판 끝이 편편한 모양이다. 또한, 문어는 숨은 약점이 있는데, 둥근 몸통 가죽을 쇠꼬챙이 등으로 뒤집으면 무력화된다.

가장 큰 급소는 눈과 눈 사이로 그 부분을 찌르면 즉사한다. 문어 같은 두족류의 손과 발 구분은 머리를 때렸을 때 머리에 올라가는 부분이 손으로 보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박경대-경상남도수산자원연구소장

바다의 현자 ‘문어’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바다의 현자 ‘문어’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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