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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남역사

[아하! 경남역사]가야유산 기획❹ 아라가야 왕묘를 발굴하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

고대 가야사 연구가 어려운 것은 다름 아닌 문헌기록이 너무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조사 결과 매장된 가야 유적만 2000곳이 넘는다고 하니 어느 고고학자의 농담처럼 ‘땅 속에 가야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 중 70%가량이 고분군으로 가야인들이 남긴 흔적의 절대 다수는 사후세계를 위해 만든 무덤들이다.

가장 중요한 후기 가야(5~6세기) 유적으로는 단연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 손꼽힌다. 1990년대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집중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기원 전후부터 약 500년간 아라가야 지배층의 무덤들이 조성된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보다 널무덤(목관묘), 덧널무덤(목곽묘), 돌덧널무덤(석곽묘), 돌방무덤(석실묘)의 변화 발전상은 변한시기를 거쳐 고대 국가로 성장해 가는 아라가야의 모습을 살피는 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야고분, 일제강점기의 수난

함안, 김해, 창녕 등 경남의 가야 유적들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엄청난 수난을 겪었다. 일제는 한반도 식민지배 36년 동안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유적 훼손도 서슴지 않았다. 가야 고분들은 고대 일본의 한반도 지배와 관련한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식민지배 초기부터 고적조사의 주 타깃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제가 주목한 가야 유적은 대형 봉토분들이었으며, 함안에서는 말이산 고분군이 대상이 되었다. 일제강점기 말이산 고분군에서는 모두 세 차례의 공식적인 발굴이 있었다. 그중 조선총독부는 1917년과 1918년에 13호분 포함 대형 고분 4기를 파헤쳤다. 하지만 4호분을 제외하면 정식 보고가 없어 유리원판 사진 일부와 도면을 통해서만 당시의 발굴상황을 더듬어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일제강점기의 상처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고 1980년대 초 아무런 학술적 고증 없이 모양만 그럴싸한 봉토분으로 복원되기에 이르렀다.

 

말이산 13호분, 가야 왕국을 증명하다

2017년 6월께 말이산 13호분에 갑자기 구멍이 뚫렸다. 봉분 정상부에 지름 100㎝ 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 조사 결과, 뚜껑돌이 깨지면서 봉토 흙이 내부로 함몰되어 일어난 현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정비 복원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경상남도와 함안군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발굴하고 있다.(발굴조사 기관 : (재)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13호분은 봉분지름 40.1m, 높이 7.5m의 규모로 말이산 고분군에서도 가장 크다. 동쪽의 한밭들판에서 고분군을 바라볼 때 봉토를 더욱 높고 크게 보이도록 구릉 정상의 암반지형을 깎아내고 그 위에 무덤을 조성했다. 

현재 1918년의 발굴갱과 도굴갱 조사가 한창이다. 발굴조사자는 봉토 표면에서 돌덧널까지 나 있는 좁은 구멍을 통해 겨우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무덤 내부로 들어간 발굴조사자는 깜짝 놀랐다. 무덤구조는 예상했던 대로 최대급의 구덩식돌덧널무덤(竪穴式石槨墓)이었지만, 네 벽 모두에 붉은 칠이 되어 있는 채색고분(彩色古墳)이었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붉은 칠은 생명의 부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辟邪) 등을 의미하는데 가야시대 돌덧널무덤에서는 처음 발견된 것이다. 

또 무덤 주인의 시신이 안치된 공간 위쪽의 뚜껑돌에는 125개의 알구멍(별자리·星穴)이 새겨져 있었다. 이들을 연결하면 궁수자리(남두육성)와 전갈자리, 독수리자리가 되는데 고구려 벽화고분에도 북두칠성 등 별자리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또한 가야인들의 천문사상이 반영된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계전문가의 전언이다.

이것이 아라가야 왕묘의 위용일까? 말이산 고분군은 지금까지 30여 년의 기간 동안 200여 기가 넘는 고분이 발굴 조사되었고 1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렇게 많은 고분이 발굴되었음에도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야문화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말이산 13호분 발굴조사는 이제 중간쯤을 지나고 있다. 올해 2월께 본격적인 무덤 내부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떠한 가야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벌써부터 설렌다. 

 

김수환 경남도 가야사연구복원추진단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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