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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늦게 배운 한글, 이게 복지!

합천군 성인문해교실

 


'나이가 뭣이 중한디, 인생은 지금부터.' 가나다라마바사 행복한 한글 배움으로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나이 많은 학생들과 그들의 성장이 대견하다는 선생님.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인생 제2 전성기를 보내는 합천군 대병면 효나눔복지센터의 문해교실 어르신들과 강명희(63) 선생님을 만났다.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늦깎이 학생들의 한글배움터

우리가 늙은 학생이라 머리에 잘 안 들어갑니다. 공부해도 계속 까먹고 잘 안돼도 그래도 배우러 옵니다.”

합천호가 보이는 아름다운 시골인 합천군 대병면 회양마을.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은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바로 한글을 배우는 문해교실 등굣날이다.

서로 안부를 묻는 것으로 어느새 수업이 시작됐다. 비뚤배뚤 서툰 솜씨로 자신의 이름을 크게 적어놓은 교과서를 펼치고 선생님을 따라 큰소리로 읽기 시작한다. 선생님의 선창에 맞춰 제창하듯 따라 읽는 어르신들은 초등학교 신입생이나 다를 바 없다.

문해교실 학생들은 대부분 70~80대 할머니들. 가난해서 또는 여자라는 이유로 소위 까막눈으로 살아온 어르신들이 이름 석 자 쓸 수 있어 큰 기쁨이라 한다.

반장 황정순(73) 할머니는 가장 어려서 그런지 한글을 배운 후 운전면허증과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땄다. 합천군 성인문해 시화전에서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16살에 시집가서 사는 게 너무 바빠 69살에 한글을 배우러 갔다. 61년 만에 소원도 풀었다. 지금은 우체국에서 택배도 부치고 은행 일도 보고 딸에게 편지도 썼다. 편지 쓰면서 나는 울었고 딸은 읽으면서 울었다. 엄마의 글씨를 처음 본다고 울었다. (중략) 합천군 대병면 희망 은빛 학당 선생님 공부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황 할머니가 한글을 배우고 쓴 글 중 일부이다. “공부는 끝이 없고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해요. 내 이름 석 자도 몰랐는데 여기서 공부해서 소원을 많이 풀었어요. 이제 내 소원은 딱 하나. 여기 옆에 있는 대병초등학교 가는 거예요라는 황 할머니의 소원은 배움에 대한 깊은 열정이 느껴진다.

 

선생님과 학생은 함께 성장!

효나눔노인복지센터 강명희 선생님 또한 늦깎이 학생들을 만나 함께 성장하는 큰 기쁨을 누리고 있다. 강사로서 보람을 적은 문해교사 체험수기가 경상남도평생교육진흥원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황정순 학습자를 보면 노력하는 사람만이 내적, 외적 성장을 함께 동반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또한 그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는 이의 기쁨도 본인 못지않게 크다. 자신의 잠재력을 뒤늦게 알아가는 나의 어여쁜 학생들, 이 늦깎이 학생들이 나를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한 나는 그들의 잠재력을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조력자 역할을 하며 함께 성장하고 빛날 것이다.’

- 당당한 황정순 여사, 오늘도 달린다중에서 -


우리나라 만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사람은 약 311만 명으로 전체의 7.2%에 이른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각 시·도 광역거점교육기관을 선정해 문해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강 선생님은 시장에서 물건 사기 등 생활 속 한글을 배우고 트로트 노래에 맞춰 건강박수도 치면서 놀면서 공부해요. 그러니 두려워도 부끄러워도 말고 용기 있게 나오세요. 그럼 제2의 인생이 펼쳐진답니다라며 어르신들의 도전을 북돋게 했다.

경남에서는 전체 312곳의 성인문해교실을 운영하고 있어 한글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경남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아래와 같이 ‘2019 경남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을 열 계획이다.

 

<2019 경남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10월 10~13일 / 양산시청 및 양산천 일대 / 055)392-3143

10월 23일 / 통영시 여성회관 / 055)646-2547

11월 6~11일 / 거창군청 로비 / 055)940-8825

11월 13~15일 / 창녕군청 민원봉사과 내 / 055)53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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